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나는 동굴속으로 들어가 비몽사몽 중에 달콤한 대화를 나누며 밤을 꼬박 샜다.
1867년 베드라 3월 28일 아침
사랑, 마음, 사랑하는 이, 사랑 받는 이,
사랑을 하는 이들의 하느님 아버지, 우정, 약혼,
산, 고독, 산에서 내 길동무들
12. - 일어나십시오. - 한 밤중에 내 길동무가 말했다. - 동굴에서 나가십시오.
- 나는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풍랑은 잠잠해졌다. 니는 얼마나 행복한가! 밤에 혼자 있고, 어떤 인간도 대회에 끼여들 수 없음이 확실하다. 오, 나의 비둘기여, 이 황홀한 순간들을 얼마나 원했는지! 밤에 활동하는 새들과 산 그림자 외에 다른 목격자는 없고 우리만 있습니다! 이제 내 마음을 해방시켜 주십시오. 님이여, 내 말이 들립니까? 내 탄식과 한숨과 탄원이 이 깊은 고독을 방해하기나 한단 말입니까? 님이여, 당신은 귀가 있으니 내 말을 들을 수 있지요. 경청하고 있습니까?
- 나를 믿으십시오.
- 나의 비둘기여, 믿도록 나를 도와주십시오.
- 귀 기울이고 있으니 말하십시오. 당신의 사랑하는 이가 듣습니다.
- 내 역사를 말하려고 합니다.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고통은 사라지고 나는 해방되겠지요.
13. 하느님께서 내 마음을 창조하실 때 숨을 불어넣으며 마음을 충동하는 하나의 법을 새기셨는데, 이 법은 "사랑하라"고 내게 말합니다. 내 마음은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다만 사랑으로 살기위해 하느님 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나는 이 수수께기을 알지 못했습니다. 내 마음은 어릴 때부터 열정이 커갔고 열정적으로 사랑했는데 이것은 내게 고통이요 괴로움이었습니다. 나는 당신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었고 알지도 돗했으며, 당신이 존재하는지도 몰랐고 나와 함께 통교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 내 마음은 어린 시절에 이미 보잘것없는 작은 배의 닻을 올렸고, 온갖 역풍에 시달리며 방향을 잡지 못했습니다. 오! 창조되지 않은 아름다움이시여, 왜 당신은 그때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나는 당신을 알지도 못한 채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젊음의 날개를 펼치던 시절엔 열정이 더욱 증가하였고 그 결과 고통도 늘어났습니다. 당신 없이 나는 얼마나 불행했으며 또 내 인생은 얼마나 무미했는지요! 내 마음은 엄청난 공허를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곳에 당신은 멊었고 아무 것도 당신을 대신할 수 없었으며 지상의 아름다움으로는 마음의 작은 한 귀퉁이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당신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름답고 좋고 사랑스러운 감각적인 것을 쫓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름다움에 집착할 때 마음은 만족하지 못했으며 더 갈증을 느끼고 사랑의 불꽃은 더욱 더 타오르기만 했습니다. 내 젊은 시절은 이렇게 당신을 알지 못한 채 그림자처럼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러나 지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내가 찾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였습니다. 그것들은 단지 내 마음의 타는 불꽃을 휘젓는 짓밖에 되지 않았고, 나는 어떤 쉼이나 진전도 없이 고통만 더욱 커졌으므로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래서 혹시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해서 수도원으로 갔습니다.
14. 비록 캄캄한 어둠 속이었지만 당신을 찾았습니다. 오직 한없는 아름다움만이 내 마음의 열정을 만족시키고 잠잠케 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당시 나는 그분이 당신인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당신이 없는데서 느끼는 고독은 사랑의 열정을 식히기는커녕 오히려 고통만 더해 주었습니다. 수도원에서 내 마음은 넓어지고 사랑의 불꽃이 강하게 타올랐습니다. 그런나 당신을 알기가 마치 낮선 사람을 아는 정도뿐이어서 시끌벅적한 세상 가운데서보다 수도원의 고독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때의 당신은 바로 지금의 당신이 아니었습니까? 당신은 내 비탄의 한숨이 성전의 천장과 수방의 고독과 침묵에 묻혀 반항하지도 못하고 사러져 버리는 것을 어떻게 견딘단 말입니까?
15. 그때부터 내 고통을 덜어주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었는데, 그것은 그 시대에 맹렬하게 타오른 혁명의 불꽃 속에서 희생제물이 되어 죽는 소망이었습니다. 나에게는 타오르는 불길과 사형 집행인의 칼날과 잔인한 인간의 칼보다 내 마음에 넘쳐흐르는 사랑의 내적 불꽃이 더 끔찍했습니다. 비록 당신을 알지 못했어도 나는 분노와 복수의 시대에 희생 제물로 자신을 봉헌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보다 수천 배나 더 잔인한 다른 순교를 준비하고 있었으므로 수천 번 내 생명을 구해 주었습니다.
16. 힘이 왕선한 시기에 당신의 명예을 위해 죽으려는 희망이 사라지자, 사람들 속에 살면서 내 마음 안에 불타는 사랑의 불꽃을 감당할 수가 없어 한창인 나이에 광야에서 고독하게 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거기서 당신을 불렀으나 당신은 내게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산 속에서, 숲에서, 외떨어진 바위 위에서 당신을 찾았으나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고독한 산 속에서 당신을 찾으려고 내 중년의 정열은 시들어갔습니다. 봄날의 아름다운 아침에, 여름 날의 한가한 오후에, 겨울날의 매섭게 추운 밤에 동굴 속에서, 여름날의 적막한 밤에, 산꼭대기에서 당신을 찾았으나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아! 그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나는 알지 못했고, 바로 내 안에 있었는데 그토록 먼데서 당신을 찾았습니다! 왜 당신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17. 40년 동안 찾아 헤맨 끝에 마침내 당신을 발견했습니다. 당신이 나를 만나러 다가왔기에 나는 당신을 발견했고, 당신 자신을 알게 해주었기에 당신을 발견했습니다. 만약 나에게 당신 자신을 계시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렇게 당신과 통교도 못해보고 이 죽을 운명의 사람들 가운데서 사라졌겠지요. 그리고 나서 하늘에서 너울 없이 당신을 본다면 나는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 만일 나를 몰랐다면 왜 나를 찾았겠습니까? 나를 찾지도 않고 어떻게 나를 발견할 수 있었겠습니까?
- 내님이 내게 물었다.
- 내 마음은 무한한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에 대한 관념은 혼돈을 줄뿐이었습니다.
그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찾았습니다. 왜 좀 더 일찍 당신을 알게 하지 않았습니까?
18. 나는 무한히 아름답고 선하며 사랑스럽고 즐겁게 하는 객체(objecto)입니다. 나와 비교한다면 인간의 마음은 아주 미미해서 이 엄청난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여러 모양과 방법으로 나를 제시하고, 지금은 거의 너울을 벗은 모습으로 나를 알립니다. 당신은 이제 관념이나 형상이나 표상 또는 심상으로 내 현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준비했어도 당신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엄청난 객체 앞에서 인간은 아주 미미한 존재입니다. 나는 하느님이며 당신의 이웃입니다. 나는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 교회의 윤리적인 몸입니다. 이 몸의 지체들은 모두 영광에 불림을 받았습니다. 이 윤리체는 참으로 위대하며 인간의 지성으로는 이해 할 수 없고 관념이나 표상 또는 심상으로나 간신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려면 지성을 아직 더 넓혀가야 합니다. 그 작업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협력으로 시간을 두고 조금씩 이루어집니다. 나에 대한 관념과 이론 또는 심상을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마음은 넓어지고 사랑으로 나와 일치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 또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 장엄하게 나 자신을 인간에게 선포하고 알려주며 공적으로 계시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은 은총의 법이 무엇이라고 합니까?
- "하느님께서는 무한히 선하시니 그분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여라,"
- 좋습니다. 그 법에 따르면 사랑의 대상(objecto)은 무엇입니까?
- 하느님과 이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