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화나 그라시아스에게 : 그라맛(프랑스)
1857년 11월 19일, 에스꾸벨스(이비사)에서
예수, 마리아, 요셉
1. 사랑하는 딸에게
나의 일을 계속하기 위해 자매의 영혼 안으로 들어갈 시간입니다. 자매가 보낸 모든 편지에 대답하는 것이 좋겠지만 분실된 두 통의 내 편지에서 이미 대답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요약해서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이제 성덕들의 내적 실천에 관해 생각해 봅시다. 기도를 시작할 때, 준비 기도로 일치송을 바치면 도움이 됩니다. 이런 기도는 아주 단순하고 소박합니다. 곧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원하고 원하시지 않는 것은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분께 마음을 열어 드리고 자매에게 요구하시고 분부하시는 데로 자신을 바치는 것입니다. 이 일치는 신덕송, 망덕송, 애덕송을 전제로 하고 또 포함하고 있으며, 자매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 삼덕송을 바치고 있기 때문에, 이 삼덕송은 마음에 새겨지고 단순 소박한 사랑 또는 일치송을 바칠 때 습관적이고 새롭게 됩니다. 만일 이러한 일치가 공격을 받으면 삼덕송을 반복하고, 만일 직접적으로 공격이 오지 않으면 이 기도는 앞서 말한 일치송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일치송이 아주 단순하고 소박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 합일이 하느님과 영혼 사이에 어떤 유사성을 느끼게 해 주어서 영혼이 하느님 앞에 현존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내가 말했듯이 그저 단순히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원하는 것입니다.
2. 이렇게 준비된 상태에 있으면 영혼은 사랑의 두 번째 행위로 넘어가게 됩니다. 첫 번째 행위에서 영혼이 마치 신부가 신랑을 대하듯이 하느님을 바라뵈옵고, 한없이 친절한 연인이요 아름다운 대상을 대하는 연인처럼 하느님을 바라 뵙는다면, 두 번째 행위는 그분을 윤리체의 머리로서 바라뵈옵는 것입니다. 매맞고 십자가에 못 박히고 궁핍하고 박해받고 경멸과 조롱을 당하는 그분의 교회인 이러한 몸 안에서 그분을 바라보십시오. 이런 관념을 가지고 교회를 돌보는 데에 자신을 바치고, 교회를 위해 자매가 할 수 있는 봉사들을 하십시오. 또한 그분은 우리가 바라 뵈올 때 주님이요 우주의 주인이요 왕이시지만, 우리 없이 우리를 다스리지 않고 우리와 함께 우리 안에서 우리를 위해서 일하시는 분이시므로 그분이 자매에게 무엇을 원하시든 그분께 자신을 바치십시오.
3. 자매는 우선 기도로써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기도는 모든 은총이 사슬로 이어져 있으므로 기도를 생활화하십시오. 그러므로 「씨름」 이란 책에서 스페인이란 말을 오직 교회로 바꾸기만 한다면 이 책이 자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도하는 것 외에도 하느님께서 섭리로 자매에 관해 세우신 계획에 따라 일을 하는 데에 헌신할 수 있습니다. 자매의 삶을 복음의 거룩한 법에 맞추고 순명이 시키는 대로 자매의 행위를 질서 잡으면서 그분의 뜻대로 모든 고통을 받고 자신을 바치십시오.
4. 이러한 실천을 할 때에 다음과 같은 기도를 수없이 되풀이해야 합니다. “주님, 저를 돌보아주십시오. 저도 당신을 돌보겠습니다. 제가 당신을 돌보아 드리겠으니 당신은 저를 돌보시겠지요. 교회인 당신의 신비체의 선익을 위해서 제 존재 전체를 온통 투신하겠으니 저를 돌보아주십시오.”
이것이 자매가 내적으로 실천하는 핵심이지요. 그러기 위해 궁방들에 관해 다룬 필사본을 공부하십시오.
5.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자매의 외적 문제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마세요. 그 점에 대해서는 내가 염려하고 걱정할 터이니 그냥 놓아두세요. 지금부터 늘 내적 질서가 외적 질서에 종속되는 일이 없도록 또 전자가 후자에 의지 되는 일이 없도록 크게 조심하십시오. 자매의 외적 상태가 일시적이든 안정적이든 평화중에 있든 시련을 받든 어떻든 간에, 내적 질서에 대해서 유의하세요. 그러면 내적 질서가 자매의 외적인 문제를 정리해 줄 것입니다. 자매는 마치 언제나 끔찍한 역경과 반대를 받는 외적 상태에 살도록 운명지어져 있는 것처럼 사십시오. 절대로 자매의 외적 상태를 너무 믿거나 기대를 두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자매를 위해 좀 더 나은 외적 상태를 찾아보겠으나 이 외적 상태는 수많은 사건에 따라 좌우되며 변화와 끊임없는 변천에 민감하기 때문에 외적 상태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자매의 인생 여정에는 번영과 역경, 안정과 변천 등 온갖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오직 하나 자매가 조심해야 할 일은 안정적이고 고정적이고 항구하고 굳건한 기둥처럼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일입니다. 곧 내적 질서인 자매의 영혼의 균형에 흔들림이 없어야 합니다.
6. 내가 자매에게 쓰는 모든 편지에는 자매의 내적인 면을 지도하는 일을 다루겠습니다. 지도하는 일의 주된 목적이 여기에 있으며 모든 일이 여기에 관련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비사를 떠나기 전에 다시 편지해서 이 문제를 계속 다루겠으니, 자매는 모든 편지에서 자신의 내적 생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마세요. 자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필요가 있으니까 이것에 관해 답장을 보내 주세요.
나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 주기를 바라며, 자매를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