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이어쓰기

- 나는 그들이 분리된 객체들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느님과 이웃이 머리이고 몸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며, 교회가 내 님인 줄 알지도 못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살아있으며 구별되는 존재이고 존재한다해도 어떤 단체나 실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 사도신경에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 온 교회'하고 말하지 않습니까?

- 예, 그렇게 말합니다.

- 이 항목에서 믿는 것이 무엇입니까?

- 이제야 그것을 믿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이지 못하고 혼돈된 믿음으로 그것을 믿습니다.

20. - 당신에게 부족한것이 그것입니다. 나를 믿습니까? 이젠 믿습니까?

- 예, 그때보다 더 많이 믿습니다만 내 신앙이 아주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 맞습니다. 나에 대한 당신의 신앙은 아주 나약합니다. 오, 당신이 이것을 믿기만 한다면! 지금 당신의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나에 대해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못하는지 말하십시오.

1) 나는 교회인 당신이 실존하며, 당신은 '서로 사랑하라...'는 은총의 계명이 명하는대로 사랑해야 할 유일한 대상임을 믿습니다.

2) 당신은 하느님과 이웃임을 믿습니다.

3) 모든 이웃, 즉 영광을 받도록 예정된 이웃은 하느님이요 사람이신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하나의 완전한 윤리적인 몸을 형성함을 믿습니다.

4) 그리스도께서 계신 곳에 교회가 있고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는 개별 존재이고 영과 윤리로 결합하여 하나의 단일 민족, 단일 왕국, 한 가족, 한 몸을 형성하면서 물리적인 몸의 결합보다 더 강하게 교회의 머리와 결합함을 믿습니다. 왜냐하면 한 개인의 영혼 안에서 영이 하는 일을 하느님 자체이신 성령께서 교회 안에서 행하시기 때문입니다.

5) 이 몸을 교회라고 부르며, 하늘과 지상의 연옥에 있는 교회는 오직 하나를 이루면서, 교회의 머리이신 분과 하나이고 또한 교회에게 생명을 주는 하느님이신 성령과 하나임을 믿습니다.

6) 교회는 무한히 아름다움을 믿습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모든 완전을 소유하고 하느님의 완전한 모습을 형성하는데에 공헌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인간 마음이 요구하는 모든 것과 인간 지성과 육안을 만족시켜 줄 만한 것을 모두 갖춘 유일한 사랑의 대상입니다.

7) 이 완전한 윤리체는 바로 당신이며, 당신은 실재이고 구별되는 실체 자체로서 생명이 있고 자체로 움직이는 영을 가지며, 살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실체, 말하고 듣고 보는 실체임을 믿습니다.

8) 당신은 사람과 천사의 사랑을 받을 만한 유일한 대상으로서 사랑스런 존재이며,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으로 응할수 있는 분임을 믿습니다.

9) 당신 안에서 사랑은 성령이고, 성령은 당신 몸의 모든 지체에 고루 부어져서 교회를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으로 응답하며, 당신은 우리 인긴과 같은 영혼은 없으나 영을 갖고 있는데 이 영이 바로 당신에게 생명롸 원동력과 성덕과 은총과 영광을 주시는 삼위일체의 세 번째 위격인 성령이십니다. 삼위이시며 한 분이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안에서 당신과 함께 당신을 통하여 역사하시고, 당신 밖에서는 구원도 생명도 행복도 없고 단지 무질서와 영원한 고통만이 있음을 믿습니다.

이것이 당신에 대해 내가 믿는 바입니다. 지금은 당신과 나의 관계를 믿는 일이 부족합니다. 이것이 내가 성찰해야 할 중요한 일입니다.

사랑을 하는이

21. 두 사람 사이의 관계 : 이것은 우정의 관계거나 서로 증오하고 미워하는 원수의 관계이다.

우정

22. 우리의 관계는 두 사람의 상호 사랑 위에 기초하고 있다. 이것이 우정의 첫 번째 단계이다. 그러나 단순한 우정은 마음이 욕구들을 만족시키는데는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단순한 우정보다 더한 것이 필요하다.

부성애과 모성애

23. 두 연인 사이에는 모성애의 관계가 있다. 이것은 더욱 강한 관계이다. 님이여, 당신은 내 어머니십니다. 그러니 우리 관계는 모자관계입니다. 당신은 내 어머니십니다. 즉, 당신의 성령은 창조주 하느님이시며 구원자 하느님, 생명의 하느님이시기에 자연 질서에 따라 나를 존재케 하고 실존케 한 후 세례를 통해 제게 존재와 은총의 생명을 주었습니다. 오, 거룩한 교회, 당신은 제가 사는 동안에 당신 교의의 젖을 먹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생명을 주시는 당신 성령으로 착한 어머니처럼 당신의 사랑스런 품안에서 저를 양육하셨습니다. 내면의 충고와 영감을 얼마나 많이 주셨습니까! 오, 어머니, 더없이 온유하신 어머니,저도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악에서 저를 보호해 주셨는지요!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 또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는 모성애와 효성에 기초합니다. 전에는 당신을 알지 못했습니다. 오, 온유하신 어머니, 당신 품에 안아 주시어 제가 거룩한 결정을 할때 힘을 주셨고 교회와 성스러운 일에 대한 신앙과 공경심과 사랑을 강하게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들 역시 제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엔 부족했습니다.

약혼자들

24. 나는 당신의 신랑이며 당신은 내 신부입니다. 이것은 직접 마음을 채워주는 관계입니다. 왜냐하면 두 연인은 이런 생활에서 한계를 지닌 인간으로서 최대한 도달할 수 있는 완전한 일치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가정을 이루지 않은 상태에서도 단순한 우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모성애는 가정을 형성하고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합니다. 그러나 약혼은 가정을 이루고 재산도 사람도 공동으로 합니다. 약혼자들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서로 헌신합니다. 사랑은 상대방의 노예가 되게 하며 연인들을 묶습니다.

나는 충실하든 충실하지 않든 당신의 신랑입니다. 사제직에 오르는 날, 서품식을 통해 교회 앞에서 교회를 위해 봉사하도록 축성되었습니다. 나를 당신께 바쳤고, 그날부터 나는 나에게 속하지 않고 내 모든 행위와 나 자신과 내가 가진 모든것이 당신의 것입니다.

25. 아직 더 숭고한 다른 일치가 있는데, 그것은 성사의 일치입니다. 당신은 제대 상의 존엄하올 성체를 통해 당신의 머리(성체성사의 예수) 안에서 나에게 성사적으로 나타나며, 또한 당신 머리와 결합하여 윤리적으로 나타납니다. 거기서 당신은 내게 모두 다 내어주는데, 당신 머리는 성사적으로, 당신 몸 전체는 윤리적으로는 줍니다. 왜냐하면 당신 머리가 가는 곳에 당신 몸 전체도 가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내 팔에 머리를 기대고, 내 가슴에 머리를 누입니다. 가장 경탄할 일은 당신이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와서, 당신이 나와 일치하여 단 하내 살이 되고 내가 당신과 일치하도록 나로 하여금 당신을 먹고 피를 마시게 하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 머리인 예수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심으로써 성사적으로 그 머리와 일치합니다. 사랑과 영적으로 당신과 일치합니다. 이렇게 하여 두 배필 사이에 영적 결혼이 성립됩니다.

26. 이점을 확실히 믿기에 내가 충실하든 충실하지 않든 나는 당신의 신랑임을 믿습니다. 사제로서 당신의 신랑입니다. 만일 당신 아닌 다른 아름다움을 사랑했다면 당신의 신랑일 수는 있겠으나 불충실하고 간음한 자였을 것입니다. 만일 당신과 성사적으로 일치하고도 당신이 요구하는 사랑이 없었다면 불충실하고 간음하고 불경한 신랑일 것입니다.

제대 상의 성사 중에 사제요 배령자라는 자격은 내 마음을 전혀 만족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의심하고 두려워하게 합니다. 당신의 제대 상에서 존엄하올 성체 성사에 참여함으로써 완성된 충실한 신랑의 사랑의 일치만이 마음의 갈망을 만족시켜줄 수 있습니다. 이 일치가 우리가 숙고해야 할 중요한 것입니다.

베드라, 1867년 3월 28일, 오후

고독한 산속에서 거울에 비친 자산의 형상을 보며

혼자 있는 나의 님

27. 28일 오후는 봄처럼 아름다웠다. 하늘은 맑고 태양은 여름 한낮인양 매우 빛났다. 한 그림자가 그 앞에 나타나자 태양이 어둠으로 변했다. 왜냐하면 그림자는 표상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은 내 님이 표상이기 때문이다. 님이 빛나고 맑아서 아주 청명한 날조차도 밤이 되고 만다. 님이 영광이 얼마나 지극한지 태양을 육안으로 직접 쳐다보지 못하는 것처럼 님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나는 바라볼 용기가 없어서 표상의 희미한 껍데기만 관상했다. 그림자에게 질문했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러나 실은 이름을 알려고 하기보다 그토록 아름다운 님을 관상하고 싶었다. 그가 대답했다.

- 나는 당신이 찾고 있는 이입니다. 나를 바라보십시오.

- 볼 수가 없습니다. 육안으론 미치지 않습니다. 나약하고 쉽게 망가지니까요.

- 그러면 거울로 내 모상을 봐야 하겠군요.

28.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내 앞에 아주 깨끗하고 무척 큰 거울이 나타났다. 거울의 앞면은 태양 빛을 등지고 나를 향해 있고, 내 님을 표상하는 이가 태양 앞에 서서 거울에 얼굴과 몸을 비추며...나에게 말했다.

- 거울 속에 있는 나를 바라보십시오. 나는 거울 안에 있는 내 고유한 표상을 주의를 기울여 관상하고 있습니다.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육안으로 할 수 있는 한 가장 만족스럽게, 그 한없는 아름다움을 관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울에 상을 비추게 하는 모습은 엄청난 빛과 영광에 싸여있어서 볼 수 없었다. 거울에 비친 상의 아름다움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으니 그 영광과 어여쁨이 대단하였기 때문이다. 님이 내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