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빨라우 신부
21. 요아킴 그라불로사 (Joaquin Grabulosa)씨에게 : 바르셀로나
1854년 5월-6월, 이비사에서
1. 이 기회를 이용하여 형제님께 덕행학교가 거둔 영광스러운 승리의 빨마 가지를 보내지 못하고 아직 잘 익지 않아 맛이 떫은 빨마의 열매를 보내드립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열매는 꿀보다 더 달게 될 것입니다.
2. 그 아름다운 가지를 보관하시고, 꺾거나 나누지 말고 익을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요한 카사세스(Juan Casasea) 씨, 아우구스티노 마냐씨, 프란치스코 가르시아 씨, 모든 철학 교수님들, 카셀야스(Casellas) 씨 그리고 강의를 맡았던 세뻬레스(Ceperes) 씨와 그 동료들, 교실을 만들고 해체하는 일을 하신 분들, 또 결심이 매우 굳은 학생들, 이런 분들은 자기 몫이 있으며 형제님에게 빨마 가지의 열매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것입니다. 그들은 싸움터에서 충실하게 싸웠으니 승리의 열매를 먹어야 합니다. 그분들이 형제님의 가게를 에워싸고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울 텐데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정당하므로 형제님은 당연히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의 승리가 어디에 있냐고 제게 물으시겠지요? 저는 산산이 부서진 학교밖에 보지 못합니다. 우리 눈에는 패배만이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 열매는 아직 떫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열매를 맛보십시오. 그러면 알게 될 것입니다. 잠깐 인내하기만 하면 시간이 그 열매를 익게 할 것입니다.
3. 학교가 제 자리를 찾을 날이 다시 올까요? 예, 학교는 자기 길에서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 갈 길을 계속 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겠지요. 제 말을 주의깊게 들어보십시오.
성주간 때의 일인데, 군부와 시 정부와 자치 행정부들은 강론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덕행학교에게 이 책임이 주어졌는데 강론 주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백성은 영적이고 종교적인 면에서는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 그리고 그들의 합법적인 목자인 주교님들과 사제들의 다스림을 받아야지 세속이나 평신도들에 의해서도 안 되고 이 세상의 권력가들에 의해서도 다스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번 강론이 마음에 쏙 들었던지 수차례 필사하여서는 모든 사무실마다 그것을 연구하고 경청하였고, 흥분하고 기뻐하며 그 강론을 듣고서는 그 내용을 마드리드에 보냈답니다. 거기서도 사람들이 이 학교에서 가르친 내용을 경청했으며 성공회 신자들이 이를 갈고 분노하고 분통을 터뜨려도 이 강론 내용은 사순절 내내 널리 퍼져나갔으니, 이를 들은 청중의 숫자는 막대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하느님의 말씀이 없어지지 않듯이 덕행학교는 아직 살아 있으며 말씀을 선포하고 불멸의 길을 계속 가고 있습니다.
4. 열매들은 아직 떫습니다. 우리는 전례의 중간에 와 있습니다. 이러한 강론이 언제 끝날지 저는 모릅니다. 폐쇄 당한 학교는 영원토록 강론을 할 것이며 만약 그들이 바르셀로나에서 가지 하나를 자르면 다른 곳에서 수 천 개의 가지가 나올 것입니다. 한 사람의 평신도가 하느님의 말씀과 복음의 가르침과 교리에 관한 해설을 억압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얼마나 끔찍한 신성모독인지! 그 누가 부들부들 떨지 않고서 이런 일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듣지도 보지도 못한 수치스런 일입니다. 성 베드로의 사도좌와 모세의 성좌가 부수어지기 이전에 그들이 먼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5. 하느님의 영이 그들에게 한마디로 ‘안 돼’, ‘얏’하고 영원한 저주 한마디만 쏘아붙여도 그들의 희망은 연기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혀를 자를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의 자유를 빼앗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주교님의 손목을 자를 수는 있어도 주교 지팡이를 놓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육신은 죽일 수 있으나 하느님의 말씀을 가두어 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을 그냥 놔두십시오, 하느님께 충실한 이들에게 털끝만한 해도 끼칠 수 없으니까요. 열매가 맛이 들게 될 때에 각자는 자기 몫을 받을 것이며, 이 학교는 열매를 맛볼 것입니다. 박해가 성덕의 열매입니다.
빨마 가지는 여러분에게 열매를 제공해 줍니다. 맛보십시오! 여러분은 한 번 더 그 가지를 받게 될 텐데 부디 승리의 상징으로써 그 가지를 손에 손에 들고 영광 안에서 서로 만나게 되기를 빕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기를 빌며, 형제님과 학교에 관련된 모든 분들께 보내는 저의 넘치는 애정을 받으시고, 이 보잘 것 없는 지도자에게 명령만 내리십시오.
프란치스코 빨라우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