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라, 1867년 3월 27일 아침
산꼭대기를 덮은 하느님의 영광
영광스런 그림자
5. 아름다운 봄날 아침이었다. 날이 밝아올 즈음 내 님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잠깼다.
- 나와 함께 갑시다. 이 산 꼭대기로 올라갑시다.
따라 가는데, 다리에 너무 힘이 없어 나는 아주 천천히 올라갔다. 내 자신을 의심하고, 내 사랑의 대상과 내가 맺는 관계가 진실한지 의심이 나서 괴로웠다. 비참한 내 신세가 나를 맥빠지게 했다. "오! -나는 님에게 말했다- 당신은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겠지요!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왜 이렇듯 많은 고통 속에 나를 내버려두십니까? 나를 사랑한다면 왜 이토록 비참한 상태에 나를 내버려두십니까? 이 지상에서 나는 당신에게 무슨 쓸모가 있습니까? 여십시오. 순결한 동정녀여. 당신의 가슴을 열어 이 비참한 인간을 팔에 안아주십시오."
6. 잠깐 휴식을 취하려고 바위 위에 앉아 있는데 하느님의 영이 내 위에 내렸다. 갑자기 나는 무적의 전능하신 이와 아주 격렬하게 씨름하기 시작했다. 미카엘 대천사와 하느님 왕국의 모든 천사가 싸움에 참여했다. 이 싸움의 목적은 비밀이며 위대한 신비이다. 하느님의 판단은 얼마나 깊으신지! 하늘의 최고 법정에서는 국가들이 마귀와 죄의 노예가 된 원인에 대해 토론했다. 그리고 국가를 마귀에게 노예로 넘겨준 최고의 판관과 싸움이 있었고, 나라들이 계속 불신앙 중에 있도록 보호해 주는 강력한 군대에 대항해 싸웠다(루카 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