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화나 그라시아스에게 : 에스꾸벨스
1860년 10월 27일, 알꾸디아(말요르까)〔Alcudia(Mallorca)〕에서
예수, 마리아, 요셉
1.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는 딸에게
마오네스(Mahones) 증기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자매들은 29일에 내가 가리라고 기대하고 있겠지만
19일까지는 가지 못할 겁니다.
지금 나는 새로운 밭, 새로운 지역,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설교하라고 부르시고 나를 인도하시는 성령께나 자신을 내 맡기라고 하시며,
열려있는 문을 보면 어느 곳이든 거기로 들어가야 한다고 하심을 느낍니다.
어떤 고정된 거처도 없이 친구들 아니 하느님 섭리의 보살핌에 나를 맡기고
계속 여행을 해야 하는 것이 내 심신에는 끔찍한 일입니다.
그러나 나의 자매여,
자매가 이미 내 성격을 알고 있듯이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실 때면,
나는 아무리 내 앞에 끔찍하고 불쾌한 무엇이 가로놓인다 해도
그것을 쳐부수고 때려눕히지 않은 적이 없답니다.
하느님께서 내 안에서 또 나를 통해서 설교하시고 말씀하실 때에,
나 자신이 바로 저 거룩한 말씀의 선물을 받은 첫 번째 사람이 되어서
하느님의 말씀은 나를 구원하고 위로해 주실 것입니다.
이 말을 하는 까닭은 내가 취한 새로운 길을 자매가 보게 하기 위함입니다.
설교활동은 다른 모든 활동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도록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2. 자매에 관해서는,
자매 자신을 돌아보지 말고 하느님 섭리의 손에 맡겨드리십시오.
그러면 섭리가 자매를 인도하실 것입니다. 나는 아버지로서 자매의 영적 여정에 대해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순명이 이끄는 곳으로 걸어가고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안전한 항구에 데려가실 테니까요.
나는 자매의 일들 전부에 대해 생각하고 묵상하고 있으니,
모든 것을 내가 염려하도록 내버려두세요.
자매에게 관련된 온갖 것들에 대해 하느님께 순명하면서 자매를 인도하겠습니다.
3. 그 동안에는 이 고독과 은둔의 시기를 잘 활용하세요.
나를 성모님께 맡겨드려 주십시오.
이 달 초부터 자매에 관한 소식이 없어서 걱정이 되니 편지를 하십시오.
하느님 안에서 자매를 사랑하고,
자매가 지상에서나 천상에서 구원되고 착하고 완전해지기를 갈망하는
자매를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가.
프란치스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