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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4년 5월, 이비사
성 소
1. 나는 수클라(역주 : Xucla-까딸루냐의 말인데 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단어이다. 그러나 종교성을 띤 단어임이 틀림없다)의 다락방에 있는 것처럼 아무 일 없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매와 성소에 대해 잠시 영적 대화를 나누고자 팬을 들었습니다.
자매가 평화롭고 고요하며 고독한 생활을 하도록, 또 하느님과 일치하는 가운데 남은 날들을 지내도록 열려 있는 길은 어느 것일까요? 아무 것도 없군요. 모두 닫혀 있습니다.그래도 혹시 모르니 길을 찾아 봅시다.
2. 수도 공동체나 봉쇄 수도원이라고요? 지난 몇 년 동안 자매는 아주 직접적인 방법이나 매우 뛰어난 태도로 봉쇄 수도자의 덕을 닦았습니다. 봉쇄 수도자의 생활은 그 생활에 부르심 받은 영혼들에게는 매우 좋고 거룩하지요. 그런데 자매의 경우를 보면, 그런한 생활 위에 또 다른 덕들도 더욱 강하게 실천해야 한다고 하니 그런 곳에서 잠자코 지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자매편에서야 아무런 허물이나 잘못이 없다 해도 자매는 공동체의 걸림돌이 되고 다른 수녀들은 자매에게 십자가가 될 것입니다.
3. 자매는 끔찍하고 잔혹한 싸움에서 버티느라고 영혼이 기진맥진하여 쓰러질 지경이니 이제는 혼자서 쉴 수 있는 보금자리를 그리워하는 것이겠지요. 피조물을 상대하느라 근심하고 고통 받는 일이 없는 곳, 세상과 교제하면서 입은 상처와 종기를 치유할 수 있는 곳을 간절히 바라겠지요. 하느님과 단 둘이 있기를 갈망하고 그리워하고 간청할 뿐 그 밖의 모든 곳에는 공포, 두려움, 놀램, 짜증, 아쉬움, 피로, 탄식, 수고, 일, 고통만 있을 뿐이겠지요.
4. 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 때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를 되돌아봅시다. 바로 자매가 내게 부탁한 것이 아니었나요? 자매는 "예"하고 말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법과 길을 걸어왔습니까? 딸이여, 야곱은 라헬을 원하였으나 정작 맞이한 여인은 그 언니인 레아였으니 라헬과 결혼하려면 7년을 더 일해야 했습니다(창세 29,20-30). 자매의 영혼은 관상 생활을 원했는데 하느님의 섭리는 자매에게 활동 생활을 주셨습니다. 그것이 내 잘못이었습니까? 아닙니다. 그러면 자매의 잘못이었습니까? 그것 역시 아닙니다. 우리는 둘 다 가장 좋은 지향에 따라 행동했을 뿐입니다.
5. 나는 자매가 다른 자매들과 협력하기를 바랐는데 그 결과는 어떠하였습니까? 그 결과는 봉쇄 공동체 아니면 실패였지요. 첫번 째것은 적합해 보이지 않았고 또 내 소명도 아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두 번째 것을 통해서 당신을 드러내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내가 수도 공동체를 시작하는 일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제 나는 여러 가지 일과 사건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을 확실하게 알았으니 이제 나의 그런 이상을 완전하게 단념하고 포기하며, 그 후속 조치로 레리다에 있는 집을 임대 처분하고...이런 싸움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딸이여, 자매가 몽토방에서 영적 지도를 해 달라며 내게 영혼의 열쇠를 맡겼던 그 때, 자매는 다른 자매들과 협력하여 공동체를 세울 의도로 그런 것이었습니까? 아니지요. 그 때문이었다면 굳이 성 클로틸데 수녀원에서 나올 필요가 없었지요.
6. 만약 영적 지도하는 일이 오로지 자매 한 사람만 돌보는 문제였더라면 나는 다르게 조언하고 다른 결정을 내렸을 것입니다. 데레사와 마리아를 지도하던 시기에 우리에게는 이미 다른 자매들이나 장상들과 여러 중요한 약속이 있었고, 우리의 온갖 노력이 수포가 된후 결국 우리는 1846년의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수도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 아니었다면 감사드리고 여러분의 실패와 결별을 기뻐합시다. 내게는 이 기획이 이미 끝난 일이니 다시는 이 일을 하지 않으렵니다. 나는 할 수 있는 만큼 모든 이에게 좋은 일을 할 것이나 예전에 해 오던 목적대로 지도하는 일에 관해서라면 이미 끝났습니다.
7. 지금 내가 완수해야 할 의무는 자매에게 손을 내밀어 특별히 따로 떼어낸 한 개인으로서 자매를 충실하게 인도하는 일입니다.
지도를 받았던 초창기를 되돌아 봅시다. 과거의 체험들을 짚어 보면서 당시 자매가 가고 싶어 하던 곳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겨 봅시다. 나의 딸이여,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상황이 바뀌어 이제는 자매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혼자 살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자매가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안정된 자리를 찾아 내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진작 이러한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지도에 임했더라면 자매 문제는 벌써 잘 해결되었을 것입니다. 이 길이 나나 자매에게도 좀 더 쉬운 방법이지요. 혼자 살고자 하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길과 수단들은 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나는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습니다. 자매는 모든 싸움에서 나를 충실히 따랐으니 나 또한 자매의 충실에 응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자매를 저버리지 않고 자매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주어지는 모든 기회를 이용할 것임을 확실히 믿으십시오. 자매의 계획과 하느님의 계획이 일치한 자리에 자매가 서 있는 것을 알게 될 때 나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우리는 어두운 세상을 걸어가는 피조물로서 서로 이야기하고 기획하며 계획을 실행하고 고쳐 가는 것입니다. 아마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이러한 생각을 보시고 웃으시며 당신의 지혜로써 또 다른 계획들을 내놓으실 테니 그렇게 하시도록 놔둡시다.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명령을 거스르지 않은 인간으로서 우리는 말하고 일해야 합니다.
8. 자매가 1848년에 N.D.에서 떠났을 때부터 나는 자매의 발걸음과 삶을 종교적 공동선에 일치하여 바라보면서 지도해 왔습니다. 이 목적에 알맞은 것은 자매의 영적이고 개인적인 관심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고 여기서부터 많은 영적 갈등이 일어났지요.
나는 자매의 영적 이익을 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이익에 관련된 것만 관심을 기울였는데
이런 태도는 현재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었으며, 감당할 수 없는 힘에 대항하여 싸우는 것이었지요. 자매는 이것을 요청하는데 공동선과 공동 관심은 저것을 요구하고, 나는 자매가 요청한 것을 사적으로 보아 거절하고는 다른 사람의 선익을 위해 자매를 희생시켜 왔지요
이러한 지도 방침이 자매에게는 힘들고 여렵고 고통스러웠으며 의문과 의혹을 일으켰고,
그래서 자매는 상처받고 실망하고 끊임없는 모순 속에 있었지요.[....] 나 또한 자매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나는 내가 가야할 길의 틀을 짜고 있는데, 내 해결 방법이 자매의 영적 여정을 크게 좌우하는 만큼 우리가 잘 협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9. 다음에 내가 가야만 한다면 바르셀로나에서 떠나지 말고 나는 기다리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자매가 와야 합니다.
일이 이러한 상태에서 프랑스에 갈 생각이나 바르셀로나를 떠날 생가도 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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