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7년 7월 24일, 베드라(이비사)에서
예수, 마리아, 요셉
찬미예수님
1.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는 자매에게
나흘 전부터 이 바위 안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물이 있는 커다란 동굴을 발견하였는데 물은 한 방울씩 떨어지지만 나 한 사람이 쓰기에는 충분하답니다. 비엘과 라몬이 와서 엘리야 대 예언자 축일을 나와 함께 지내고 밤에 돌아갔는데 이번주 금요일에 다시 올 것입니다. 만일의 경우를 위해 한달치 양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감히 더 좋은 것을 원하지도 청하지도 못할 정도로 내 영혼에 이렇게 흐뭇한 고독을 이 작은 바위섬에 마련해주셨습니다. 여기 이렇게 물이 있고 때때로 형제들이 찾아주니 나는 이미 모든것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이곳을 떠나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천사들은 하느님께서 보내시지 않으면 천국을 떠나 지상에 오지 않습니다. 만일 천국에 있는 성인들에게 지상에 돌아올 자유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들은 하느님의 사명을 반드는 일이 아니라면 내려오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나에게는 이 고독이 천국입니다. 사람들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누가 나를 여기서 끄집어내겠습니까?
2. 만일 자매가 마음 속에서 고독과 영혼에 걸맞는 장소를 강렬하게 바라는 열정을 느낀다해도 놀라지 마세요. 자매는 떄와 장소와 상황이 어떻다해도 하느님을 섬길 수 있긴 하나 외적인 상태는 과연 놀라울 정도로 영혼에 도움이 됩니다. 이 피정의 목적이 내 자신의 일들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지도하는 사람들의 일들을 질서 잡는 일이니 지금 펜을 들어 주님께서 내게 주신 정감과 빛을 적어보냅니다.
3. 외적인 상태. 자매가 외딴 곳에 숨어서 하느님과 단 둘이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내도록 신경쓰겠습니다. 이러한 고독을 향한 갈망은 때가 되면 이루어질것입니다. 떄가 되면 이라고 말한 이유는 어쩌면 지금은 자매에게는 적당한 때가 아니기 때문이며 적당한 때가 되면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자매의 영혼을 궁핍에서 구해주시기 위해 기회를 주실 것입니다. 나는 자매가 그라맛에 가는 것이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며 마찬가지로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매가 취해야할 외적인 상태는 지금은 내가 알지 못하는 수 천가지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그 점에 대해서는 좀 암담하군요. 자매가 편지에 그러한 상황을 알려주면 사람들의 상황과 그 밖의 사건들을 통해 자매가 그 나라에서 취해야 할 외적인 방향에 대해 판단해 보겠습니다.
4. 예기치 못하고 호의적이지 않으며 반대의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에도 힘을 내기 위해서는 외적인 상태는 항상 변화 무쌍하다는 사실을 염두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외적인 상태는 하느님과 천사들과 악마들, 좋은 사람들과 나쁜 사람들 그리고 우리 자신들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외적인 상태에 믿음을 두거나 그 위에 자리 잡아서도 안됩니다. 자매의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그것에 대해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5. 아이톤(Ayton) 수사님의 편지를 받았는데 자매의 방문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분이 말씀하신 것을 보아하니, 그분도 나처럼 자매가 거기에 정착하는 것은 자매의 신분에 적합하지 않다고 확신하고 있더군요. 그분은 당신의 지도 하에 있는 자매의 동료들에 대해서는 전혀 말씀이 없으십니다. 3월 말이나 4월쯤에 그분을 뵈러 가려고 하는데 이 기회를 이용해 자매에게 필요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에스꾸벨스에서 이미 해방되었으니, 나는 하느님의 영광이 부르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로우타 데 안가로바(Routa de Angarroba)에 짓고있는 집은 올해 안으로 완성되겠지요. 파따레야(Fatarella)에서 미겔라(Miguela)부인을 만나보겠습니다. 파우(Pau)는 9월에 첫 미사를 드릴텐데, 이 기회에 그 부인을 만나서 함께 가려고 합니다. 그 부인이 내게 쓴 지난 번 편지에서 자매에 대해 물어보더군요.
6. 자매의 내적인 문제로 가봅시다. 지난 번 편지에 자매의 기도와 묵상의 목표는 자매의 영혼과 하느님의 합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매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합일에 익숙해졌으니 보지 않고 느낄것이며 하느님과 금방 일치됨을 느낄것입니다. 즉 주님 안에 평화로이 있음을 느낄것입니다. 그런데 자매가 더 깊이 내려가는 문을 알지 못한다면 여기에 머물게 됩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행위를 통하여 이미 하느님과 일치해 있고 이미 하느님과 함께 평화를 누리고 있거나 원수진 상태가 아니라고 느낄때 하늘을 향해 끊임없이 이렇게 탄원하세요. 하느님의 섭리가 자매를 위해 계획한 바를 제 때에 실현하고 성취하고 실천하시라고 말입니다.
7. 동시에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관상하고 묵상하기를 시작하십시오. 이단과 오류와 죄악으로 상처투성이인 교회가 그분의 윤리체입니다. 이런 식으로 묵상을 하고나면 앞으로 내가 자매에게 이야기하려는 것을 잘 감지할 수 있습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서 십자가를 경배하고, 하느님께서 자매 안에서 자매를 통하여 자매와 함께 당신이 기뻐하시는 것을 하시도록 자신을 바치고 온전히 내어 맡기십시오. 미사 중의 봉헌 예절 때에 자매의 죄와 모든 사람들의 죄의 보속으로 예수님과 함께 자매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십시오. 「하느님과 영혼의 씨름」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방법으로 십자가에 못 박힌 신비체 안에서 고통 받으시는 예수님을 치료하고 쉬게 해 드리는 천상적 거래를 하십시오.
8. 비록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중개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설프겠지만 세월이 흐르고 반복하다보면 완전하게 될것입니다. 자매가 세상의 선익을 위해 기도하는 일에 종사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입니다. 이렇게 할때 자매는 이미 확실한 길을 가는것입니다.
9. 또한 기도할 때에는 외적인 생활 형식에 대해 하느님의 지혜로 결정하신 것들을 자매 안에서 성취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당신 뜻이 이루어지고 자매의 걸음 걸음을 모두 주재하시고 보호해 주시라고 청하십시오. 외적인 생활 형식은 다른 영혼들의 선익을 지향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 신앙 생활에 선이 되는 데에 알맞은 것이 무엇인지는 오직 하느님께서만 알고 계시니 자매를 인도해 주시고 길을 헤매지 않도록 손을 잡아주시라고 끊임없이 청해야 합니다.
10. 외적인 생활 형식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말고 인내하고 절제하며 참아 견디고 기다리십시오. 하느님의 섭리에 맞게 때와 날과 시간을 정하는것이 그분께 마땅한 영광을 드리는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간이 올 때까지는 어떻게든 안정된 형식을 취하려고 시도하는것은 소용이 없을것이며 자매의 노력도 헛될것입니다. 즉,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주위 여건을 살펴서 자매 영혼에 가장 잘 맞는 외적인 형식을 취하고 나서 더 나은 다른것을 기다리라는 것이지요. 앞에서 말한 더 나은 다른것이란 자매가 좋다고 여긴것이라 해도 일시적일 수 있으며, 안정된 형식은 인내롭게 기다려야 할 가치가 있기에 그것은 일시적인 것 이상이 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 형식에 대해 결정하신 바는 성취되어야 하나 적당한 때와 날과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11. 우리에게 커다란 위로가 되는 것은 안정되고 확실한 형식하에 영적인 길을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아무에게도 좌우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 때문에 자유인입니다. 그래서 영혼의 내적 형태는 인간의 좋거나 나쁜 뜻에 좌우되는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우리들의 뜻에 맞는 형식과 수단을 취합니다. 나와 하느님 하느님과 나, 여기에 모든것이 다 있습니다. 복되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