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화나 그라시아스에게 : 시우다델라
1861년 20--10월 23일, 바르셀로나에서
예스, 마리아, 요셉
찬미 예수님
1. 예수님 안에서 사랑하는 딸에게
자매의 지난 번 편지는 받았고, 자매가 아프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되는군요. 재매는 (하느님의 은총 없이는)그 점을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병 기운이 있거나 육신이 괴로워도 연락을 취할 사람이 없으니 자매는 혼자서 견디다가 외부 사람이 자매의 딱한 사정을 알기도 전에 병으로 죽고 말겠습니다. 이전부터 줄곧 자매의 건강에 대하 염려하고 있어요. 하느님이 모든 것을 다스리지만, 다른 부수적인 이유로 하느님은 우리에게 시련을 허락하십니다.
2. 나는 지난 번 편지에 수녀회의 창립은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점에 덧붙여 말하는데 창립은 거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더 성장하지 못하면 마치 질식해 버린 풀과 같습니다. 여러분이 주교님과 요한 신부님 그리고 토마스 신부님에 묶여있기 때문에 나는 조금만 도울 수가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날개를 달아주려면 나는 하느님의 뜻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그 사람들의 의도를 물어보아야만 합니다. 그러니 내가 밀어부친다고 해서 수레바퀴 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거기서 바퀴를 밀어야 하지요. 그 수레바퀴의 회전여부는 그 사람들의 발걸음에 맞추어 가야합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여러분은 비천하고 볼품이 없지만 하느님의 눈에는 사랑스럽습니다. 마리아는 방탕한 부랑자, 칠칠맞지 못한 자, 게으름뱅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무익한 자, 수치스럽고 천박하고 책망받을 자라고 극도로 비난과 경멸을 받습니다. 더욱 가막힌 일은 그 언니 마르타가 목청을 높여 소리지르며 마리아한데 게으름과 방랑벽을 없애 달라고 하느님과 사람들에게 청하고 또한 그릇을 닦거나 병자를 돌보던가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마리아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어떤 일을 하는 곳으로 보내달라고 청합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예수님의 사랑과 특전을 받은 자이니, 예수님께서 친히 마리아를 당신 동반자로 삼으시고 그 언니 마르타에게 대항하여 스스로 변호할 능력을 마련해 주십니다. 나는 자매가 이 신비를 모르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즉 마리아가 이 시대의 사조로 인해 푸대접을 받고 경멸과 비난을 받는 것은 하느님의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마르타의 불평에 귀를 기울이고 그 불평이 널리 퍼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마리아는 하느님께 기도를 드림으로써 자기 사랑으로 기대고 묶고 연결하고 고리를 지어 하느님을 위로하고 기쁘게 해드려서 그분을 무장해제 시키고 분노를 가라앉히며, 자신의 사랑으로 하느님을 설득해서 세상을 다스리고, 하느님을 온통 차지하여 그분과 함께 세상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마리아는 가장 권세 있는 왕들을 폐위시키고 쓰러진 제국을 일으키며, 마리아는 결코 잃지 않을 왕관을 쓰고 하느님과 함께 옥좌에 앉은 어린양의 신부(묵시12,1)입니다. "마리아 한테서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된다.(루카10,24)" 처럼. 세상의 악행과 언니의 몰이해 때문에 마리아는 드러나게 이 시대의 조소와 멸시를 받는 처지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대의 사조가 여러분의 생활 양식과 이상을 거부하기 때문에 거룩한 사람도 마리아를 알아보지 못하고, 마르타도 외적 생활을 요구하는 종교적 열성에 이끌려서 마리아에게 싸움을 걸고 있다고 내가 말하는 것입니다. 오직 하느님, 오로지 하느님만 마리아를 알아주시고, 오직 그분만이 마리아를 변호할 수 있으십니다. 불경함과 지옥이 자기들의 계획을 펼치고 승리하기 편리한 세상이니 마리아가 내침을 당해야만 하지요.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요? 고통받고 우리에게 가능한 곳을 지나가되 우리 눈에 보이게 열려있는 좁은 분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3. 나는 마리아가 있을 피난처를 찾아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 이 세상에는 그런 곳이 없군요. 하느님뿐! 예수님이 마리아의 변호자이십니다. (요한12,1-8) 그렇다 해도 이 세상은 마리아 없이 구원받을 수 없고 마리아 없이 이 땅이 회복되는 것을 보지 못하며 마리아를 통하지 않고는 구원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마리아의 생김새도 얼굴도 모르면서 "마리아가 저기있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마르타를 보여줍니다. 얼마나 다른지요! 사람들은 마리아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줄 알면서도 이 여인이 마르타가 되기을 원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누가 마리아인줄 아시고 수 천명 가운데서 또 인간의 모든 딸 중엣 마리아를 구별해 내십니다. 마르타는 마리아가 아닙니다. 이 둘은 생김새가 아주 다릅니다. 전자도 후자고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이 둘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4. 나는 여러분의 궁핍함을 절절히 느끼고 있으며 잘 견뎌낼 수 있도록 하늘이 여러분에게 무쇠 같은 건강을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시며 위로와 용기를 주고 계심을 아는 것이 내게는 진정으로 위로이며 만족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실이 나의 괴로움을 없애지는 못하는 군요.
주교님께 여러분위 사정에 대해서 글을 써 올리려고 좋은 생각이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목소리와 권위에 순명할 줄 안다고 그분께 말씀드리겠어요. 여러분을 지도하는 이 아버지는 여러분을 소홀히 하지 않고 앞으로도 아니할 것이며, 마리아를 사랑하고 또 알고 있으며, 하느님께서 여러분 때문에 내게 어떠한 희생이든 요구하시면 희생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으므로 여러분은 안심해도 됩니다.
방금 재매의 편지를 받았고 우편선이 돌아가기 전에 부치려고 답장을 쓰고 있습니다. 호아끼나 원장님께서 시우다델라에서 온 배가 곧 떠난다고 말해 주셨습니다. 여러분에게 보내려고 오늘 몇 가지 사놓았는데, 제 시간에 보낼 수 있을 지 보겠어요.
5. 요한 씨는 지금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금을 어떻게 운용해야할지 자문을 구하러 왔기에 내 나름대로 제안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모든 사람한테 자문을 구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분한테서 의심스러워 보이는 점이 많아서 내 자신이 휘말릴까 두렵군요. 지금으로써는 그분의 일에 대해 아무런 약속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오직 하느님 만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겐 하느님만으로 흐뭇할 따름입니다. 그분은 우리가 필요한바를 아십니다. 그분이 원하시고 그것이 합당하다면 그것들을 채워줄 방법을 아실 것입니다.
자매가 앓고 있음을 알고 많이 걱정하고 있으니 편지 쓰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마세요.
자매에게 ...의 편지를 동봉해서 보냅니다.
6. 이제 더 쓸 것이 없군요. 하이메한데 지금은 그 일들이 되어 가는 대로 그냥 놔두어 동의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라고 말하세요. 때가 오면 우리가 그 사건에 개입할 테니까요. 하이메의 형제의 말에 따르면 수도생활은 이미 끝났다고 합니다. 세속화된 성직자는 종교생활을 짓밟고 승리한 사탄 때문에 좋아하고 있고, 수도 성직자와 교구 성직자은 그 수난을 슬피 울고 있습니다. 얼마나 슬픈 일인지요! 지금 상태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말라고 전해 주세요. 그분의 날이 곧 올 것입니다.
안또니아한테 내 안부를 전해주면서 만일 나와 합의 했던 대로 스스로 편지를 쓰지 않는다면 나도 써야할 의무가 없다고 말해주세요. 안또니아는 자기가 편지하겠다고 앿속했고 그래서 나도 답장을 하겠다고 약속했답니다.
나의 모든 딸에게 사랑을 보내며 나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세요. 나 역시 매일 미사와 기도 중에 여러분을 모두 축복하고 나의 가난한 기도 안에 하늘에 계신 그들의 아버지께 여러분을 진심으로 바치는 일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나의 봉헌과, 자매를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가 보내는 축복을 받으세요.
프란치스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