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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아루구스티노 마냐씨에게 : 바르셀로나
1855년 7울 16일, 에스꾸벨스(이비사)에서
예수, 마리아, 요셉
1. 무척 소중한 벗에게
형제님의 지난 번 편지를 받았는데, 편지를 읽고서 형제님이 놀라셨다기에 저 또한 당황했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보내드린 편지는 그런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제가 한
일이 잘한 것인가요, 아니면 잘못한 것인가요? 저의 좁은 소견으로는 창찬 받을 일밖에 없다고 봅니다만
그렇게 하는 데서 저는 이익은 커녕 비용을 들이고 수고만 했습니다. 저는 절대로 비싸고 화려한 성상이나
성물을 교회에서조차 써 본적이 없습니다.제가 쓰는 제대 위애는 십자고상과 초 두 자루면 충분합니다.
저는 그런 부류의 물건들에 아무런 흥미도 없으면서도 그런 것들을 학교에 들여놓는 것을 동의했던 사실을
얼마나 많이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성모상과 깃발 또 제대를 장식하는 물건들이 (이미 들어와 있으니)
이방인이나 저 따위 원수들 손에 넘어갈세라 마음을 졸였을 뿐입니다. 당연히 일어날 일에 미리 대처한
것이지요. 물품들은 이미 재산 목록에 올려놓은 상태였으며 정부는 학교와 관련한 모든 물품을 압수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도원에 놓아둘 수가 없었습니다. 또 어느 개인의 집에다 놓을 수도 없었으며, 형제남 자신도
자택에 놓고 싶지는 않으실 것이 분명하지요. 제가 취한 이 방법보다 더 낫게 처리할 방법이 없었고 그래서
운영위원회에 알려드립니다. 이 행위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느님께 드리는 영광을 슬프게 하는
것이며 거룩하고 찬미 받을 만하고 신앙적인 것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저는 그 물건들이
어느 개인 집이나 교회에서 대중에게 전시해 놓는다면 허락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형제님 자신도 이와 같이
하는 것은 관계자들을 궁지에 몰아놓는 데에 작용한다는 것을 아시지요. 여러분 중에 아무도 저 성상과
성물들을 안전한 장소에 옮겨 놓은 사실을 나쁘게 여기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며 또 위험이 없는 곳에서 공개적
으로 공경을 받으시게 된 일을 잘못되었다고 여기지는 않으리라고 믿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만 둡시다.
형제님이 이 일 때문에 놀랐다는 것을 머리에 떠올리면 제가 화가날 것 같으니까요.
2. 여러분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일을 한 점은 제 잘못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형식에 매여있는 사람이라
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비엘이 나에게 깃발을 자기 집에 두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편지를 했고 그래서 짐을 덜어줄 생각으로 모든 물건을 나한테 보내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분명히 저는
이와 똑같은 상황에 대해 여러분한테 편지를 했습니다. 그런데 비엘이 이 문제를 은밀하게 해야한다는 이유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여러분한테 그 편지를 건네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3. 어쩌면 침묵하고 비밀로 하는 편이 더 나았으리라 여깁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미리 생각할 수 있는
상황으로 여러분이 이 물건들에 대해 질문 공세를 받으면 그와 같은 물건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대답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여러분은 제가 써 보낸 편지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대답해야만 하겠지요.
입을 다무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에 제가 잘못을 했다면 그것은 제 의도가 아니었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4. 저는 이 물건들을 개인소유로 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이 아닌 모든 것, 그 밖의 모든
것은 내게는 너무 값싼 것이며, 소유물은 전부 나를 지치게 할 뿐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이 물건들을 더 좋게
사용하는 길을 알고 계신다면 저는 여러분이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넘겨주겠습니다. 이 물건들이 저를 하느님
앞에서 더 완전하게 하는 것도 덜 완전하게 하는 것도 아니며, 구원받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도 아닙니다.
따라서 저는 아주 쉽게 이 물건들을 이탈할 수 있습니다. 이 물건들을 개인 자격으로가 아니라 학교에 관계한
사럼으로서 보관할 뿐입니다.
이 문제를 우리의 우정과 상관 있다고 보아서는 안됩니다. 친구간에 일어난 문제가 아니라 공적인 물건들에 연루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침묵을 지킨다 해서 참된 우정의 법칙을 깨뜨리는 것은 아닙니다.
5. 본당 단체나 종교 협회의 소유물은 전부 팔려고 내놓은 상태이며 또 정부가 소유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형제님은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약간의 암시만으로도 모든 물건은 전혀 모르는 사람 손에 들어가고 말 것입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까닭은 베르나르도씨는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는 아주 확실한 수단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어떤 예기치
못한 놀라운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은 제게 보관하고 있는 학교의 물품들이 이방인의 손에 넘어가는 일은 없으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저는 교회 당국자가 아니면 절대로 아무에게도 넘겨주지 않으렵니다. 여러분이 제가 한 일에 대해
그토록 나쁘게 생각하고 있느데 혹시 여러분이 위와 같은 목적으로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실 수 있는지는 모르갰습니다.
형제님께서 운영위원회의 각 회원들에게 저의 위와 같은 심정을 부디 전달해 주신다면 저는 훨씬 짐을 덜겠습니다.
6. 형제님과 마리에따 자매님께서 하루 빨리 건강을 완전히 되찾으시기를 바랍니다.
화나 자매님의 편지를 받았는데 제가 부탁한 목적대로 그 돈을 사용했다고 하더군요. 형제님의 편지를 받고 죽시 동봉한
메모지에 적힌 지향대로 하였습니다. 관심을 가져 주시고 수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형제님의 여동생과 매형과 조카 펠레그리(Pelegri), 그리고 모든 친구에게 안부 전해 주시길 바라며, 형제님을 진실로
사랑하는 충실한 벗이 드립니다.
프란치스코 빨라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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