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안토니오 마리아 글라렛 주교님에게 : 마드리드
1859년 11월 28일 , 에스꾸벨스(이비사)에서
찬미 예수님
지극히 경애하올 주교님 귀하
1. 저는 불가항력적인 양심의 소리에 굴복하여, 교회의 선익을 위해 성실하게 경애하올 주교님의 귀하신 시간을 무엄하게도 조금 얻어서 저의 문제에 대해서 자문을 얻고자 합니다.
이편지를 전달하는 사람은 그 도시에서 출판하도록 제가 부탁 하였던 덕행학교 변호론이라는 제목의 소책자 한 부를 주교님께 드릴 것입니다.
2. 덕행학교는주요 대 도시들 안에서 가톨릭 신앙을 공격하는 여러 강력한 요소들로 말미암아 나약해진 가톨릭 신앙에 다시 힘과 활기를 주고 재건하라고 하느님과 시대 상황이 알려주는 대로 복음을 선포하는 기관이었습니다. 이것이 1851년 저의 소중한 고독 생활을 포기하게한 사명이었으며, 이 일을 하려고 동료들과 함께 바로셀로나에 왔습니다. 그러나 제 이념과 사명은 공격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미 그 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면 어떻습니까? 저는 주님의 뜻을 알게 되었고 그 뜻을 수행하였을 뿐입니다. 한 번 투쟁이 시작되자 저와 마찬가지로 동료들도 투쟁을 계속해야만 했습니다. 저희는 투쟁을 지속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와 맞서는 것입니까? 누가 우리를 공격합니까? 이념의 세계에서 보면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든 거룩하고 신성한 것에 맞서 공격하는 사람들입니다. 저희는 방어할 것입니다.
3. 반종교적인 출판자들에 대응하기 위해서 또 페하의 내각에 저희들의 올바른 지향에 관하여 자세하게 설명해드리기 위해 저의 동료중의 한 사람인 빌라라사(Vilarrasa)씨가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를 <가톨릭 잡지>에 발표하였습니다. 게다가 이 일을 중개해 주시고 우리한테 호의적이신 존경할 만한 분들의 요청으로 저는 위에서 말씀드린 소책자를 마드리드에서 발행하였습니다.
4. 경애하올 주교님, 그 책의 내용이 주교님께 잘 전달되었기를 염원합니다. 너무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설교와 형태에 대한 아주 중요한 문제를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조용히 휴식을 취할 때 끊임없이 떠오르는 심상이 있는데, 그것은 주교님의 바램이나 본성과 반대로 주교좌에 오르신 것은 여러 목적 중에서 설교하는 일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주교님께서는 하느님의 섭리의 도구이시며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해야할 하느님의 영적 대리자이심을 믿습니다. 어쨌든 저는 의무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직접 말씀드릴 수 없는 처지이므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1858년 2월에 저와 동료들의 이름으로 주교님께 자문을 구하고자 마드리드에 가려고 바르셀로나에 머물렀습니다. 지금 이렇게 하는 것처럼 주교님의 충고와 지침을 따를 마음을 준비하고 그 곳에 갔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박해가 있었고 말씀 올린 것과 같은 이유로 그들은 새로이 제게 유배형을 내림으로써 저의 이런 만족을 앗아갔습니다.
5. 저희가 따르고 있는 이념들을 주교님께서 이해해 주시길 바라지만, 만일 저희가 잘못 간다고 하시면 다른 길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저희가 옳게 간다고 하시면 주님께서 마련해 주시고 길을 열어주실 때에 저희는 나아가겠습니다. 이와 같은 중요한 문제에 봉착한 저에게 주시는 주교님의 충고와 교훈, 그리고 제게 유용하다고 여기시는 경계의 말씀을 신뢰합니다. 저는 그 말씀들을 하늘에서 내려온 비처럼 감사로이 받아 실천하겠습니다.
6. 또한 이사벨 2세 폐하께 올리는 상소문의 사본을 주교님께 보내드립니다. 이와 똑같은 문서를 저의 소송건을 다루고 있는 군부를 톹해서 폐하께 올립니다.
저는 가르멜 회원이며 성녀 데레사의 아들로서 지중해로 둘러싸여 저를 감금하고 있는 이 자물쇄들에 입을 맞추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제자 두 명과 함께 완벽한 고독 속에 살고 있습니다. 덕행학교 잔제를 가지고 저희는 이 바위 가운데에 은둔소를 마련했습니다. 이 은둔소는 제가 하느님께 바라던 관상생활 그 이상이었고 젊어서부터 간절히 바라고 황금빛으로 꿈꾸어오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여기에 저의 수방과 저의 천국이 있 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착한 사제로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의 일들과 선익을 하느님과 함께 의논하는 데에 온 힘을 다해 헌신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무엇 때문에 자유롭기를 갈망하겠습니까? 저를 가르멜산의 정상에서 내려올 계기를 만드는 자유를 무엇 때문에 ? 이 유배의 쇠사슬이 저에게는 얼마나 소중한지요!
7. 경애하올 주교님, 고백하는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자유를 청하기 위해서 저항도 못하고 막아버릴 수도 없는 목소리, 하느님의 명령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영적 자기애에 온전히 거슬러 청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의 기쁨은 이미 제가 알고 있는 하느님의 뜻을 채우는 일입니다. 저는 주님께서 맡겨 주신 어떤 사명도 거스를 수 있거나 거스르고 있는 지옥의 세력과 불경이라는 온갖 장애에 대항하여 힘껏 싸우는 일이 의무라고 믿기 때문에 폐하께 상소문을 올립니다. 제가 폐하께 글을 쓰는 것은 하느님께서 그렇게 명령하셨다고 믿기 때문이며, 주교님께 글을 쓰는 것은 주교님께서 하느님의 계획을 이행하고 악마의 음모를 실패로 돌아가게 하려는 저를 도우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8. 설사 제가 전술(前述) 한 바로 그 문서를 폐하께 공식 절차를 통해서 보냈다 하더라도, 만에 하나 주교님께서 좋은 기회가 있을 때 폐하께 혹은 군부에 한 말씀드리는 일이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며 교회에 봉사하는 데에 쓸모 있다고 여기지 않으실까 하여 이 소송의 전반을 알고 계시라고 그 문서의 복사본을 주교님께 보내드립니다. 그러나 혹시 주교님께서 이 사건에 관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신다해도 저는 서운하게 여기지는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소송들에 대해서 내리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경배하고 또 경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9. 만일 제가 저의 사적인 소송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드리는 것이라면 공경하올 주교님을 괜히 귀찮게만 해 드리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하겠지요. 그러나 하느님과 그분의 교회의 선익이 저의 선익이고 또 까달루냐의 대도시를 매우 염려하시는 주교님께서 이 일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주교님께 말씀드리는 것이니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주교님께서 드리는 열정적인 기도에 저를 맡겨드리며, 저도 비록 불쌍한 죄인이지만 기도 중에 주교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경애하올 주교님, 이 충실한 봉사자이며 무익한 종에게 명령을 내리시고, 하느님 뜻대로 말씀만 하십시오.
프란치스코 빨라우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