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여명이 눈부시게 번져올 무렵 나는 아침 기도를 하다가 감미롭고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깨어날 때 리브가가 내 옆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어나십시오.” 나는 일어났다.
- 준비하십시오. 오늘 미사성제 때에, 보편 교회인 당신의 신부를 대표하는 동정녀 마리아께서 그곳에 계실 것입니다. 미사성제 때에는 실재가 있으며 거기에 당신 신부의 옥좌가 있습니다. 이런 성사적 결합과 일치 중에 참되게 영적 혼인을 하려면, 당신이 자신을 님에게 내어줌과 그분이 자신을 당신에게 내어줌이라는 두 가지 행위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거룩한 희생 제사에서 축성 기도문을 바치기 전까지 미사는 어린양의 장엄한 결혼 예식을 위한 준비에 지나지 않습니다. 축성 기도문을 바침으로써 제대 위에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있게 되면, 당신은 님을 경배하며 자신을 바치고 드리고 내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통째로 내어준다는 표시로 당신은 주 하느님을 경배하면서 스스로 복종합니다. 영성체 시간에 님은 자신을 당신에게 내어줍니다. 즉 당신에게 자기 몸을 주고 자기 피를 주며, 이렇게 줌으로써 자신을 전부 내어줍니다. 그러니 매일 미사성제 중에 당신의 님과 결합하는 일을 갱신하십시오.
- 그것을 지키겠습니다.
7월 1일. 동틀 무렵 산에서
치열한 싸움. 승리
21. 엄청나게 힘센 태풍이 무섭게 불어와 산 밑동을 뿌리째 뽑으려는 듯 산을 들이쳤다. 그런데도 산은 꼼짝도 않고 의연하다. 태풍 가운데 있는 내 영혼에게, 지금까지 무척 억제하여 왔던, 반역 무도한 생각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이미 어제 저녁부터 거짓 영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려고 있는 힘을 다해 내 주위를 둘러쌀 채비를 하였다. 이 거짓 영 때문에 이십 년 이상 괴롭힘을 당한 아픔이 되살아났다. 그때 하늘에서 어떤 특별한 힘과 도움이 내게 내렸다. 산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전쟁입니다. 무장하십시오. 그러나 두려워하지는 마십시오. 당신이 승리할 것입니다.” 나는 일어서서 적을 기다리며 그 오랜 세월 나를 괴롭혀 왔던 거짓 영을 마주 보았다. 나는 하늘의 도움에 의지하며 싸우기 위해 온 힘을 모았다.
22. 천둥소리와 무서운 모양으로 위협하던 한 무리의 먹구름 뒤로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젊은 여전사가 동쪽에서 오는 것이 보였다. 거대한 하늘 군대와 왕자들이 여전사를 뒤따르고 있었고 그들이 도착하자 폭풍우가 그치고 사위는 고요해졌다. 나는 서 있었지만 적의 속임수가 두려워 왼손은 바위를 짚고 오른손은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다. 이렇게 전투사 채비를 하고는 나를 향해 오는 여인에게 명령했다.
- 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이 살아 계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명령하나니, 여인이여, 당신이 누구인지 말하십시오.
- 나는 유딧입니다.
- 어디로 가는 겁니까? 당신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 나는 당신과 연합하여 땅과 지옥의 세력, 나와 당신에 대항하여 뭉친 세력과 맞서 싸우기 위해 왔습니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23. 해가 떠올라 여인를 둘러쌌던 어둠이 물러가면서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딸, 거룩한 지상 교회가 나타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였다. 내 인지 능력을 다해서 시선을 집중하고 보았더니 여인의 엄청난 힘과 재주와 능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인을 수행하던 왕자들 중의 하나가 내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나는 거룩한 도시를 차지한 사탄들을 붙들어 맬 것이다. 그들이 패배할 때가 다가왔으니, 이제는 더 이상 너를 사적으로 억압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끈기와 충실로써 승리했다.” 젊은 여전사는 놀라운 영광을 입고 있어서, 마치 여명을 제치며 들어오는 태양을 입은 구름처럼 쳐다볼 수가 없었다. 머리에는 보석으로 장식한 황금 왕관을 쓴 것이 보였는데, 그 보석의 빛줄기는 마치 수많은 별들처럼 생생하고 매우 반짝거려서,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아침의 태양 빛이 오히려 어두울 지경이었다. 왼손에는 꼭두에 보석으로 만든 조그만 십자가를 단 금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불 칼을 들고 있었는데, 불 칼에서는 불꽃이 번갯불과 벼락으로 변하여 튀어나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