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화나그라시아스에게 : 시우다델라
1860년 9월 4일, 에스꾸벨스(이비사)에서
예수, 마리아, 요셉
1. 지극히 사랑하는 딸에게
자매들의 편지를 동봉하여 보낸 자매의 지난 편지는 받았습니다. 이번 편지는 아주 두툼하게 해서 보냈더군요. 하이메와 안또니아의 편지도 동봉했고요. 나는 지난번 마지막 편지에 마리아들에게 썼는데 모두 베드라에서 있을 때의 날짜로 썼지요. 공개하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자매에게는 자매의 내적 지도에 관해서 말했고요.
2. 자매가 서신왕래에 대해서 한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자매를 인도하는 지도자나 고해신부나 주교나 장상에게도 양심의 자유와 묵비권과 비밀을 지킬 자유는 더 없이 성스러운 것입니다. 자매는 호의적인 순간을 잘 포착하여서 요한 신부님께 잘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매가 아무리 순명서원을 발하였다해도 이 서원이 수도자들이 양심에 관한 사항을 장상이나 지도자 또는 고해신부나 다른 사람들에게 지도 받을 권한을 박탈함을 포함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십시오. 이 점에서 자매는 완전한 자유가 있습니다. 이 자유는 더 없이 성스러워서 혁명시기의 정치가들 조차도 이 묵비권을 감히 침해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자매데게 말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습니다. 더 이상 말하지 않겠으나 이는 결코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자매에게 보낸 내 편지를 그 사람이 읽어보았다면 자매의 편지도 뜯어보았을 겁니다. 만일 내가 요셉씨의 결점을 드러내기라도 했더라면? 이런 잘못은 아주 심각해서 이것은 소위 공적 서신 왕래의 자유를 박탈하는 커다란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니 정말 소름이 끼칩니다. 일단은 내가 또 다시 다른 편지들을 동봉할까 걱정하지는 마세요. 요한 신부님은 악의는 없는 사람이나, 목숨과 명예와 사람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모든 것을 위협하는 전투장에서 악마와 싸우는 지옥 한가운데에 있어본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아주 단순하게 보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자매는 지난번 내 편지를 받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군요. 우체부에게 이제 편지들을 집주인 여자에게 건네주라고 말하세요.
3. 빨마의 주교님께서 나에 대해 언짢아하시나 봅니다. 지난번 편지에 산 오노라또에 대한 보고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마르띤에게 이 편지를 그분께 갖다 드리라고 밑겼지요. 그분이 언짢아하고 계신 줄을 모르고 그렇게 했던 거지요. 지금 나는 총대리님께 5월의 꽃이라는 소책자에 관해서 펀지를 쓰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한, 이것은 아주 단순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검열관은 그 필사본이 거짓 투성이고 문체가 거칠고 어색하지만 어떻든 신앙에 위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내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그 필사본을 회수하고 인쇄를 중지시켰습니다. 다음에 다른 주교님을 찾아가서 법적 보호와 후원을 부탁드리고 때가 되면 출판하려고 합니다. 물론입니다. 교의적인 문제에서 조정할 권위는 오직 신학에 있을 뿐이며, 신학은 교회가 가르치는 하나의 진리 외에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이런 문제들에서 계급이나 조심성 따위는 필요가 없습니다. 순수한 가톨릭 교의를 지키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으며 물러서지 않았는지 자매도 잘 알고 있지요. 내가 잘못된 계시를 제시할 수 있을까요? 그냥 놓아둡시다. 만일 그 사람들이 이 교리에 대해 나를 공격한다면 나는 어떻게 응수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음 편지에 메노르까의 주교님께 글을 올려서 이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매에게는 다음 우편에 새롭게 석판 인쇄한 5월의 꽃을 보내겠어요. 그냥 이대로 접어둡시다. 여기에 내 전투장이 있고, 더구나 다름 아닌 믿음의 전투장이니 기꺼이 싸우겠습니다.
4. 그 밖의 일들은 잘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주교님께 보고 드리러 가는데 그분께서 당신이 불쾌하셨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시지 않으시면 비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신 것으로 믿어야겠습니다. 혹시 그러시다해도 내 자신을 어떻게 변호해야 할지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내게 싸움을 걸어오거나 모함을 할 때 자매는 내가 항상 변함 없이 평정을 유지한 자세로 불 속에 뛰어들어가 죽음도 불사할 준비가 늘 되어 있음을 보게 될 것이고, 이것은 자매에게 이득이 됩니다.
5. 내 딸이여, 여기의 전투는 그리 대단한 것이 못됩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바로 내가 십자가형에 처해질 곳이니까요. 거기에 내 모든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빨마에서 일어난 충돌을 피하겠습니다.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을 뿐더러 시간만 없애고 허비할 뿐이랍니다. 내게는 고독을 누릴 베드라가 있습니다.
6. 아직 규칙서에 손을 대지는 않겠어요. 그저 주석과 참조문들을 달아서 여러분한테 보내겠어요. 주교님과 함께 이 점에 관해서 상호 이해를 도모해야겠어요. 또 주석을 달 때는 규칙서의 내용 중에서 기도생활에 가장 큰 비중을 두겠습니다.
7. 다음 번 우편선을 통해 이비사 신학교의 플라네스(Planes)학장님께서 자매한테 편지를 쓰실 것입니다. 이 분은 교구청의 책임자와 사이가 좋으시고 여러분을 위해서 열성에 차 있고 이 곳에 수녀원을 창립할 것을 요청하십니다. 그러니 이 분께 계속 연락 드리도록 하세요. 여기에서는 양쪽 당국이 여러분을 아주 폭넓게 보호해 주고 계시니 이를 잘 활용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여기 아닌 다른 곳에서는 여러분을 죽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나를 반대하는 주교님이 계신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원하기만 하면 우호적으로 대하실 주교님도 계십니다. 그렇다해도 아무도 불쾌하게 만들지 않도록 온 힘을 다 기울여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