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파블로 바게와 가브리엘 브루넷(Pablo Bague y Gabriel Brunet)에게 : 바르셀로나
1854년 5월 8-9일, 이비사 (Ibiza)
예수, 마리아, 요셉
1. 사랑하는 형제들에게
바로셀로나에서 아직 아무런 소식이 오지 않아서 이 편지를 쓰네. 나는 라몬과 함께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우 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지.
2. 나는 평생 박해를 못 벗어날 것 같군. 그래서 내 영혼은 이 세상을 멸시하고, 안락을 도모하기 위해 이 길을 벗어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작정이네. 내가 여기 유렵에 머물러 있으면 사악한 그리스도인들은 광야에서든 도시에서든 나를 조용히 내버려 두지 않겠지. 나도 그들을 못 견뎌할 테고 그들도 나를 묵인하지 않을 걸세.
3. 이 유배 생활은 내가 두려워한 사악성이 생각했던 것 보다 휠씬 더 심학함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네. 경건치 못한 신심이 널리 펴져 있고 올바른 사람은 신앙을 고백할 힘이 거의 없지. 한 때는 순교자를 나오게 했던 믿음이 지금은 당국에 불순명 하는 죄로 비춰질 뿐이야. 순교자들은 왕들과 황제 앞에서 얼마나 불순명했던지!
4. 수도자의 성덕이라고 하는 가난과 공식적인 고행 등은 세상에서 추방당했고, 이 덕행들을 실천하고싶은 사람들, 즉 수사와 은수자 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자기 성소로 인한 순교자가 될 걸세. 악은 전진하고 진보하며 팽창해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게 될 것이나 때가 되면 스스로 쓰러질걸세. 그렇다고 악이 전진을 막아야 하는 의무를 면제받은 것은 아니지.
5. 니는 십자가와 반대 받음과 싸움 외에는 다른 것들을 꿈꾸지 않으므로 십자가의 길 아닌 다른 길은 바라지 않는다네. 한 가지 무척 고통스러운 일은 자네들의 처지라네. 자네들이 모든 싸움에서 분투 노력하고 열정적이며 결단성이 있을 것을 믿기 때문에 나는 어디서든지 자네들의 동료로 두고 싶으니 내 쪽에서야 자네들은 항상 동반자로 두고 있으면 더 없이 만족스럽겠지만, 만약 적들이 나를 추방한다면 자네들의 처지는 어떻게 되겠나?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자네들이 이런 처지에서 육체 노동을 하면서 살고 죽을 때까지 성소를 버리지 않는 것일세. 나도 이를 성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들을 기울이겠네. 만약 우리들이 바로셀로나에서 해결할 수 없게 되면 마지막 방법으로 자네들은 얼마동안 칸다이락에 가 있을 수 있겠고 나는 라몬을 데리고 있겠네.
6. 어제 우리는 이비사 성당에서 코메디 같은 일을 하였다네. 나에 관해 펴진 소문을 들어서인지 성직자와 고관들이 내 말을 듣고 싶어하더군. 그때문에 그들은 내가 강의하기로 되어 있는 성 도미니코 수도원 성당에서 로사리오 축일을 지내기로 했지뭔가. 성당은 꽤 큰 편이었는데도 시작하기 두 시간 전부터 신심보다 호기심으로 온 사람들로 가득찼다네. 전례는 로사리오 기도만 했지.
7. 방금 - 5월 9일 - 편지 한 뭉치르 받았다네. 오늘까지 마리아 요아카나 수녀님한테서 온 편지 한 통과 이 수녀님이 어떤 배 주인에게 보내는 편지 외에 다른 것은 받지 못했었지. 이 모든 편지에는 별로 활실한 것이 보이지 않으니 그들이 해온 대로 내버려 두기로 하세. 지금으로서는 자네들이 할 수 있는 대로 지내라는 것 말고 다른 대책을 낼 수 없군. 우리의 발길은 우리 손에 달려 있지 않네. 하느님께서 우리의 발걸음을 모두 해아려 두셨고 나는 그분의 뜻에 묶여 있으니, 절대로 내 자신의 영육의 이익이나 자네들의 이익도 보지 않고 오직 하느님과 그분의 교회에 선익이 되는 일만을 추구하겠네. 그러니 우리는 그분이 원하시는 곳으로 걸어가야 하겠지. 죽는 다면.... 행복할 걸세.
8. 오늘 증기선이 떠나기 때문에 자네들의 편지를 더 읽을 시간이 없어 가장 중요한 일에 관해서만 서둘러 답장 할 수 밖에 없네. 며칠 내로 다른 배가 또 들어올 테니. 그때에가서 자네들이 말한 것을 묵상하고 하느님께 맡겨드리고 나서 답장하겠네.
9. 지금 비용을 들여 땅을 경작하는 일은 미루는 것이 좋겠네. 집을 완성하는 일도 중단하고 그 돈으로 자네들의 먹을 거리를 사게나. 자네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돌이나 조금 고르고, 포도나무와 콩을 가꾸는 정도의 일을 하는 것이니 절대로 무엇을 개량하거나 수리하는데 돈을 써서는 안되네.
10. 하이메 형제는 집에 돌아가게 하고 내 결정을 기다리게. 나는 이미 하이네를 하느님께 맏겨드렸고 주님께서 일러 주시는 바를 반드시 그에게 말하겠네. 남은 일들은 묵상이 필요해서 지금은 대답하기가 곤란하니 모두 다음에 답장하지.
11. 라몬이 자네들에게 안부를 보내는군. 그 사람을 마치 신선놀음을 하는 것처럼 오후에는 낚시하러 갔다가 저녁 식탁에 오를 생선을 항상 들고 오지. 암탉 한 마리를 1세따(역주: 스페인의 돈 단위, 1/4 페세타)에 사온다네.그래서 라몬은 앞으로도 올지 모를 고행을 잘 견디 수 있도록 몸이 좋아지고 있네. 그가 석판 인쇄술을 배우기 위해 바르셀로나에 가고 싶어하니 자네들이 기대하지도 않을 때 그를 볼 수 있을 걸세. 자네들 모두를 포옹하며.
자네들을 소중히 여기는 아버지가.
프란치스코
추신 : (....) 한달 더 그 집에 있도록 하게. 우편선이 있을 때마다 자네들에게 편지를 쓰겠네.
자네들의 형제요, 아버지로서 보내는 축복을 듬뿍 받기를바라며.
프란치스코
자네들이 소포로 보내준 것은 모두 잘 받았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