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가브리엘 브루넷에게 : 바르셀로나 1860년 11월19일, 마온<메노르까>에서 예수,마리아,요셉
1. 사랑하는 형제에게 오늘은 날씨가 나빠서 마오네스 증기선이 출항하지 않았네. 내일 가겠지. 오늘은 여유가 있으니 우리들 문제에 대해서 자네에게 말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려네. 지상의 일은 내버려두고 이번에는 천상의 일에 대해 말하기로 하세나. 자네는 내가 외적으로 당한 엄청난 고통의 증인이 되었지. 자네는 나를 따랐고 나한테서 떠나지 않고 시련 한가운데서도 성실하고 충직했지. 주님께서 갚지 않고 넘어가시진 않을 걸세.
자유의 몸이 되고 나니 나는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하네. 앞으로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 하네. 자네는 하늘까지라도 나와 함께 갈 사람이니 자네에게 관계된 일을 알려 주는 게 도리겠지.
2. 이비사를 벗어난 이번 외출에서 나는 내 소명을 알아내고자 노력했네. 빨마와 시우다델라에서 머물렀던 마지막 며칠간은 내게 정말 기념할 만한 날들이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네. 왜냐하면 주님께서는 나의 진로와 사명을 가장 확실한 방식으로 결정해 주셨기 때문이네. 주님께서는 지난 14년간 눈물로 열렬히 기도하며 절규하던 내 영혼의 청원을 바로 이 시우다델라 주교좌 성댱에서 들어주셨다네. 청원이란 나의 사명을 알게 해 달라는 것이었지. 하느님께서 나에게 활짝 열어 보이셨고. 나는 이제 확고한 결심이 섰네. 내가 실행하고자 하는 바를 앞으로 자네는 보게 될 걸세.
3. 첫째. 사도직 생활: 설교. 내가 이해한 형태로 해야 할 바를 하겠네. 나는 스페인의 저 끝에서 이 끝까지 가야하며. 내게 길을 열어놓은 그 곳에서 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해 온 힘을 다 해서 일해야 한다네. 이것만이 아니라네.
생활.규칙: 첫째가며 근본적인 것 : 가난. 나는 아주 가난하게 살아야 하네. 그렇게 하겠네. 자네는 내가 가난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이미 알고 있지. 주님께서는 나를 가난과 혼인시켜 주셨다네. 내게 가난을 주셨으니 내 본성이야 무척 고통스러워하겠지만 그런 것은 괜찮네. 하느님께서 그렇게 명하시니까. 일생을 기차와 마차와 여인숙에서 지내야 한다니 . 오 하느님, 그 고통과 끔찍함이라니요! 그러나 괜찮네, 하느님께서 그렇게 명하시니까.
4. 둘째: 지상 재물에서 이탈하기. 내 사명 때문에 앞으로 자네들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게 될 걸세.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네. 따라서 나는 물질적인 것에 대해 염려해서는 안 되니까 자네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나서 손을 떼겠네. 다른 지시가 있기까지 자네는 오르따를, 라몬은 이비사를 돌보아야 하겠네. 그러니 자네들은 생계를 꾸려나갈 궁리를 해야만 하겠지. 자네에 관한 문제인데, 거기서 혼자서 스스로 생계를 잇기 위해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을 해 놓게. 그러면 내가 그곳에 가게 될 때 그 계산을 살펴보겠네. 다른 사람과 함께 도로나 채석장에서 일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이야기하겠네. 어떻든 지금은 계속하고 자네에게 방금 편지 쓴 내용대로 계산을 하게. 내가 사도직과 설교활동을 하는 동안은 주님께서 달리 명하시지 않는 한,자네는 거기서 살아야 하겠지.
5. 세째: 고행. 내 사명에는 엄청난 고행이 따르게 되어 있는데다가, 사명을 수행하고 난 다음에는 산에서 은둔생활을 해야한다네. 광야에서 나와 함께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모으도록 노력하겠네. 나에게는 이미 빨마에 아주 좋은 은둔소 하나가 있네. 이 은둔소를 마련하는데 그리 힘을 많이 들이지 않았네. 이미 완벽하게 완성되어 있어서, 은수생활을 하기 위한 수도원으로서 부족한 것이 전혀 없다네. 거기에 젊은이들 예닐곱 명이 있다네. 이 젊은이들은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지.여기 메노르까에서 어느 산에 있는 아우구스티노회의 수도원을 내게 양도해준다고 하네. 주교님께서 우리에게 아주 호의적이시기 때문에 그 집을 구입했던 집주인으로 하여금 우리에게 양호하도록 애써 주실 걸세. 여기서도 땀을 많이 흘릴 필요가 없으니 나는 거기서 생계를 이어갈 것에 대해 신경을 쓰겠네.
6. 시우다델라 시민들은 무척 열정적이고 우리에게 호의적이었지. 설교활동 때문에 사방으로 길이 열리네 그려 . 그 행사는 12일에 끝났는데, 바로 그 날에 길을 떠나야 했다네. 고해 성사를 볼 사람이 수 없이 많았지만 그냥 떠나야 했기에 나의 일정이 연장되도록 기도를 많이 했더니만 글쎄 바람이 아주 심하게 불어서 오늘까지도 나는 여기서 사목을 하고 있지 않겠나. 내가 자네들의 생계를 위한 길을 찾느라고 염려할 필요가 없도록 하느님께서 분명 마련해 주실 걸세. 가난하고 고행에 찬 우리들의 수도생활 자체가 바로 설교해야 할 그것이네. 이상이 바로 내가 자네에게 말해야 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직접 만나서 말하겠네. 26일에는 이비사로 갈 생각이고, 금주는 빨마에 있는 은수자들과 함께 지내려고 하네. 아마도 성탄 때쯤에 갈 것이 거의 확실하네.
잘 있게. 목요일의 우편선을 통해서 환어음 한 장을 보내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