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빌라도는 예수님을 죽이거나 어떤 벌을 주어야 할 아무런 이유를 찾지 못했으므로 원수들의 손에서 그분을 빼내기 위해 예수님께 매질하라고 군인들에게 넘겼습니다. 백성이 그분에게 동정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군인들은 예수님의 옷을 벗기고 단단한 밧줄로 관저의 기둥에 묶어 폭력과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매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위엄하신 하느님을 비웃기 위하여 상처 난 어깨 위에 낡고 찢어진 주홍색 용포를 입혔습니다. 그분의 손에는 홀의 표시로 갈대를 쥐어 주었고 그 분의 머리에는 예리한 가시로 된 관을 씌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앞에 무릎을 꿇게 하여 유다인의 왕으로 왕좌 대신에 낡은 의자에 앉게 하고 야유적인 비웃음으로 인사를 하며 거칠게 뺨을 때리고 머리 위에 있는 가시관을 때렸습니다. 그들의 분노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그렇게 비참한 상태에서 벌 받는 예수님의 모습을 그 백성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분노한 유다인들은 만족하기는커녕 더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습니다.그자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루카 23,21; 요한 19,6〕
68. 열정으로 가득 찬 데오필라님, 당신은 여기서 스페인의 종교 소송을 재판하기 위해 하느님의 법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불러내어 청하고, 그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며 이렇게 말하십시오.이 나라는 정말 죄를 지었습니다. 그 죄로 고통을 주는 채찍을 당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마땅합니다. 그러나 정의로우신 하느님의 표적으로 스페인 대신에 예수님을 내세웁니다. 오, 재판관의 분노에서 해방되기 위해 스페인에 내려질 마땅한 벌과 고통이 폭우처럼 예수님 머리 위에 내립니다! 이 나라가 마땅히 받아야 되는 모든 채찍이 예수님의 등에 내리도록 스스로 감수하시고 사랑으로 받아들이시는 것을 보십니까? 좋으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빚을 갚아 주시는 것을 보십니까? 우리의 고관들과 통치자들과 법을 다스리는 이들과 백성과 그 밖의 신하들과 통치 받는 사람들의 교만과 욕심과 다른 여러 잘못을 충분히 보상해 주십시오.”
69. 빌라도는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에 빠지지 않고서는 예수님을 해방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보고, 약한 마음으로 법정에 앉아서 예수님이 무죄인 것을 알면서도 십자가의 처형을 판결했음을 생각하십시오. -스페인 백성은 하느님의 법정에서 그들의 죄로 재판 받았으며, 이 세상에서 버림받고, 믿음을 잃어버리고, 불경함과 이단의 어두움의 권세에 넘겨졌고 결과적으로 지옥의 감옥에서 영원히 버림받는 벌을 받았다고 재판관님에게 말씀하십시오.- 또한 예수님께서 이 법정에서 저 법정으로 끌려 다니시고 거짓 죄로 소송을 당하셨으며, 우리가 우리 죄로 버림받지 않고 교회의 자녀들이 충만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법정에서 십자가의 끔찍한 죽음의 선고를 받은 것을 보시라고 말씀하십시오.
70.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계신 예수님을 관상하십시오. -그분을 둘러싸고 있는 사방의 많은 고통과 괴로움이 더해졌습니다.- 이런 무거운 십자가로 그분은 세 번이나 땅에 쓰러졌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정의에서 나오는 모든 짐을 당신 어깨에 메고 계신 오, 나의 예수님! 이 무거운 짐이 얼마나 당신을 짓눌렀는지요! “그렇지만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이사 53,4 이하] 정의의 아버지께 우리를 대신해서 우리나라의 죄로 인한 빚과 또 지게 될 모든 빚을 갚아 주셨습니다.
71. 예수님께서 갈바리아 산에 도착하셨을 때, 그분의 옷을 벗기고 머리에 가시관을 씌워 네 개의 굵은 못으로 예수님의 몸을 십자가에 박으니 피가 강물처럼 흘러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을 거슬러서 승리를 얻었다고 생각하여 승리의 깃발처럼 그분을 공중에 세웠습니다. 오, 거룩하신 재판관님! 지옥은 스페인의 교회이신 예수님의 신비체에 아주 깊은 상처를 내었기에 하늘에서 도움이 빨리 오지 않으면 출혈로 인해 죽게 되어 무덤에 묻힐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그분의 몸에서 교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네 개의 향유(香油)의 샘이 어떻게 샘솟게 하시는지 보십시오. 오, 귀한 향유여! 오, 고통 받는 나의 어머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유일하고 효과적인 약이여! 오, 두려우시고 엄위하신 재판관님, 들어주십시오. 카인을 대항한 그의 동생 아벨이 흘렸던 피의 외침보다 우리를 위해 당신 아들이 외치는 더 큰 소리를 들어보십시오. 들어보십시오. 그러면 절망에 빠진 당신의 백성을 위한 자애로운 아버지의 마음이 되어 재판관의 모습을 버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72. 예수님은 숨을 거두시기 전에 “이제 다 이루었다.”〔요한 19,30〕라고 하셨습니다. 구원의 사업을 다 이루었습니다. 이제 이 세상은 구원받았습니다. 지옥의 권세는 이제 무너졌습니다. 죄로 인한 빚은 다 갚았고 하느님의 정의는 보상 받았으며 나의 아버지의 의노도 풀렸습니다. 영원하신 아버지,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나무에 오르시어 팔을 펴시며 신부이신 교회를 안으면서 노예 상태에서 빼내었습니다. 예수님의 피로 교회의 상처를 치유하시고 교회의 허물을 눈보다 더 희게 씻으셨습니다. 다 이루었습니다. 이제 구원사업은 다 이루었고, 아버지께서는 만족하셔야 합니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예수님께서 말씀 하십니다.-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 마르 15,34〕아버지, 이 십자가에서 극심한 죽음의 고통에 버림받은 저를 보십시오. 사라진 저의 제자들 중 어느 누구에게도 위로 받지 못하고, 어머니의 고통이 제 마음에 고통을 더해 주기에 저의 어머니한테서도 위로 받지 못하고, 나의 아버지, 당신한테서도 위로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영적인 도움에서 멀어지면서도 저의 백성을 버리지 않도록, 불경한 악당과 이단의 짙은 어둠 속에 넘기지 않도록 이 모든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아버지, 저의 유일한 신부인 교회를 구원해 주십시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의로우신 아버지, 같은 잘못에 벌을 두 번 주는 것은 당신 정의의 법에 맞지 않습니다.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채찍들을 제 등으로 맞음으로 끔찍스런 채찍을 받아야 할 그들의 죄들을 용서해주십시오. 저에게 충분히 벌을 주셨으므로 더 이상 그들에게 벌을 내리지 마십시오. 그들 때문에 당신 마음에 드는 당신의 외아들이 당신한테서 버림받았기에 그들은 버리지 마십시오. 당신 정의가 요구하는 것은 이제 보상되었고 그들의 모든 빚을 제가 당신께 갚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살아 있고 순수하며 거룩하고 깨끗한 성체로 당신께 저 자신을 봉헌합니다. 이것은 그들이 당신께 드리고 또 제가 그들을 위해 주는 값입니다.
저의 고통과 괴로움, 저의 몸과 피, 제 영혼과 신성(神性), 잉태 때부터 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한 모든 일들이 교회의 구원을 위한 값입니다. 스페인에 있는 저의 양떼들 중 한 무리는 불경한 자들의 손톱에서 저의 피로 이미 구원되었습니다. 그들이 저지른 죄로 제 유산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면, 그들을 위해 저의 피로 얻은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이 백성을 위해 저의 피를 봉헌합니다.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고개를 숙이시고 숨을 거두셨다.[루카 23,46]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 나왔다.[요한 19,34]
73. 거룩한 희생제사인 미사 시간에 성령께서 빛을 주시어 오랫동안 이와 같은 묵상으로 기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사 시간에 예수님의 신비적 죽음에 대해 묵상하는 것을 잠시라도 그만 두지 마십시오. 예수님의 신비적 죽음은 당신의 간구를 들어주고, 그 죽음에서 힘을 얻어 승리를 노래할 것입니다.
미사가 끝난 후에 영혼은 재판관에게 자기 나라의 죄로 인한 속죄를 하면서 그들의 소송을 계속해서 변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