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가르멜 성소와 관상 성소
10. 내가 수도서원을 발했을 때, 혁명은 이미 모든 종교 건물들을 불태울 횃불과 종교 건물들에 피신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암살하려고 매서운 단도를 손에 쥐고 있었다. 나는 내 자신에게 닥칠 긴박한 위험을 몰랐거나 그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어떤 인간적인 사건에 구애되지 않고 수도 생활의 규칙을 죽을때까지 지킬 수 있다고 믿었으므로 장엄서원으로 수도 생활을 약속했다.
가르멜 안에서 살기 위해서는 오직 한 가지만이 필요하였는데 그것은 곧 성소였다. 수행자나 은수자나 은둔자로 살기 위해서 이내 무너지고 말 건물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았고, 어느 땅이든지 내가 머물 수 있는 동굴을 충분히 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었으므로 스페인 산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전에도 확신하고 있다. 사회의 정치적인 혼란이 내 서원을 지키는데 있어 장애가 될 수 있음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또 다른 면에서 수도 생활이 보편 교회와 그 지체들로부터 인정받는 일이 중지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11. 이런 생각으로 나는 죽을 때까지 충실하게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의무를 다하는 데에 한 순간도 흔들리지 않았다. 만약 어느 순간 내 수도 신분을 받아드리는데 필요한 매우 본질적인 점에 대해 의심을 했더라면 오, 아니 확실히! 나는 지금 수도자가 아닌 다른 생활양식을 따랐을 것이다. 장상들이 내게 사제서품을 받아야 한다고 알려 주었을 때 나는 전혀 교구사제 성소를 한 번도 느끼지 않았으므로 교구 사제로서 수도원을 떠나 살아야 한다고 했더라면 나는 결코 사제직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설득시켜 교구 사제가 되게 했더라도 수도서원으로부터 나를 멀어지게 할수는 없었을 것이다.
12. 스페인 혁명가들이 수도원에 있는 우리를 암살하러 손에 단도를 쥐고 들어왔을 때에도 나는 결코 놀라지 않았다. 한 번은 섭리의 손길이 나를 보호해 주어 무사히 살아났을 때에도 수도 서원의 규칙을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따르려고 결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