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멜 수도원에서의 생활
1832년초 여름에 프란치스꼬는 결정적인 선텍을 하였다. 즉 사제가 되기 위해 준비한는 신학교 생활을 그만 두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4년 전에 따놓았던 장학금을 포기하였다. 그는 이미 가까운 장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리고 몇 달 후 또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데레사적 가르멜 수도회(Carmelo Teresiano)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이였다.
1832년 10월 23일에,바르셀로나(Barcelona) 가르멜 수도원에 입회하여 그곳에서 그 해 11월 14일에 착복을하고 예수 마리아 요셉의 프란치스꼬(Francisco de jesus Maria y Jose)라는 수도명을 받고 수련기를 시작하엿다. 그는 이러한 일들을 매우 신중하게 생삭한 끝에 결정하였다. 당시 스페인과 유럽 전역의 사정은 수도생활이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었는데도 그는 자신의 성소에 대하여 의심하지 않았고, 자신이 행한 일로 말미암아 초래될 위험에 대해서도 겁내지 않았다.
프란치스꼬 수사는 레리다에 있을 때에 맨발 가르멜 수도회의 삶에 대하여 알게 되었고, 그곳 수사들과의 교제도 있었다. 또 예언자 엘리야의 상징성과 성녀 예수의 데레사의 행적과 십자가의 성 요한(San Juan de la Crurz)의 관상적 침묵에 깊이 매료되었다. 이러한 것들은 그의 꿈의 대상이 되었으며 이상의 구체적인 모습이 되었다. 그것은 엘리야와 데레사적 열정과 십자가의 성 요한의 관상적 침묵이었다. 그리하여 수련기간 동안이 성인들의 영성을 소중히 여기며 그들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였고, 차츰 그들의 영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갔다. 그가 얼마나 깊이 성인들과 일치하였는지는 돌이킬 수 없는 서원을 한 행위와 역경의 연속이었던 그의 일생을 통하여 자신의 성소에 끈지기게 충실하였다는 것으로써 확고하게 드러나고 있다.
젊은 수련자인 프란치스꼬 수사의 수도생활은 지나치게 고지식할 만큼 엄격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수도수도 생활이 혁명적인 주변환경으로 인하여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바르셀로나 중심부의 람블라스(Ramblas)가에 위치한 성요셉 수도원의 수련소는 혁명적 위기로 가득찬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공동체 생활이 근심스러운 분위기에 놓여 있었다. 그 지역은 매우 심각한 상태에 있었다. 그렇다면 그 사실이 프란치스꼬 수사를 두려워하게 만들었을까?
두려움은 결코 프린치스꼬 빨라우 수사의 삶에 있어서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그의 목숨이 위험에 처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명확한 이상과 고통을 통해 성숙해진 확한 성소 때문이었다.
몇 해 후, 프란치스꼬 수사가 장엄서원을 할 때에는 이미 예상했던 대로 혁명으로 인해 수도원이 폐쇄되어 모든 수도자들이 강제 추방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프란치스꼬 수사는 그 후에도 서원 순간에 그의 영혼을 가득 채웠던 내적 준비를 마음의 준비를 생생하게 간직하였다. 그는 "내가 수도원을 발했을 때, 혁명은 이미 모든 성당과 수도원들을 불태울 횃불을 손에 쥐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닥칠 긴박한 위험을 몰랐다거나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장엄서원으로 나 자신을 봉헌하였고 그 서원에 따르는 규칙을 어떤 인간적인 사건에 구애받음이 없이 내가 죽을 때까지 지킬 수 있으리라고 밀었다."(은수 16-17쪽)고 말하고 있다.
당시는 분명 고난의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프란치스꼬 수사는 그리스도교 신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생활양식을 제쳐놓고 자신이 우선적으로 택하였던 수도성소에 대하여 절대적인 확신을 가졌다. 그는 "나의 삶은 결정하게 된 근본적인 점에 대하여 단 한순간이라도 의심한 적이 있었더라면, 다른 인생의 길을 택하였을 것이며 오늘처럼 수도자가 되어 있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은수 17쪽)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후에 정상들이 그에게 신품을 받으라고 권했을 때, "사제직이 나의 수도서원을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서"(은수 17쪽)라고 말한 후 신품을 받았다. 이와 같이 그는 명확한 내적 신념을 갖고서야 1833년 11월 15일에 장엄서원을 함으로써 자신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였던 것이다.
점차 수도원 생활을 위협하는 검은 구름이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에 가르멜회의 까딸루냐(Cataluna)관구가 여러 도시에 설립해 놓았던 양성신학교에 프란치스꼬 수사와 그의 동료들을 보내는 일이 어렵게 되자, 장상들은 그들을 바르셀로나의 성 요셉 공동체에 머물게 하여 그 곳에서 수도자 양성과정과 신학공부를 마치도록 결정하였다. 프란치스꼬 수사는 이미 레리다 신학교를 떠났기 대문에 중단되었던 사제가 되기 위한 공부에 다시 한번 열중하였고, 1833년부터 1835년까지 신학생으로서의 자기본분에 충실하였다.
프란치스꼬는 1833년 12월 21일 소품들과 차 부제품을 받았고 1834년 2월 22일에 부제품을 받음으로써 한 계단 한 계단씩 그의 목표에 가까이 다가갔다. 가르멜 수도원의 성 요셉 성당에 다니는 많은 신자들은 프란치스꼬 수사가 사제품을 받기 위한 준비과정인 이러한 직무들을 수행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비록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인식하여 그가 지닌 엄숙하고 진지한 태도에는 흐트러짐이 없었으나, 전례복을 입을 때 만은 넘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러나 공부와 수도회 규칙, 사목 실습, 열심한 기도로 엮어졌던 규칙적인 생활의 리듬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혁명과 반종교적인 운동의 물결이 사제직에 대한 프란치스꼬의 희망과 공동체 생활에 대한 이상을 휩쓸어 버렸기 때문이다. 1835년 7월 25일, 난폭한 군중들은 바르셀로나의 수도원들을 습격하고는 불을 질렀다. 성 요셉 수도원의 가르멜 수사들도 수도회의 경우와 같은 너거러운 이웃 사람들의 도움으로 잔인한 죽음으로부터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다. 앞뒤를 구별할 수조차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황급히 피신을 하던 날 밤, 프린치스꼬 수사는 혼자 힘으로는 안전하게 피신할 수 없었던 연로한 수사 한 분을 돕기 위해 뒤에 처짐으로써, 수도서원의 실천을 회피하기보다, 오히려 죽음을 무릅쓴 그리스도인적 용덕과 순교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 사건이 있고 나서 몇년 후, 그는 그 극적인 밤의 기억을 신앙적인, 어쩌면 신비스럽기조차 한 말씨로 회상하곤 하였다. "1835년의 혁명 당시 내가 수도생활을 하고 있던 수도원이 불탔을 때 나는 고작 23세의 젊은이였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분의 얼굴을 너울 없이 맞대면하고 싶은 열망이 너무도 컸기에 화염 속에서 살아남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분이 나에게 오셔서 손을 내밀었고, 나는 수도원의 무너진 잔해 밑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관계22쪽)
그 날, 밤사이에 그의 수도자로서의 삶의 줄은 끊어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것을 다시 이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