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이어쓰기

17. 안토니오 아에란 (Antonio Aheran) 씨에게 : 바로셀로나 명예 시장(市長)

                                                                            1854년 4월 5일, 바르셀로나

존경하올 시장님,

  1. 이 달 2일 오후 1시에 경찰관 2명이 귀하의 명령을 받은 공무원 한 사람을 데리고

성 아우구스티노 본당에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사다리를 이용하여 성당에 들어가는 현관

위에 올라가 <덕행학교> 라고 읽기 쉽게 금색 글씨로 새겨 놓은 4뼘 정도 크기의 현판을

떼어내었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시청으로 가져가 버렸습니다. 그 현판은 제가 앞서 말한

본당의 정면에 걸어 놓도록 한 것 이였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저는 귀하께 다음과 같이

진정서를 올리고자 합니다.

  2. 덕행학교라는 명칭은 모든 가톨릭교회에 완전히 적합한 이름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교회에는 그리스도와 사도들이 세운 가르침을 주는 강단(講壇)이 있고, 모든 교회에는

합법적이고 자격 있는 구성원 곧 복음을 선포하고 그리스도교 교의를 가르칠 권한을 받은

주교님들과 본당 사제들 그리고 그 외에 사제들이 있습니다. 모든 교회에는 파문당하지

않은 세례 받은 신자들이 있습니다. 강단이 있는 곳에 교사와 학생과 교실이 있으며,

이것이 학교입니다. 모든 가톨릭교회에서는 성덕을 가르치고 성덕의 뜻을 설명하여

밝혀주고 널리 알려줍니다. 여기서 완전한 논리가 산출됩니다. 곧 결과적으로 덕행학교라는

명칭은 성령의 성전이나 기도의 집 등 다른 이름과 마찬가지로 모든 교회가 갖는 독점적인

이름입니다. 그와 같은 현판을 설치하거나 철거하는 일이 시장이나 그 어떤 시청 공무원

혹은 시의원의 권한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귀하의 생각에 맡깁니다.

  3. 지극히 존경하올 시장님, 저는 교회 장상의 위임을 받아 성 아우구스티노 본당에서

매주일 그리스도교 교리를 가르치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자들에게 종교적인 가르침을 상기시킬 목적으로 제가 받은 교회 직무상의 권한으로

제가 종사하고 있는 성당 입구의 현관 위에 앞서 말한 현판을 걸도록 명하였던 것입니다.

  4. 이 거룩한 명칭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서 제거 당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성물을

강탈한 것이므로 신성을 모독한 것입니다. 제가 강탈이라고 말한 이유는 그 주인인 교회 장상의

뜻과는 반대로 철거하여 가져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집을 모욕하였기에 이는 아주

심각한 신성 모독입니다. 이와 같은 행위는 신성모독인 동시에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시간에 이뤄졌기에 굉장한 스캔들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정당화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사건입니다. 아마도 귀하는 “군사령관 각하께서 이미 덕행학교에 폐쇄령을 내렸으니 학교는

이제 존재하지 않고, 예정대로 그 명칭을 없애는 일은 내 의무다”라고 제게 말씀하시겠지요.

이에 대해 답변을 드려야만 하겠습니다.

  5. 덕행학교는 늘 실재해 왔고 실재하며 모든 가톨릭교회안에서 세기의 종말까지

실재할 것입니다. 교회에는 강단과 교사들과 학생들이 항상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 학교는 다른 형태를 띠더라도 실재합니다. 덕행학교는 성 아우구스티노

본당에서 저의 책임아래 있었고 아직도 그렇습니다. 주교님은 교사와 가르치는 방법을 변경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이 학교를 폐쇄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형태를

변경함을 말합니다. 교리를 가르칠 때, 강연식으로 하든, 강의식으로 하든, 설교 식으로 하든

그 형태는 부수적인 것입니다. 만일 이런 일이 주교님께서 적절하다고 판단하시면 하실 수

있고 또 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본당에서 수행해야 할 교회 직무인 가르치는 일을 금지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6. 여러 성당들에서 행하고 있는 종교적인 가르침을 인가하고 수정하고 변경하고 보류하고

금지하고 해체시키는 그 결과로서 이 성당들이 정한 명칭을 성당의 문 위에 걸거나 떼어내는

일은 그 어떤 군부나 시민이나 자치구의 권력에 귀속된 적은 이제까지 결코 없었습니다.

그 일은 오로지 주교의 직권에만 속합니다. 이것은 보편되고 사도로부터 이어받은 로마 교회가

언제나 믿어왔고 또 믿고 있는 가장 신성한 교의들 중 하나입니다. 교회 장상이 이미 공적으로

인준한 성 아우구스티노 본당 내에 있으며 저의 책임 아래에 있는 덕행학교의 폐쇄령은

군 장성의 권한 밖이므로 이는 월권행위입니다. 저는 군 권력이나 시행정부나 자치지구

권력들이 상황에 따라 교회의 전례를 금지하기 위한 명령과 방법을 판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존엄하신 주교님들과 모든 사제는 그 명령들을 언제나 존중하였고 또 준수하였습니다.

저희는 교구장님의 그 어떤 개입도 없이 이 도시의 군사령관이 제 책임 하에 있는 학교에

내린 폐쇄령의 합법성과 효력을 인정하기를 거부합니다.

저희는 그와 같은 폐쇄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명령에 따랐으며 저항할 수 없는

물리적인 권력에 순명하였습니다. 이러한 순명은 현실의 사건과 비슷한 상황에서 신중하게

해야 할 피할 수 없는 의무입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항상 순명하겠습니다만

저희가 침묵하면 이는 성직의 권한이 갖는 것보다 더한 직권들을 세상의 권력에 직접 넘겨주는

것을 승인하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그와 같은 승인은 영적이고 종교적인 면에서 다스리는 자는

예수 그리스도나 사도들이 아니며, 법적인 사목자인 주교들도 아니고 성령도 아닌 이 세상의

권력이라고 가톨릭 시민에게 믿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와 같은 경우에서 우리의

지극히 거룩한 종교는 우리가 심각한 위험에 처한다 해도 이에 항거하도록 의무를 지웁니다.

  7. 덕행학교는 저항할 수 없는 물리적 힘에 의해 폐쇄되어 버렸기 때문에 이미 실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폐쇄령을 받아들입니다. 왜냐하면 순명의 법이 저를 그렇게 하도록 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할권이 있는 주교님께서 제게 그 사실을 통보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항의를 표하셨기 때문에 덕행학교는 법적으로는 실재합니다.

  8. 제가 책임지고 있는 이 학교는 본당과 하나입니다. 주일마다 남녀 신자들을 모아 놓고

그리스도교 교리에 관한 설명을 듣도록 집회를 한 것 이외에 다른 것은 없습니다. 이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적용한 하나의 교리 교육입니다. 이 학교는 복음을 선포하는 직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성직자들을 이끄는 규칙 말고 다른 규정은 없으며, 이러한 점에서 학교의

인가, 수정, 금지, 폐쇄는 교구 장상의 책무입니다.

이와 같이 진정을 올린 모든 것을 보시고 <덕행학교> 현판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도록 해

주시기를 귀하께 간절히 청원합니다. 귀하의 신앙심과 정의로움과 곧으심에 희망을 걸고 있으며

또 그대로 되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언제나 귀하를 지켜 주시기를 빕니다.

  지극히 존경하올 시장님 귀하.

                                                                      프란치스코 빨라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