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4년 12월 4일, 이비사에서
예수, 마리아, 요셉
1. 무척 소중한 벗에게
최근에 보내신 두 통의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그 두 통 중에서 먼저 편지에는 이미 답장을
보내드렸는데 기후가 좋지 않아 이비사에서 빨마까지 가는 우편이 꽤 오랫동안 지체되었습니다.
지금쯤은 이미 답장을 받으셨겠지요.
다시 한번 형제님의 좋은 뜻에 감사드리며, 저를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시리라
여깁니다. 이번 주에 다른 우편선이 출항하여 이름을 써넣지 않은 위임장을 가져갈 것입니다.
2. 그 증서의 한 부는 제 몫으로, 또 다른 한 부는 두 사람의 몫으로 제가 지불하겠습니다.
공증인은 값이 2온스(역주;중량의 단위, 1온스는 약 7돈 정도)나 된다고 하더군요. 대금을
치르라고 비엘(Biel)을 보냈는데 그들이 80두로(역주: 스페인 돈 단위, 1두로는 5페세따)
를 요구 한다고 합니다. 나는 그만큼의 돈도 없울뿐더러 내 가죽을 벗긴다해도 그 만큼의
값도 안 나갈테니 그들에게 줄 수가 없습니다.
3. 만일 땅이 1모하다니 2모하다 정도라면 일부를 분양 받겠으나 이는 최후의 방법입니다.
그 건을 정리할 방법이 달리 없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땅 전부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것이 더 낫겠습니다.
저는 형제님을 신뢰하며, 비록 형제님이 어떠한 위임권도 떠맡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에서 나를 도와줄 기회가 생기면 그 기회를 꼭 이용할 것을 압니다.
4. 지금은 그 밖의 다른 일에 대해서는 조용히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친구들을
찾아가야 할 때에 가는 것마저 자제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마리에따 자매님께 안부 전해주시고, 안토니에따 자매님과 그의 가족 분들에게도 잊지 말고
안부 전해 주십시오,
화나 수녀님이 콜레라로 인해 일어난 모든 상황을 제게 알려 주었답니다. 비록 여러분이 콜레
라 때문에 고생이 심하셨겠지만 그래도 여러분을 건강하게 지켜주신 하느님께 찬미 드립니다.
형제님을 지극히 사랑하는 무익한 종.
프란치스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