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이렇게 말하고는 산에 있는 모든 구름을 모았다. 한 소리가 들려와 말씀하시는데, 성부의 음성이었다. "이는 내가 지극히 사랑하는 딸이며 너의 딸이다. 이는 내 아들의 신부이며 너의 신부이다. 이제 너는 그 영광을 보리라" (마태 17,9; 마르 9,9-10; 루가 9.36).
태양이 (물리적으로) 구름과 부딪히니, 무지개 주위에서 내 그림자가 영광스런 형태를 뛰고 나타났다. 나는 이 현상이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위치를 바꾸었더니 그림자가 나를 따라왔고 무지개도 그림자와 함께 움직였다. 이 현상이 한 시간 정도 지속되었다.
- 그림자여, 당신은 누구십니까?
- 나는 당신 안에 있습니다 -그림자에서 생겨난 목소리가 말했다- 그림자는 내 현존과 함께 당신 안에 새긴 내 모습입니다. 나와 내 모습 또는 그림자, 이 모두는 하나 입니다. 영광은 내 것이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내 영광을 당신 육안으로 보게 해주는 것은 당신의 약한 믿음을 부끄럽게 하고 불 신앙을 꾸짖기 위함입니다.
- 내 비둘기여, 그러지 마십시오. 육안으로 보이는 당신의 외 적인 영광은 나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당신 현존 앞에서
태양은 어둠이며 낮은 어두운 밤이기 때문입니다.
베드라 3월 27일 오후
산에서의 풍랑. 하늘에서는 전투
유딧과 홀로페르네스, 교회와 마귀(유딧 6,15)
9. 사나운 바다가 산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듯 으르렁거리지만, 파도는 단단한 바위에 부딪쳐 거품으로 흩어지고 만다. 바다가 다시 사나와지더니 성난 파도가 오만하게 솟아 올라 격하게 덮쳐도 산은 끄떡도 않는다. 바다는 분한 듯 잠시 물러나더니 다시 싸우려고 돌아온다. 싸움에 날에 술렁이고 소리치고 큰 물소리를 내어도 산은 평화를 잃지 않는다. 고삐 풀린 말처럼 사나운 바람은 거대한 높은 피라미드와 싸움을 한다. 오래된 나뭇가지들은 삐걱거리고 한번도 사람의 손이 닿아보지 않았던 커다란 둥지가 무서워 떨지만 산은 풍랑을 견디어 낸다. 한창 풍랑이 이는데 산 한 가운데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내게 말했다.
- 고독한 인간이여! 도망가십시오. 내 품에 숨으십시오. 내 동굴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밖에서 무엇을 합니까?
내가 응답했다.
- 당신을 둘러싼 바람과 바다에 맞서 싸우는 당신의 굳셈을 관상합니다.
10. 밤이 되었다. 나는 계속 밖에 있으면서 어둠을 관상하는데, 너무 어두워서 더듬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물체가 어떤 지조차 거의 구별할 수 없었다. 풍랑이 이는 가운데 산은 어둠에 덮여 있다.
- 고독한 산 속에서 어두운 밤도 풍랑도 무서워하지 않는 이 은수자는 누구인가?
- 그것은 원수의 목소리였다. 나는 무기를 들고 싸울 채비를 했다.
- 너는 누구냐?
- 사탄이다.
- 어둠의 영이여, 여기서 물러가라!
큰 전투를 벌렸다. 내 영혼은 하느님의 옥좌로 올려졌고 천상 법정을 하느님 앞에 소집하고 모든 국가가 정의와 공정으로 판결 받았다. 하느님의 거룩한 교회가 그분 면전에 나타나고 유딧이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청했다. 다시 말해 사탄을 다시 결박하여 지옥에 가두시기를 청했다. 지옥의 용은 하느님의 면전에서 쫓겨났다. 용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전투의 날에 거룩한 교회에 대항하기 위해 지상과 지옥에 있는 수단들을 모두 준비한다.
대기 중에서도 바다에서도 풍랑이 그치더니,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가 나를 부르며 말했다.
- 오십시오. 이 산의 품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당신의 님입니다. 당신이 고독할 때의 길동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