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일데퐁소 가뗄(Ildefonso Gatell)에게 : 바르셀로나
1854년 7월-9월, 이비사에서
예수, 마리아, 요셉
1. 사랑하는 벗이여,
우리는 비록 악하긴 해도 모든 사람은 다 좋은 점이 있지.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이 좋은 점으로 선한 일을 하시며 우리가 받은 선물을 좋게 쓰신다네. 그분은 우리 안에서 발견하신 이러한 약간의 좋은 점 때문에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구원해 주시지.
2. 그러므로 자네가 심술궂긴 해도 분명히 어떤 좋은 점을 가지고 있을 걸세. 바로 자네가 지닌 약간의 선 때문에 우리 둘은 함께 꽤 잘 해나갔지. 얼마 안 되는 자네의 것과 내 것을 합치면 우리가 하는 수많은 잘못 중에서도 어떤 좋은 일을 하게 될 걸세. 자네와 함께 하는 것이 내겐 얼마나 즐거운지! 우리는 전우로서 함께 싸웠지. 나는 자네가 겁에 질려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고 오히려 적을 향해 용감하게 돌진하였지. 자네는 교리에 대해 말할 때에 활을 겨루는 법과 화살을 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네. 이러한 싸움에서 논리성을 계속 유지하며 원수를 쳐부수었지. 자네는 무기를 바꿔 보고 반역도 겪었으나 전장을 떠난 적은 없었어. 우리는 공격해서 승리했다네. 우리는 양심의 의무를 지켰지. 내가 위험에 처했던 그 날에 나의 동반자가 되어 주어서 얼마나 고맙던지! 자네는 충실하게 진리를 따랐네. 나의 고마운 마음을 받게나. 진리에 충실하고 충성스런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많은 힘을 얻게 되는지! 아쉬울 때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지!
3. 자네가 쓴 해명서를 보고 얼마나 만족하는지! 아, 만일 내가 겁을 먹고 양심에 거슬린 일을 했더라면 지금쯤 나는 양심의 가책으로 얼마나한 괴로움을 겪고 있을까!
4. 숙고할 시간을 갖었다네. 우리가 시장님에게 보내는 해명서를 작성하느라 날을 새며 잠 못 이루던 그 어두운 밤에 보았던 것과 똑같은 것을 나는 지금 보고 있네. 잠 못 이룬 밤이었지! 맞은 편에, 내 눈앞에는 흉칙한 괴물인 성공회가 있었다네. 그 괴물은 이를 갈며 그놈의 악마적인 광란,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증오, 그놈의 체계로써 붓을 휘두르고 있었다네. 아! 얼마나 현실적인 체계인지! … 겁쟁이. 누그러뜨리거나 화해할 수도 없는 완고한 원수와 맞서 싸우는 것에 얼마나 많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던지! 영혼이 방어하는 수단을 강구하는 일에서 평온과 안정을 찾고 맑아지자, 십자가의 신비에 대한 묵상이 어찌나 깊이 되던지! 죄를 고발하고 고통받는 것 ! 이것이 저 지옥의 포악한 뱀의 대가리를 칠 유일한 무기라네. 그런데 주교님께서는? 그러길 원하지 않으시네. 그분이 어떻게 그것을 받아 들이실까? 그 생각을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것을 원하지도 인정해 주시지도 않는다네! 자네는 어떤 상태가 될까? 이것이 내 영혼을 뒤흔들어 놓았다네. 그것으로 내 기운이 빠지진 않았지만 내 마음은 사정없이 찢겨졌어. 그래도 의무를 다해야했지. 지금은 그 날 밤과 다음 날 아침에만 정신이 나가 있도록 해주셔서 하늘에 감사를 드리고 있네. 그리고 내가 의무를 완수하도록 반대하지 않은 자네가 고맙네.
5. 책임자로서 학교에 대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지 않고, 잘못한 평신도에게 엄격한 벌을 내릴 만한 용기도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네. 바로 이 점이 나를 아프게 하였다네. 결국 나는 위험에서 벗어났지. 다음 번을 위해 굉장한 경험을 한 셈이지! 만일 군인들이 성주간에 오게 된다면 그들이 어떤 강론을 듣게 될 지 자네는 보게 될 걸세. 그들이 교정벌을 집행을 하러 온다면 말일세.
6. 우리가 아직 해야 할 의무가 있네. 그것은 우리가 시작했던 방어수단들을 계속 사용하는 것일세. 나 때문에 교구청 장상들에게 소동을 일으켜 괴로웠는데 이제 그 아픔도 가라앉았으니 더욱 분발해야겠네.
좋은 친구, 잘 있게. 내가 자네에게 변함 없이 충실하다는 것을 언제나 잊지 말게나.
프란치스코 빨라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