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그러자 하늘 왕국의 권품 천사들이 나를 호위하였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울면서 그분 앞에서 내 잘못과 죄를 고백하였다. 그러자 천사들 중 하나가 나에게 다가와서 눈 깜짝 할 사이에 나를 씻어 주고, 상처를 치료하고 군복을 입혀주었다. 그리고 여왕에게 나를 데려가서 말했다. - 이 사람이 당신께 합당합니까?
- 그래, 이 사람은 내가 신임하는 전사들 중의 하나이며, 그가 내 적들과 전투하느라 지치고, 상처 입고, 피로 얼룩진 것을 보니 기쁘다. 마찬가지로, 전투하지 않을 때에, 영광과 은총과 축제의 옷을 입고 사랑을 하는 이로서 내 옆에 있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기쁘다.
그리하여 나는 내 서원들과 사랑과 충실의 맹세를 갱신하였으며, 여왕은 이것들을 받아 주셨다.
2월 19일, 오후
사랑 안에서 평화, 기쁨, 환희
12. 오늘 오후, 나는 매우 슬프고 고통스런 가운데 산에 올라갔다. 그 고통은 아직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의심, 즉 나는 님에게 합당하지 않은 존재라는 생각을 떨어버리지 못한 데서 비롯한 의심 때문이다. 나는 고통스러워하며 그분에게 말했다. "당신이 보시는 그대로 나를 드립니다. 나를 사랑합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합니까?" 하고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비가 오고 있었다. 나는 똑같은 봉헌을 반복하면서 비를 피하려고 숲에 있는 작은 동굴로 갔다.
- 들어오십시오. 한 목소리가 말했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당신이 사랑하는 이입니다.
- 당신이 내 님입니까?
- 나는 당신의 님이며 당신을 사랑하는 이입니다.
- 나를 사랑하는 이?
- 그렇습니다. 당신을사랑하는 이입니다.
- 나를 삼켜버릴 것 같은 이 고통을 없애주십시오.
- 그 고통에 대해 말하십시오.
- 나는 내 안에서 혐오스러운 요소들과 당신을 슬프게 하는 요소들을 봅니다.
- 당신을 혐오스럽게 하고 나를 언짢게 한다는 그것이 무었입니까?
- 내 허물과 불쌍함입니다.
- 내가 그것들 때문에 당신 사랑하기를 그만두리라 여깁니까?
-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내 안에 당신을 언짢게 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이것이 내가 되고 싶은 내 모습입니다.
- 당신의 허물과 불쌍함은 그림자이고 그 위에 하느님의 모상이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내가 바라보고 사랑하는 것은 바로 이 그림자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당신이 싫어해도 당신이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갈 것입니다.그러나 이 연피정 동안에 내가 당신 마음에 굳건한 평화를 심어줄 것이며, 인간사에 흔들리지 않는 기쁨과 환희가 당신 마음에 넘치게 할 것입니다.
- 그런 은총을 나에게 주신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13. - 당신 마음이 겪고 있는 그런 끔찍한 고통의 근본 이유는 당신이 나를 언짢게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있으므로, 요 며칠동안 오후에는 그 이유들을 하나씩 신중하게 성찰하십시오. 만일 그것들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그것들을 없앱시다. 그러나 반대로 만일 나를 언짢게 하는 것이 당신 안에 하나도 없다면, 당신은 사랑 안에서 또 나와 일치한 가운데 굳세고 변함 없이 항구한 평화를 얻을 것이며, 인간으로서는 감히 얻을 수 없는 그런 기쁨과 환희를 누릴 것입니다. 당신이 나와 함께 평화를 누리고 우리가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한, 내가 당신과 함께 살고 다스리는 내적 성전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인간사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러므로 당신 안에 있는 것들을 잘 성찰하고, 만일 그것들이 나를 언짢게 한다고 여겨지면, 우리는 내면에서 그것들과 싸울 것입니다.
- 지금부터 당신에게 그것들을 고백합니다. 모두 두 항목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1866년 2월 22일 오후
사랑을 하는 이(El Amante), 사랑, 사랑 받는 이(La Amada)
역 사
사랑을 하는 이 (El Amante)
14. 나는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다. 사랑은 잿더미 안의 불씨였다. 그러나 금새 불이 붙어서, 21살까지 님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열정적으로 사랑하였다. 21살 때, 내 마음은 참된 사랑이 아닌 것들을 멀리하고, 내 마음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없는 것들을 버렸다. 그 때 나는 끔찍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데, 사랑의 충동을 받아 사랑하는 이를 하느님 안에서 찾아 헤매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 나는 님을 알지 못했고 또 님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 안에서 사랑의 열정은 가만있지 않았고, 마음을 온통 차지할 때까지 해마다 증가하였다. 21살부터 33살까지는,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 내 생명과 피를 바칠 수 있는 기회를 수없이 찾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님을 사랑하였다. 님은 조국 스페인이 치른 내전의 위험 속에서 수천 번 나를 구해 주었다. 나는 님에게 말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사랑이 진실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니 내 피를 받아 주십시오" 그러나 님은 희생 제물을 원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살아있다. 신기하게도, 나는 님을 알지도 못하면서 찾아 헤맸고, 너울을 쓰고 영광스러운 님을 천상 세계에서 보았다. 오직 거기에서만 님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내 생명을 님에 대한 사랑의 희생 제물로 바치고 싶어서 빨리 목숨을 끝내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