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론
55. 지금까지 우리는 복음 선포의 본질에 관한 계획 제2부의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대도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 복음과 교의, 교의를 제시하고 가르치는 교회의 무류성에 속하는 교의들을 전체 과정으로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그 형식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우리가 복음을 선포하는데 있어서 한 형태에 한정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영감을 주시는 대로 주변 상황에 따라 교육 형태를 신중하게 채택했습니다. 또한 어떤 교육 형태를 선택할 때에는 먼저 우리 직분에서 더 많이 결실을 얻을 수 있는 형태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우리가 선택한 것은 학교 형태였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학교 형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토론과 사고의 자유
56. 우리가 성령의 설교대에서 스페인 청중의 상태에 대해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때, 참으로 기이하고 이상한 현상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본 것이 무엇입니까? 우리는 스페인이 온통 학교로 변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꼴사나운 곳에서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우리의 거룩한 종교의 신비에 대해 아주 터무니없는 형태로 토론하며 반론을 제기하고 방어했습니다. 사회의 상류층을 이룬 사교계에서, 농부의 누추한 오두막에서, 소박한 직공의 일터에서, 광장과 공원에서, 제빵소와 빨래터에서 삼위일체와 그리스도의 강생에 관해, 천국과 연옥과 지옥에 관해 사제직과 그 직분에 관해, 교회와 그 특성들과 무류성에 관해 토론과 논쟁과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현상을 목격하였습니다. 그곳에선 신성모독과 모욕적인 저주와 풍자에 대해 이단논법, 양도논법, 삼단 논법을 이용하여 빈정거렸습니다.
57. 이렇듯 처참한 사실을 보면서, 불운한 학교가 그에 맞는 합법적인 장소와 환경으로 옮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싸움과 결투를 피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정식 승인을 받은 형태를 갖추어 좋은 쪽으로 바뀌기를 원했습니다. 이 학교는 있어야 할 곳으로 이전하였습니다. 진리의 설교대에서는 우리 종교의 신비의 신빙성에 대해 가르쳤고, 하느님의 성전에서는 토론을 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우리는 진리를 설교하는 이가 토론을 회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행동으로 대면하기 위해 학교라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사이비 가톨릭 언론은 우리가 싫증날 때까지 다음과 같은 말을 날마다 반복합니다.
“오만한 당신들은 자랑스럽게 인간의 가장 숭고한 능력인 판단력과 개념과 생각을 자유롭게 숙고하여 표현하는 자유를 빼앗고 있다. ‘로마가 말했다(Roma locuta est).’라는 말로 우리의 자유를 빼앗아가고 싶어 한다. 여러분의 칠 흙 같은 믿음으로 문명의 빛을 가리며, 학문과 예술의 진보와 발전을 가로막으려 한다. 당신들은 반계몽주의고 무지한 백성이다. 그러기에 해석과 논쟁의 싸움에서 오는 두려움으로 도망치려 한다.“
우리는 형식적이고 공적인 방법으로 우리에 대한 사실을 왜곡하여 모욕적으로 우리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그들의 주장이 거짓임을 밝히기 위해 교육 계획 제2부에 제시한 방법으로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무신론이 주장하는 이유를 뒤집을 것입니다. 오류는 빛이 아니라 어둠입니다. 무신론은 토론을 두려워하며 도망칩니다. 그들은 가톨릭의 진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만으로도 멸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덕행학교가 이성의 한계 안에서 사고의 자유를 받아들여 교육적으로 토론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자유 논객들은 우리를 먼저 공격했습니다.
58. 스페인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토론(La Discusion)>지에서는 동일한 정치색을 띤 여러 신물들이 이 주제에 대한 내용으로 수차례 말한 것을 발췌했습니다. 1858년 7월 20일자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교회는 원하지 않더라도 독립을 하거나 혹은 민주당에 맞서는 모든 적대 행위를 포기해야 한다.(역주: 당시 스페인 교회와 정치는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오늘날 교회의 미래로서 가장 아름다운 희망이 되어야 했다. 다시 말하면, 사실 성직자들은 민주주의 원칙 안에서 사고할 수 있는 절대 자유 덕분에 자신들의 교의를 부정하거나 다른 식으로 해석하는 이들에 맞서 활기차고 격렬하게 투쟁할 것이다. 아마도 사제들은 그 싸움을 통해 자신들의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극을 받지 않겠는가? 스페인 교회는 망상에서 살면 안 된다. 교회는 방향을 잃고 뒤쳐져 있으므로 현대 철학의 논증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 도처에 이단이 퍼지고 있다. 교회는 이를 감추기 위해 아무 이익도 없는 파문을 내리는 일 외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교회는 이단을 침묵시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토론보다 다른 온갖 수단을 사용하고, 교회에 던져지는 질문에 맞서기보다는 오히려 두려워하며 교의에 대한 믿음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 무지함은 사제들 뿐 아니라 주교들에게도 있다. 주교들의 문헌을 보면, 모든 가톨릭 지식인들이 저질러 놓은 부끄러움을 감추는데 급급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문헌에는 자기 분노의 대상을 평가하기 위해 강한 어투를 사용하고 있으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유에서도 서로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모순이 보였다. 가톨릭 주교들은 현대 철학 체계에 대한 무지를 숨기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철학을 경멸하고 있다. 가톨릭 주교들은 날마다 수많은 신자들을 이단에게 빼앗기고 있으며 자신의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교회가 무거운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싸움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 있는 교회는 강적들에 맞서 끊임없이 치열하게 싸움으로써 이보다는 더 학식이 있다. 인간은 투쟁을 통해 성장하고 투쟁은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필요하다. 싸울 대상이 없다면 치명적으로 기면의 상태에 빠지기 쉽고, 지적 능력을 잃어버리고, 인간의 조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도 생각하지 않게 된다. 오늘날 스페인 교회에서 투쟁 이외에 어떤 것이 더 필요 하겠는가? 투쟁을 하지 않는 것이 결국 교회의 쇠퇴를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59. 절도와 살인에 대한 자유는 인간에게 있으며, 이는 모든 법률에 의해 주어진 권한입니다. 그럼에도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 행위입니다. 악한 것을 생각하는 자유 역시 우리의 고귀한 권한이며, 그릇된 판단을 하고, 파괴적이고 추잡하며 불경한 생각을 게재하는 것 역시 자유이지만 이를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가 됩니다. 교회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존중하지만 모든 시민의 권리를 억압하고 남용하는 것을 제지합니다.
b. 그리스도교 윤리의 신성함
60. 이것은 우리가 교의를 두고 두 부분으로 정리하여 분류한 것입니다. 그것은 신앙심이 없고, 믿음에 대한 확신이 없으며, 무신론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가르치는 사명을 맡은 우리의 직분을 완수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여러 상황에 따라 교의와 신심행위와 종교 행사를 수행하였습니다.
우리가 다룬 문제에 대한 관점을 알려 주기 위해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덕행학교를 재건하려는 잇속에서 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앞서 나는 우리가 한 설교가 가능한 여러 형태에 구애되지 않았음을 말했습니다. 그것은 오직 우리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언급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