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이어쓰기

예수, 마리아, 요셉

   1. 사랑하는 딸에게

 어제 하루종일 산 속을 걸어 다녔습니다. 절벽들이 정말 어마어마하더군요. 세상사에 지쳤을 때 와서 쉴 수 있는 동굴을 많이 찾아냈습니다. 지금 성 바르톨로메오 은둔소에서 편지를 씁니다. 이 곳의 경치는 마치 그림과 같습니다. 은둔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동굴이 하나 있는데 오늘밤에는 거기서 자려고 합니다.  가까운곳에 물도 있어요. 동굴에서 그리 멀지 않고, 늘 푸르고 우거진 숲속의 커다란 바위 밑에 남쪽으로 흐르는 샘이 하나 있습니다. 어제 절벽들을 오르내리느라 너무 지친 탓인지 오늘은 감히 탐색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어제 레리다를 바라보고 있는 몬산트의 정상까지 올라갔습니다. 몬산트라는 이 산은 큰 그릇 같이 맨 가운데에 큰 골짜기가 있고 레리다와 바다와 동쪽과 서쪽을 바라 볼 수 있는 네 개의 산꼭대기로 둘러싸여 있지요. 이 깊은 골짜기에는 깎아지른 절벽들이 있어서 무서우리 만큼 고독해 보이고, 골짜기에 있는 동굴들은 숲에 가려 눈에 띄지 않습니다. 여기 저게기에 샘이 있고 경작지도 약간 있지요. 골짜기 가운데에는 입구를 막아버린 동굴들이 많이 있는데 마을 사람등에게 바람막이 구실을 해주고 있습니다.

가르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전야

  2. 요즈음 나는 늘 바라던 대로 고적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성 바르톨로메오 은수자가 내게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 은수자는 내가 보내는 사람은 누구나 이 동굴에서 쉴 수 있도록 보살펴 줄 것입니다.

  3. 그레고리오씨가 보낸 편지를 받고 매우 흡족했습니다. 요한이 칸테이락을 방문할 것 같은데, 그러면 틀림없이 요한 바우띠스타(Juan Bautista)를 만날 겁니다.

  4. 나는 내 고독 속에서 자매를 잊지않고 있습니다. 자매의 영혼은 다음과 같은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선 자매의 영혼은 아직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았으므로 절대적인 고독을 오랫동안 견디어 내지 못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것이 되고 하느님 안에서 살려면 영적 자애심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교회가 필요한 것을 위해 짧게 자주 기도 드리고, 그 밖의 시간은 이웃의 선익에 관심을 쏟으십시오. 하느님을 위해서 다른 이에게 선을 베푸는 일은 하느님을 섬기는 일입니다. 하느님의 윤리체 안에서 그분을 섬기는 것이 참으로 하느님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고독한 생활을 하려면 인간 구원사업에 관계하시는 하느님과 친밀히 교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완덕의 절정입니다. 상처입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위해 기도하고 사람들을 구원하는 일에만 전념하십시오. 이 길은 자매가 나아갈 길입니다. 사람들의 선익을 에 전념하고, 자매는 자신의 힘과 수덕과 시간과 생활을 이웃을 구원하는 데에 맞추어 짜놓아야 합니다. 자매가 실천하는 덕행들이 하느님 성전에서 밝게 빛나는 참 진주, 참 보석이 되려면 수많은 석공들의 손에서 깍이고 망치로 다듬어지고 불로 단련되어야 합니다. 한 덕행이 되게 하려면 그것들을 잘 다듬고 환경도 함께 조성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5. 정말 귀한 보석은 흔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큰 가치가 있습니다. 가짜 보석이 많기 때문에 이것들을 정화해야 합니다. 천국을 장식하는 데에는 어떤 가짜 보석도 써서는 않되며, 오히려 그것을 내버려야합니다. 어떤 보석이 진짜인지 아닌지 식별해 알기 위해서는 연구와 거래와 시간과 체험이 필요합니다. 곧, 처음에는 빛나는 것이 다 보석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것이 이웃의 선익을 위한 굳센 덕인지, 어느 것이 거짓된 것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지요. 귀한 보석을 거래하는 데에 온 힘을 다 기울이세요. 이렇게 노력한 결과로 시간이 지나면 자매는 훌륭한 사업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6.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신명6,5 ; 마태22, 37. 39)는 사랑의 계명을 완수할 때에야 비로소 완덕에 도달함을 항상 염두에 두십시오. 오랫동안 열심히 이웃 사랑을 실천한 사람만이 대천사들과 투쟁 교회의 영혼이 모여서 인간의 구원을 의논하느는 천상 모임에 참석할 자격이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이 천상 모임에서 결정하고 반포한 것이 온 세상에서 시행됩니다. 어떻게 하면 그 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지 배우세요. 그러면 언젠가는 허락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것을 배우려면 하느님과 영혼의 씨름을 읽으세요. 그 모임에 참석할 허락을 받으려면 사람등레게 애덕을 베풀면서 이웃을 구원하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합니다. 좋은 일은 하고 나쁜 일은 하지 마십시오. 이것이 바로 자매가 묵상하고 실천해야 할 법입니다.  

  7. 자매가 지닌 빛이 아직 희미하므로 자매의 덕행은 미미합니다. 이 내적 빛을 강화하면 그 빛은 마음을 때뜻하게 해주고 자매가 하는 행위에 용기를 줄 것입니다. 그 빛을 밝히기 위해 강생의 신비와 구원의 신비 그리고 십자가의 신비를 묵상하십시오. 하느님과 영혼의 씨름 에서 이 구원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 모두를 볼 수 있습니다. 기도할 때에는 모든 사람에게 선익이되는 일번적인 것에 지향을 두십시오. 자매가  지닌 빛이 매우 희미함으로 특별한 대상을 분별해 낼 수 없기 때문에 작은 일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이 일에서 예수 그리스도을 본받으면 그분이 참된 스승이며 기도의 본보기임을 별견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발자취를 한 걸음씩 따르십시오. 사막에서 사람을 위해 기도하시고, 올리브 동산에서는 사람을 위해서 번민하시며, 설교하실 때에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고, 십자가 위에서는 아버지께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심을 보게 될 것입니다. 위대한 성인들을 관상하십시오. 세례자 성 요한, 엘리야,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 등, 할 수 있는 만큼 그분들을 본받으십시오. 나의 딸이여, 이것이 바로 참된 길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8. 추신 : 여기 회칙을 동봉하니,(회칙과 함께 동봉한 초고를 직접 베끼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서 베끼세요. 그리고 나서 다시 께끗이 옮겨 적으세요. 더 특별한 것은 없군요.)   이 회칙의 처음 두 장(章)은 아무도 베끼지 못하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