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화나 그라시아스에게 : 그라맛(프랑스)
1857년 7월 16일,
에스꾸벨스(이비사)에서, 가르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예수, 마리아, 요셉
찬미 예수님
1.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는 자매에게
가르멜 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의 팔일 축제를 지내고 있는 요즈음,
나는 마치 생애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나의 모든 일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자매에 관한 일들을 살펴봅시다. 자매의 외적 생활을 살펴보기 위해서
자매의 편지를 기다리는 동안에 내적 생활을 위한 지도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2. 인간 안에서 행하시는 하느님의 위대한 일은 내면에서 일어납니다.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질서는 바로 내적 질서의 일이며 결과입니다.
통찰, 지혜, 지식, 의견과 같은 가장 숭고한 성덕의 은사들의 보조를 받은
믿음, 희망, 사랑의 세 가지 성덕은 피조물을 창조주와, 인간의 영을 하느님과,
영혼을 하느님의 말씀과 일치시킵니다.
그러므로 자매가 추구하고 간직하고 잡아야 할 것은 이와 같은 거룩한 합일입니다.
왜냐하면 이 합일에 생명이 있고 건강이 있으며 영적 굳셈이 있고,
이 합일에서 셀 수 없을 만큼 온갖 성덕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이론을 제쳐놓고 자매에게 실질적으로 적합하고 그리고 해야 할 것에 관해 살펴봅시다.
3. 영혼은 하느님을 두 가지 면 또는 두 가지 형태로 바라봅니다.
첫째는 자신의 온갖 애정의 대상으로서 또는 한없이 선하시고
사랑스러운 존재로서 바라보는데 이러한 형상은 영혼의 마음을 앗아갑니다.
선하시다함은 한없이 아름다우시고 한없이 완전한 분으로 보는 것이며
이런 관념에서 지성과 생각과 묵상을 그분이 취하시고 앗아가 버립니다.
이러한 관념에서 보면 대신덕과 은사들은
하느님과 영혼을 사랑과 정화된 사고로 단 하나의 것이 되게 합니다.
영혼 안에서 이 거룩한 합일이 최초로 일어나는 동안에 다른 모든 성덕은
협조자와 보조자로서 또 군대로서 이 작업을 지켜주고 도와주고 보호해 줍니다.
이는 곧 영혼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며 하느님을 향한 영혼의 사랑입니다.
4. 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합일의 작업을 하고 질서를 잡는 동안에
또 다른 합일이 틀을 짜기 시작합니다.
이 합일은 이미 자매한테 수 차례 이야기한 것입니다.
즉, 영혼은 먼저 하느님과 합일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하느님은 사랑하는 이(Amado)입니다.
하느님은 영혼의 애정과 시선의 중심이며, 다음에는 왕이시요 주님이시며 주인님이고
온 세상을 다스리는 우주적인 분이십니다.
첫 번째 합일은 영혼을 여신으로 만듭니다.
즉, 영혼을 신격화하고 신성하게 하며 하느님의 정배로 만듭니다.
그리고 두 번째 합일은 영혼을 여왕과 구세주의 협조자와 귀부인과 공주의 품위에 올려놓습니다.
첫째는 하느님의 사랑이고 둘째는 이웃에 대한 사랑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인간의 내면 안에서 시작하고 계속하고
완성되어야 할 일이며 모든 율법의 완성이므로 만일 이 일을 오직 하느님만 아시는
완덕의 등급에 도달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 생명과 건강과 힘이 있답니다!
이 목적으로 방향을 잡고 가지 않는 모든 것은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요!
비록 나는 아직도 저 뒤에 있지만 이러한 위대한 일에 관해 가르치고 이야기하고 쓰고
묵상하는 것이 기쁘기만 합니다.
하느님의 일을 관상하면서 영혼은 힘과 용기를 얻으며 생기에 차게 됩니다.
5. 이 두 가지 합일은 기도하고 묵상하고 침묵하고 잠심을 하는 데서 일어납니다.
만일 자매가 그처럼 큰 열정으로 고독과 은둔을 추구하고 피조물을 피하기를 갈망했다면
또한 광야 외에는 다른 것을 꿈꾸지 않았다면, 가련한 자매의 영혼이 하느님과 합일하여
살아야할 필요성을 알고 이해하고 분명하게 깨달은 데서 이러한 성소가 나왔고
도 나오는 것임을 믿으세요. 여기서 합일은 여타의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요구하시고 원하시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지요.
영혼은 이 합일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를 알고, 그 안에서 생명과 부활,
양식과 성덕을 발견할 것임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혼은 합일을 추구한 것이지요.
그러면 어디서 무슨 수단으로 추구하였을까요?
하느님의 계획과 섭리를 흠숭하고 경배합시다.
잘못과 걱정을 바로잡기 위해 삶 안에서 가르침을 얻읍시다.
6. 그렇다면 사랑하는 자매님,
자매는 어디에서 무슨 수단을 가지고 그런 합일을 찾아야 할까요?
이것은 매우 용기 있고 중요한 일이니 앞으로 이것에 대해 편지에 쓰겠습니다.
사실 자매에게는 이것 외에는 가치가 없지요. 그럼 이야기를 계속해 봅시다.
기도와 활동 안에서 자매의 영의 발걸음을 지도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런 거룩한 합일이 일하는 곳이 바로 여기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 지도는 자매가 추구해 온 것을 우선적으로 합니다.
이점에 있어서 자매는 가르침과 권고가 필요한데
그것은 길을 찾는 것을 용이하게 해주니까요.
만일 내가 그 일을 소홀히 하면 언제든지 내게 청하세요.
이 일은 무엇보다도 자매에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7. 기도 중에 자매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발견할 것입니다.
자매는 이미 충분히 가르침을 받았고 체험이 있기 때문에 이 성덕들을 분별할 수 있으며,
자매가 가지고 있던 걱정과 잘못은 이미 없어졌으므로
합일의 행위는 쉬우며 달콤하고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그래서 자매는 합일을 알아채지도 보지도 못하면서 합일을 느끼고
하느님과 함께 편하게 있고 하느님과 쉽게 친해지며 금방 우정을 맺게 됩니다.
어떻든 지금은 그저 끈기를 가지고 있으라는 것밖에는 할 말이 없군요.
그리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이러한 내적 평안을 잘 누리면서
은총을 청하고 자매의 윤리 덕들을 확고하고 강하게 하십시오.
자매 영혼의 성에서 스스로 힘을 얻어서 자신의 슬픔과 원인에 맞서 싸우고
이유 없는 괴로움을 없애 버리고 세 원수 때문에 이 신적 합일을 위태롭게 하는
무시무시한 싸움을 준비하십시오(종이가 다 되어 가는군요.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아니었거든요. 어쨌든 시작했으니 계속 쓰겠습니다.).
하느님과 일치하여 살고 배고픔도 목마름도 칼부림도 장애나 행운도,
그 어떤 것에도 자매의 마음을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하느님과 일치하여 사십시오.
그 밖의 모든 것은 거품이요 연기요 그림자처럼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8. 의식 성찰을 할 때에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세요) 너무 멀리 가지 마십시오.
알프스산 꼭대기에서나 피레네 산맥의 정상에서 해안을 바라보듯이
의식을 바라보고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가지 마십시오.
어떤 잘못된 점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보이지 않으면 계속 나아가고
하느님과 함께 평화로이 머무십시오.
다시 말합니다. 이 점에 유의하고 의식 성찰을 어떻게 하는지 내게 말하세요.
악마는 거짓 교리와 회유로써 침입하여 자매에게 막대한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합일은 마음에 평화가 생기게 하니까 평화를 추구하십시오.
자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행복이나 불행에 불안해하거나 흔들리지 마십시오.
마음의 평화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버리십시오.
자매가 불안과 슬픔, 고통과 괴로움을 느낄 때는 그 원인을 찾아보고 그렇게 느낄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 아니므로 불안을 떨쳐 버리십시오.
만약 원인을 찾을 수 없는데도 불안하거나 이유 없이 불만스럽고 그래서 괴로우면
고통을 받아들이고 인내하고 영적 열병의 때가 지나가게 하세요.
그러면 내적 고요가 다시 찾아 올 것입니다.
9. 나의 자매여, 그 합일에는 평화롭고 고요하며 흔들리지 않는
마치 저 높은 하늘에 있는 것과 같은 마음이 필요하며,
우리는 합일을 통해 평화, 고요, 흔들리지 않음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합일을 방해하는 우리 주변의 바깥 것들이 들고일어날 때
힘차고 용간하게 싸우면서 이 합일을 추구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자매여,
설사 자매가 합일을 이루었다 해도 합일을 완성하고 굳세고 강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나는 가르침과 지침과 조언을 주기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며,
내가 자매를 알아야 되니까 자매는 자신에 대해 내게 이야기 해 주십시오.
10. 이제 또 다른 합일을 살펴봅시다.
첫 번째 합일은 한없이 사랑스럽고 곱고 아름다우신 하느님을 바라보며,
그분의 속성들과 온전성을 관상함을 목표로 합니다.
두 번째 합일은 그분을 창조주, 존속케 하시는 분, 통치자, 구속자
그리고 온 세상에 영광과 생명을 주시는 분으로 바라봅니다.
어떤 때는 주님의 영께서 자매를 이러한 두 번째 합일로 들어 올려주실 것인데
여기에 자매는 협력해야 합니다. 그분은 자매에게 주님이요 왕이며 세상을 통치하는 분,
만군의 주 하느님으로 나타나실 것이고 자매의 이러한 현존과 유사한 대상들에게
인도하실 것입니다. 첫 번째 합일은 두 번째 합일 없이는 강해지지도 완전하지도
않으므로 여기서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11. 하느님과 영혼의 씨름, 이 소책자가 자매에게 가르침을 줄 것입니다.
단지, 대상만 바꾸면 됩니다. 곧 스페인을 보편 교회로 바꾸십시오.
도시를 방위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싸웁니다.
자매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묵상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며,
그분의 물리적 육체에서 온 교회의 윤리적 신비체를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매는 그분의 친구이고 그분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씨름』에서 가르치는
방법에 따라 기도하면서 이웃에 대한 사랑에 협조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기도 할 때에 첫 번째 합일을 잊어버릴 정도로 여기에 몰두해서는 안됩니다.
기도 중에 성찰해야 할 첫째는 자매와 하느님의 합일입니다.
12.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시간이 다 지났군요. 비엘과 라몬이 저녁기도 하자고 부릅니다.
다른 편지에 이와 같은 중요한 주제에 관해 더 말하겠습니다.
내게 편지할 때는 이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의문 나는 점과 방법에 대해서 쓰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안녕히 계세요. 자매를 위해 마음을 쓰는 아버지가.
프란치스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