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5년 6월 1일, 에스꾸벨스(이비사)에서
1. 영성지도. 자매가 내 손에 자매의 운명을 맡긴지 10년이 되는군요. 자매의 운명은 내 운명과 줄곧 함께 해 왔으며 아직 남은 길을 가기 위해 자매를 이끌어 온 중요한 점들을 알아야 합니다.
1843년부터 1855년까지 나는 폭풍과 태풍 속에서 길도 없는 산을 어두운 밤에 넘었고, 사방에서 덮쳐오는 공격과 가장 가혹한 시련을 참고 견뎌야 했으며, 그리고 [....] 어느 순간 갑자기 그 그늘에서 자매에게 길을 밝혀줄 빛이 나올 것입니다. 그늘(무능력함)에서가 아니라 예언자의 정신에서 나온 그 희망은 자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격려해 주었으며, 바르고 건전하며 선한 정신은 자매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2. 이 힘겨웠던 때가 이제 나에게 끝났으니 자매에게도 끝난 셈입니다. 그러니 걸어 가십시오. 한 걸음 더 내딛고 길 도중에서 쉬십시오. 내가 자매에게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간이 대답해 줄 것입니다. 과거에 비추어 앞으로 올 일들을 판단하지 마십시오. 속기 쉬우니까요. 그러니 계속해서 걸으세요. 그러면 그림자는 나중에 현실이 되어 나타날 것입니다.[....]
3. 내가 하느님께 성실하고 더없이 충실한 것은 자매의 영혼에 중요합니다. 곧 하느님의 명령과 권고를 듣고 실천에 옮기는 것, 성소에 따라 전진하는 것 그리고 하느님께서 내게 열어 주고자 하시는 길을 따라 가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자매가 옳다고 생각하고 동의합니다. 만약 내가 길을 잃어 버리면 자매는 내 실수의 피해자가 되겠지요. 지도가 잘 되려면 다음의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나의 영성 생활에 관련한 모든 면에서 하느님의 빛을 따르면서 그분께 충실해야 하는 것
그리고 자매 역시 자기 성소에 충실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충실함이 없이는 영적 지도는 없고 대신 결별이 있을 것입니다. 오로지 참되고 영원한 사랑인 애덕만이 우리를 이 삶에서 일치 시켜 주는 매듭입니다. 만일 우리가 하느님한테서 떨어져 나가면 일치와 화합은 불가능해지고 자매는 더 이상 참된 영적 자녀가 될 수 없습니다.
4. 하느님과 일치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나 자신에게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하느님의 은총에서 오는 모든 것을 바랍니다. 내가 느끼는 것, 하고 있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자매에게 말하겠습니다. 덕행의 성모님께서 이 곳에 옥좌를 정하신 후부터 전에 느끼지 못했던 다른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못을 고치기 위하여 지난 세월을 성찰하는 데에 오로지 마음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지금이 나에게서는 질서와 평화, 기도와 휴식의 때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자고 있는 나를 괴롭히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못하도록 모든 악마를 내쫓아 주셨습니다. 나는 긴 여행에서 막 돌아와 아주 피곤하고 지쳐 있으므로 먹고 마시는 것보다 휴식이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먼저 자고 나서 일어나 먹고 그런 후에 일을 하렵니다.
5. 딸이여, 이것이 바로 나의 상태입니다. 그러니 그러한 나를 믿고 바라보며, 다른 식으로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내가 자매를 속이지 않는 것을 알아보려고 나의 외적 행동을 살피거나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나 있는 그대로 자매를 보러 올 것이고, 내 영혼의 모습 그대로 자매를 방문할 것이며, 미래의 내 모습을 그대로 알게 될 터이니,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나를 참되게 인식하리라 봅니다. 만약 내게 생명이 있다면 살아서 올 것이고, 자매는 그러한 나를 받아들이 것이기에 자매는 살아 있는 자와 이야기하며 살아 있는 자의 말을 듣고 따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떠한 죽음의 위험도 숨기지 않으렵니다. 내가 자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사실임을 세월과 체험이 알려주겠지요. 그러니 딸이여, 이 점에 대해서는 마음을 놓으세요. 덧붙여 말하면 이 사실이 자매를 두렵게 만들고 싸움터에 밀어 넣고 또 아직도 싸움터에 있게 하는 단 하나의 원인입니다. 이 두가지 원칙이 밝혀졌으니 자매에게 나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순명과 주변 상황이 자매를 세상 어느 곳으로 데려가더라도 자매의 영혼은 용기와 평화를 갖게 될 것입니다.
6. 의식 성찰과 고해 성사에 대해 한 마디 하겠습니다. 아주 길게 하고 싶지만 적당한 때가 오면 지체치 않고 그렇게 할 것이나 아직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이 점은 내가 가장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것이므로 천천히 묵상하고 잊어버리지 않겠습니다. 그것에 대해 상세하게 연구하겠습니다. 자매도 알다시피 고백의 동기가 되는 모든 잘못을 살펴보면 대략 어떻게 고백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이것 때문에 너무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고해를 해야 할 때 크고 작은 세세ㅏㄴ 이야기를 하도록 권하는 것은 고해신부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고해하는 것은 성사의 한 부분이지 성사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고백은 대개 상황에 따라 다소의 설명이 필요하며 이것은 지도자의 판단에 따라야 합니다. 그것은 지도자가 언제,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총 고백을 할 때 많은 설명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시 쓰겠습니다.
7. 자매가 영육으로 참으로 행복하도록 내 힘이 닿는 데까지 일할 것을 말하면서 이 편지를 마칩니다. 나의 이런 뜻을 늘 믿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매를 사랑하는 아버지를 신뢰하십시오.
프란치스코 빨라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