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초르 오르도네스 이 비아나씨에게 : 바르셀로나 도지사
1854년 4월 3일, 바르셀로나
존경하올 도지사님,
1. 저의 존엄한 장상이신 주교님께서 바르셀로나 당국의 명령을 제게 알려주셨는데, 거기에 따르면 성 아우구스티노 본당에 소재하며 저의 지도하에 있는 덕행학교가 폐쇄되었다는 것입니다.
2. 귀하는 어제 날짜로 요셉 그라스, 알렉산드로 피, 루이스 사구에스 씨를 출두하게 하여, 이 사람들에게 위에서 언급한 학교에 소속해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물었을 때 그들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귀하는 학생의 신분인 그들이 노동자들에게 일하지 말라고 권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모든 무질서는 학교가 그 동기를 제공했기에 이 도시를 혼란시키는 노동자들의 소요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귀하는 같은 날에 파블로 페레르, 요한 카셀라스, 에두아르도 마리아 빌라라사 씨를 같은 목적으로 출두하게 하여 처음에 출두시켰던 사람들과 똑같은 죄목을 적용하면서 책임을 추궁하셨습니다.
3. 이러한 사실들을 보면서 저는 귀하께서 좋은 열정으로 이 도시에서 여러 번 정의롭게 일하심을 확신했으며, 또 다른 면에서 이런 행정처리는 저의 책임 하에 있는 학교에 대한 어떤 잘못된 보고에서 나오는 것을 확신하기에 그 학교의 교장으로서 다음과 같은 진정을 드리기 위해 귀하의 진실에 호소합니다.
4. 학교는 모든 나라들의 시민법에 따라 가장 흉악한 죄로 극형에 해당할 만한 죄를 지었다고 고발당했습니다. 이 고발은 심각한데, 특히 종교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합니다. 왜냐하면 현재 모든 백성의 시선이 집중하고 있는 무질서를 종교의 탓이라고 돌리기 때문입니다.
5. 그러나 고발을 당한 사실 그 자체로 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귀하께서는 대중의 안녕에 관심을 두고 계신 만큼, 악의 원인을 찾아내는 데에 귀하의 온 힘을 기울이고 계신다고 여깁니다. 물론 혹평에 속거나 경악하고 싶지 않으실 것이며 과녁이 빗나가버리는 실수를 범하고 싶지 않으실 것입니다. 귀하께서는 직책상 범죄를 밝혀내는 숭고한 사명을 수행하겠다는 서약을 하셨는데, 이것은 하느님께서 귀하에게 범죄를 저지하고 진압하고 처벌하되 동시에 무죄한 이를 보호하고 구하고 방어해 주라고 칼을 맡기신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제게 지워진 멍에가 무엇인지를 명백히 밝혀낼 아주 단순하고도 확실한 수단이 있습니다. 본래의 자리로 가서 이 문제를 보겠습니다.
6. 백성에게 그리스도교 교리를 가르치고 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일은 언제든지 수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저는 성 아우구스티노 성당의 본당 신부님께 설교 활동의 보조자로 봉사하겠다고 자원하였습니다. 저는 제 주교님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본당의 설교자로서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양식과 형태와 방법을 채택하는 책임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리교육이라는 형식을 선택하였고 신자들이 제가 한 일에서 열매를 거두게 하기 위하여 교회의 가르침을 각계 각층의 사람들에게 알맞게 만들어서 실시하였습니다. 저의 질문에 자발적으로 응답하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의 이름을 수강자의 명단에 올리고, 그 밖의 사람들은 단지 청강생으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우애회, 단체, 종교단체를 조직할 의도가 없었으므로 규칙서를 제정하거나 특별한 허가를 신청하기 위해, 도 행정 당국에 가야할 필요가 없다고 믿었습니다. 왜냐하면 성전에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교육하거나 복음을 설교하는 일은 교회의 장상에게서 인정받은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노 본당에서 매 주일 실시하는 종교 교육은 교리교육의 방식 외에 다른 본당에서 하는 교육과 다른 점이 없습니다. 오늘날까지 이러한 방법을 쓰기 위해서 어떤 특별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당국에게서 요청받은 바가 없었습니다. 대화식으로 표현하려고 사용했던 용어들은 윤리 강연들이라든가 교실이나 학교라든가 하는 아주 평범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설교의 목적이 성덕을 불러일으키고 악덕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덕행학교라는 이름이 이상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저희가 이미 허락받고 편찬한 ‘성덕에 관한 교리서’라는 교과서 한 부를 귀하께 보내드립니다.
7. 덕행학교는 저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크게 성공하였습니다. 저는 1851년 11월에 설교활동을 시작했으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주일마다 계속하였습니다. 이 학교의 운영은 언제나 성 아우구스티노 본당의 활동이었습니다. 사람들을 초대하고 누구든지 이 강의에 참석하도록 문을 항상 열어놓았습니다. 강의는 대성당에서 실시되었고 저희는 줄곧 수많은 관중 앞에서 가르쳤습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덕망 있는 분들이 저희의 가르침을 들은 수강자들이니 만일 그 가르침에 대해서 저희를 고발한다면 바르셀로나 시민이 저희의 재판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바르셀로나 시민에게 호소합니다. 강의 일정은 항상 신문을 이용하여 미리 알려주었고 충분히 설명하고 성실하게 실행하였습니다. 각계 각층의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가톨릭 교리에 관한 질문을 했으며 모든 사람의 능력과 지능에 맞게 적용한 교육 방식을 취했습니다.
8. 존경하올 도지사님, 저희의 목적은 다른 것이 아니라 가톨릭 교리를 설명하고 지지하고 옹호하는 일과 군중에게 감정을 가라앉히도록 이끌고 온갖 사회적 종교 체계의 기초인 진리를 확실하게 밝혀주는 일이었습니다. 저희에게 주어진 모든 기회를 평화와 순명과 형제적 사랑을 가르치는 데에 이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는 모든 도덕체를 거룩하게 묶어주는 성덕들을 형형색색 꾸며준 샘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모든 바르셀로나 시민을 증인으로 부릅니다. 그렇습니다.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부릅니다. 왜냐하면 극소수의 사람들만 저희가 제시하고 설명해준 성덕과 악덕에 관한 강의를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9. 귀하는, 혁명분자들이 가톨릭 교회에서 가르치는 교의가 공중질서를 망가뜨리고 의심스럽고 경건하지 못한 것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미 저희가 가르치기 시작할 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아주 잔혹한 공격을 가하였습니다. 저희는 언제나 여기에 대응하고 방어해왔습니다. 이 사건은 공개적으로 일어났고, 수많은 청강자들이 이 학교에 대한 그러한 의심이 근거 없다는 것을 증언할 것이기 때문에 귀하께서 이 학교를 판단하시는 데에 현혹 당하실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일 싸움이 벌어졌다면 그 이유는 언제나 일부의 제 멋대로 퇴폐적이며 공중질서를 어지럽히려고 늘 작정하고 있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저희는 싸웠습니다. 그러나 귀하의 원수는 언제나 저희의 원수가 되었습니다. 저희는 같은 이유로 귀하와 함께 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혹시나 귀하께서 귀하의 동맹자나 친구, 보호자들에게 타격을 준다면 저희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습니까! 저는 이런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귀하께서 상식 있는 사람들의 보고를 취하실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며, 편견들도 결국은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귀하께서는 저희가 교리를 통해 평화와 사랑과 충실과 권위자들에게 순명하도록 사람들을 고무시키는데 기울인 노력을 크게 지지해 주시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봅니다.
10. 저희가 많이 언급하고 가르친 것에 대해 혹시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이 어떤 말을 반대의 의미로 받아들였다면 저희에게 그 점을 상기시켜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그 말의 모든 의미를 설명하겠습니다.
만에 하나 저희가 어떤 물리적인 사건을 일으켰다고 해서 체포하러 오신다해도 귀하께서는 폭동자들 중에서 이 학교 종사자는 단 한 명도 찾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폭동이라고 의심할 만한 어떤 행동도 발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희는 귀하께서 전술한 모든 해명을 보시고 저의 책임하에 있는 학교에 대한, 결과적으로 종교에 대한 그처럼 심한 오명을 거두어 주시고, 정말로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하시어 정의를 실천하시기를 기대합니다.
하느님께서 귀하를 언제나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프란치스코 빨라우 신부
존경하올 바르셀로나 도지사님 귀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