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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섬에서 2월 10일에 시작했던 내 선교 활동이 끝나자, 나
는 많은 활동으로 지치고 피곤하여서 사공을 불렀다. 사공은 해
가 떠오를 때 배를 저어와서는 우리의 은둔소 아래에 있는 항구
를 출발했다. 그 날은 아름다운 봄날이었으며 바다는 평온하고
잔잔했다. 동풍이 부드럽게 불어왔다. 돛을 펴자 배 뒤쪽에서 불
어오는 바람의 힘으로 배는 앞으로 나아갔다.
2. 산자락에 도착하자 우리는 거기에 머물러 낚시를 했다. 내
가 필요한 만큼 고기를 잡은 후 육지로 올라오자 배는 떠나고 나
만 홀로 남았다.
3. 선교 활동의 마지막 날에 걸린 감기 때문에 13일은 하루
종일 기진맥진해 있었다. 건강은 이미 나쁜 상태였지만 이 산에
서 리브가의 부재로 더욱 악화되었다. 혼자인 것을 절실히 느껴
리브가를 불렀지만 응답이 없었다. 리브가를 찾아보았으나 찾지
못했다. 내 영혼은 혼미해지고 능력들은 둔감해졋다. 정신과 육체
가 혼미하여 나는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대낮인데도 일
찍 동굴로 들어가서 편히 잠들었다. 잠들기 전에 내 마음은 다음
과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거룩한 교회여! 오, 동정녀들 중 가장
순결한 이여, 리브가, 당신의 품을 열어 주십시오! 오, 당신의 머
리이신 그리스도 아래 모인 모든 성인들의 무리여! 당신의 가슴
을 열어 당신 사랑 안에 이 불쌍한 아담의 후손을 받아들이소서.
오, 동정녀들 중 가장 아름다운 분이시여! 당신 품안에 내 영혼과
육신을 맡깁니다.
4. 14일이 되자 내 선교 활동을 인도하던 천사가(히브 1,14; 묵
시 22,9) 나를 깨우며 말했다. "동굴 밖으로 나가서 당신의 하느
님을 경배하십시오." 나는 동굴 밖으로 나가서 땅에 무릎을 꿇고
하느님께 경배하였다. 그러자 하늘에서 산을 향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거룩한 산이여, 잔치 옷을 입으십시오. 오늘 하느님의 영
광이 가장 높은 산봉우리들을 덮을 것이니, 앞으로는 한 여인의
아들을 사랑하는 이의 이름은 리브가가 아니라 마리아입니다. 브
두엘의 딸이 아니고 하느님 아들의 어머니시며 요셉의 아내, 즉
마리아께서 당신에게 내려오실 것입니다. 마리아께서는 신부의
완벽하고 완전한 전형으로서 이 결혼을 주재하시고 교회의 이름
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이의 손과 마음과 사랑을 받으실 것입니
다."(묵시 14,1; 21,10; 아모 7,14-15; 이사 6; 예레1)
5. 여러 해 동안 내 영혼은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께 대한
사랑을 키우려고 노력해 왔지만 내 마리아 신심은 만족할 만한
것이 못되었다. 내 마음은 사랑하는 이를 찾았으며 나는 신부
를 찾았다. 성모 마리아는 그저 감사와 효심의 대상으로만 보
았을 뿐, 사랑의 대상으로서 만난 적은 없었다. 이 섬에서 했던
선교 활동이 끝나자 곧이어 마을 청년들은 성모 마리아를 영광스
럽게 들어올렸다. 나는 한 마디를 들었는데 그 말은 하느님의 어
머니 입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당신은 나를 알지 못했어요. 왜냐
하면 당신에게 나를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앞으로
는 나를 알고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이 말을 간직했다.
6. 이번에 산에서 아주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산에다 외치는
하늘의 소리가 내 사랑하는 님을 부르는 내 탄원을 덮어버려 소
중한 리브가를 만나지 못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나는 마음속으로
되풀이 말했다. 지극히 순결한 동정녀여, 지극히 아름다운 동정녀
여, 사랑하는 님이여, 당신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십니다! 당신은
항상 순결하고 온전히 동정녀이십니다. 당신은 온통 내 것이며,
나는 온통 당신 것입니다. 오십시오. 우리의 혼인서약을 갱신합시
다. 나는 당신의 누구인지 알기에 당신 이름은 그리 중요하지 않
습니다. 당신을 어떻게 부르든, 오 거룩한 교회여! 당신은 머리이
신 그리스도 아래 모인 모든 천사와 성인들의 무리입니다. 고운
이여, 순결한 비둘기여(아가 2,10), 사랑스런 동정녀여, 당신의 팔
을 벌려 당신 때문에 탄식하며 당신 없이는 살 수 없고 너울을
벗은 당신 얼굴을 직접 맞대고 보기를 갈망하는 이 불쌍한 인간
을 받아들이소서!
7. 간청과 사랑의 탄식 속에 하루가 지나고 밤이 되었다. 바다
는 잔잔하고 바람은 부드러우며 하늘에는 얇은 구름이 덮여 있고
초승달이 떠올랐다. 마음 속으로 똑같은 기도를 되풀이했다. 지극
히 아름다운 동정녀여, 당신의 팔을 벌려 당신을 사랑하는 이 불
쌍한 인간을 받아들이소서. 아, 이 땅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단
말입니까? 내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언제쯤 너울을 벗은 당신
을 볼 수 있습니까? 오, 거룩한 교회여! 언제 당신의 순결한 가슴
에 나를 받아들이시렵니까? 당신 없이 나는 사는 것이 아니라 죽
는 것입니다.
이 기도 중에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
상이다! 그런 상념들은 사실이 아니다. 환상이다!" 나는 대답했다.
"사탄아, 여기서 물러가라, 내 사랑하는 님은 실재이며 그분과 내
결합은 기정 사실이다. 악령아, 입 다물고 물러가라. 다시 돌아오
지 말아라!"
8. 달빛은 아주 어두웠다. 멀리서 어떤 그림자가 내 앞으로 오
는 것이 보였다. 멀어서 그 형상이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오자 그것이 무엇인지
분간이 되었다. 그 형상은 혼자 오고 있었는데 달빛처럼 희었다.
그 형상은 16세의 소녀로 참으로 순결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
습이었다. 내 앞에 온 그 순간 하늘이 열리고 태양 빛이 현란하
게 쏟아져 내려 내 앞에 있는 이가 누구인지 보였다. 산은 하느
님의 영광으로 가득 찼다(출애 16,10; 24,16). 그리고 나는 영원하
신 아버지의 딸의 아름다움을 육안으로 보는 게 가능한 데까지는
모두 보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 분명하게 볼 수 없는 것
이 괴로웠다. 아주 투명한 너울로 얼굴을 가린 소녀에게 눈을 고
정하고 유심히 바라보자, 이 순결한 동정녀는 나를 보지 않고 눈
을 내리뜨고 있었다. 소녀는 침묵하였고 나 역시 침묵하였다. 그
러나 침묵의 소리로 말을 하였고 그 말은...
9. 하늘이 열리고 내 선교 활동을 인도하던 대천사가 천사의 무
리와 함께 내려와서 영원하신 하느님의 딸을 둘러쌌다(다니 10,
13. 21; 12,1). 하늘 군대의 사령관이 말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사제여, 일어나라." 그때 나는 일어났다. (나는 무릎을 꿇고 있었
다). 그때 내 앞에 무릎을 꿇은 한 소녀가 보이고 아버지의 목소
리가 들렸다. "이는 내 딸이며 너의 딸이다. 소녀는 방금 네 손을
통해 아버지인 내 강복을 받았다. 이 딸은 내가 너의 입을 통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애정을 갖고 듣는다. 너와 나는 하나의 부
성을 갖는다. 이 딸은 네가 자기 때문에 고통받은 것을 감
사하러 온 이비사 교구이다. 이 딸과 헤어질 때 내 이름으로 축
복하여라." 나는 천사가 시킨 대로 계속 서 있었고 그 소녀는 무
릎을 꿇고 있었는데 울음이 소녀의 말을 삼켜 버렸다. 나는 소녀
를 축복하고 일으켜 세웠다. 소녀가 일어서자 하느님의 영광이
모두 사라지고 소녀는 어두운 달빛에 싸여 남아 있었다. "저는 이
비사예요. -나에게 말했다.- 이 섬의 교구예요. 내 아버지! +아버
지! 나를 두고 가십니까?" 그래, 내 딸아. 나는 간단다. 그렇다고
너를 버리는 것은 아니야. 아,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어떻게 남아
있겠어요? 오, 아버지, 어떻게 나를 두고 갈 수가 있어요? 영원하
신 하느님 아버지! 저를 버리지 마소서! 나를 위해 봉사해 주어
감사해요. 오, 아버지, 돌아올 건가요? 그래, 내 딸아. 나는 돌아와
서 마음으로 이야기할께... 안녕. 너의 아버지가 너를 축복하나니
너를 둘러싼 맹수의 위험에서 구해 달라고 하늘에 계신 하느님
아버지께 청하여라." 소녀가 다시 한 번 내게 감사를 표하자 하늘
이 열리고 소녀를 둘러싼 천사들의 인도를 받아 영광스러운 곳으
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는 그 소녀가 하느님의 영광으로 가득 찬
것을 보았다. 소녀가 말했다. "저는 항상 동정이었으며 지금도 그
러하고 항상 그럴 거예요. 당신은 저를 사랑할수록 더욱 정결해
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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