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나는 그림자를 더욱 더 유심히 바라보며 눈으로 그림자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살폈다. 여인의 의상은 길게 늘어뜨려 있었고, 하얀 천이였는데 아주 가늘고 곱디고운 실로 짠 천이었다. 허리에는 투명한 순금 띠를 두르고, 어깨에는 넓지만 몸에 착 붙는 끈 혹은 띠가 걸쳐 있는데 양쪽에서 팔위로 내려온 띠의 끝자락은 금으로 장식이 되어 있었고, 하얀 색이었다. 그 띠는 우리가 쓰는 영대처럼 그 여인의 사제직을 표상한다. 여인은 머리카락을 정수리 부분에 아주 예쁘게 틀어 올려 세개의 관 모양을 하여 자연산 진주나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모양은 교회의 삼중관처럼 생긴것이 아니라 하나 안에 다른 것이 있고, 또 그 다른 것 안에 그보다 더 작은 것이 들어 있어 겉으로는 하나로만 나타나지만 모두 투명했으므로 세 개가 다 보였다. 나머지 머리카락은 두 갈래로 땋아 등 뒤로 늘어뜨렸다. 그것은 빗질해서 생긴 그대로 자연스럽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머리카락 한올도 흐트러지지 않게 차분히 틀어 얹은 모양은 머리에 있는 가장 순수한 지성과 창조되지 않은 지혜의 생각을 표현한다. 오른손에는 금으로 된 홀을 쥐고 있었는데, 홀의 끝에는 온통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작은 십자가가 있다. 왼 손에는 목자의 지팡이를 쥐고 있었으며 그것 또한 금이었다. 얼굴은 하얀빛처럼 희었으나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순수한 홍조를 띤 흰빛이었다. 온 몸의 살결은 곱고 탄력이 있으며 얼굴 피부는 가장 순수한 수정같이 투명했다. 코는 아름다웠고 이는 희고 가지런했다. 여인의 외모 전부가 하느님의 딸임을 드러내었다. 그 아름다음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완벽함이 첫 눈에 전부 드러내었다. 여인은 두 눈을 항상 내려뜨고 있었고 말 할 때만 나를 쳐다보기 위해 잠시 위로 치켜들었는데, 그 눈길은 거룩한 사랑의 불꽃으로 내 마음에 불을 붙이고 상처를 내어 죽게 하였다. 목소리는, 아무리 둔하고 무감각한 사람조차도 기쁨에 겨워 죽을 정도로,참으로 달콤하고 부드럽게 귀와 가슴에 다가왔다.
36. 나는 더 주의 깊게 여인의 전체 모습을 보며 혹시 그에 어울리지 않는 티나 흠이 있나 살펴보았으나 그분의 현존으로 상처 입은 마음은 다음과 같이 되풀이 할 뿐이었다. "당신의 모습 전체가 곱고 아름답습니다. 당신에게는 흠도 티도 아떤 불완전도 없습니다!" 여인은 서른 세 살 가량의 한창 나이였다. 키는 보통이었으며 몸은 제비처럼 날렵하고 모든 것이 감탄할 정도로 균형 잡혀있었다. 늘 건강하고 어떤 병도 앓은 적이 없었다(아가 4,7) 그분을 유심히 바라본 후에 나는 외쳤다.
- 그러면 당신은 로마 교회입니까? 당신은 지상에서 투쟁하는 하느님의 딸입니까?
- 예, 그렇습니다.
37. - 죄가 당신의 지체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까?
- 죄는 내게 속해 있지 않습니다. 더러운 세상의 것은 어느것이나 다 내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것입니다.
- 인간들은 당신 몸의 일부분이 아닙니까?
- 인간이 하느님에게서 받아 가지고 있는 것은 내 살 중의 살이요, 내 몸의 지체들입니다. 그러나 죄지은 그들 안에 있는 것은 그들과 마귀들에 속한 것입니다.
- 당신은 항상 아름답습니까?
- 그렇습니다. 항상 아름답고 항상 동정녀일 것입니다.
-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을 보니 당신은 양치는 여인이군요?
- 나는 아버지께서 맡겨주신 가축을 돌보는 라반의 딸입니다(창세 29,6-9)
- 가축은 어디에 있습니까?
- 온 땅에 퍼져 있습니다.
38. - 당신은 어디에 거주지를 두고 있습니까?
- 숲과 사막입니다. 내 양떼가 있는 곳에 내가 있습니다. 나는 큰 도시들 한 가운데에 있고 마찬가지로 사막과 수도원에도 있습니다.
- 이 고독 안에서 무엇을 찾습니까?
- 당신을 찾습니다.
- 내가 당신과 함께 가기를 원하십니까?
- 앞으로 나는 당신과 헤어지지 않을 것이며, 당신도 나와 헤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또 당신은 나와 함께 있을 것입니다.
- 우리의 거주지는 어디에 있습니까?
- 내 거주지는 아버지이신 주님의 성전에 있습니다. 나는 거기 제대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밤낮으로 제대 위에 머리를 누이며, 제대에는 나를 사랑하고 바라는 이들과 결합하는 거룩한 신방이 있습니다. 각 사람에게 사명을 주고 다스리는 여왕인 내 옥좌가 거기에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나를 보는것을 허락했습니다. 인간의 조건을 지닌 당신에게 가능한 벙법으로 나를 보게 한 것은 당신이 인간의 후손들에게 내 아름다음을 드러내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나를 따라오십시오. 내가 당신의 길동무가 되겠습니다.
- 복되어라, 얼마나 좋은 길동무인가! 만일 인간의 자손이 당신을 보게 되거나 살아있는 동안 단 한번이라도 당신이 그들을 사랑으로 바라본다면, 아, 그들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게 될까요! 당신은 더없이 아름답고 무한히 사랑스런 여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