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일 라넌큘러스 ― 경신덕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마태 4,10)
라넌큘러스
1. 라넌큘러스는 비록 향기가 없으나,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고 귀히 여겨 잘 가꾼 정원에서도 좋은 자리에 심는 꽃입니다.
사실 라넌큘러스는 향기가 없는 것을 빼고는 격조 높은 다른 꽃들에 비해
손색이 없는 고유한 특성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꽃의 색은 다양하고,
살짝 말린 잎사귀 안쪽에 예쁘고 잔잔한 꽃이 무리 지어 핍니다.
경신덕(敬神德)
2. 라넌큘러스는 덩이뿌리에서 가는 수염뿌리가 나는데, 이 뿌리로 양분을 흡수합니다.
잎은 곧게 자란 가는 줄기를 말아 올리듯 감쌉니다.
라넌큘러스는 줄기가 곧게 자라나기 때문에 정의의 덕에 딸린 덕임을 알 수 있습니다.
꽃은 곧게 올라가다가 꽃잎이 무거워 ‘정의의 태양’을 향하여 약간 고개를 숙입니다.
하느님을 향해 곧게 올라가면서
하느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영예와 영광과 사랑 그리고 순명을 바쳐 드립니다.
경신덕은 인간이 하느님께 마땅히 바쳐야 할 참다운 경배를 드리는 덕입니다.
신심, 기도, 청원과 탄원, 시편과 찬미의 노래, 희생과 제물 봉헌, 서원과 약속,
종교 의식과 성전 건립 등 이 모두가 정의의 덕에 속하는 행위들로서,
이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신앙인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지니신 경신덕
3. 성모 마리아께서는 하느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사랑과 흠숭과 순명을 바치셨는데,
당신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 인류를 위하여 그렇게 하셨습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당신 아드님과 당신 자신을 기꺼이 희생 제물로 바치셨습니다.
성모 마리아께 꽃을 바침
4. 당신은 하느님께 빚졌습니까? 아! 많고도 많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사랑을 빚졌고 영예와 감사와 순명을 빚졌으며,
공경과 기도와 찬미와 탄원을 올려 드리는 데에 빚을 졌습니다.
이제 그것을 갚으십시오.
제대로 갚아 드리고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은 하느님께 마땅히 흠숭지례(欽崇地禮)를 올려 드립니까?
의식 성찰을 잘 해보십시오.
당신 영혼의 정원을 거닐며 라넌큘러스가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께 드려야 할 의무들을 어떻게 행하고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볼품없어 보이는 풀 같은 라넌큘러스 한가운데서 가는 줄기가 곧게 자라
그 위에 꽃망울이 생기고, 그것이 터지면서 꽃이 핍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에게 좋은 신앙심이 있다 해도 마음 안에만 있다면 충분치 않습니다.
좋은 표양을 보여 주어야 이웃들은 하늘에 계신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릴 것입니다.
경신덕이 당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사람들 앞에서 당신의 신앙심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있는 라넌큘러스꽃을 따십시오.
그 꽃은 향기가 없으니 꽃의 여왕인 장미꽃과 함께 꽃다발을 엮어서
우리의 정원사이신 성모 마리아의 손에 놓아 드리며 말씀드리십시오.
기도
성모님, 여기 저의 꽃과 지향을 받아 주소서.
저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경신덕이 제게 명하는 바를 실천하겠습니다.
하느님께 사랑과 공경과 순종과 감사와 흠숭을 성심성의껏 충실하게 바쳐 드림으로써
저의 경신덕을 사람들 앞에서 확실히 증거하기로 약속합니다.
나의 정원사님,
저의 결심을 받아 주시고,
이 라넌큘러스꽃을 맡겨 드리니 보살펴 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