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화나 그라시아스에게 : 시우다델라
1861년 10월 28일, 바르셀로나에서
예수, 마리아, 요셉
찬미 예수님
1. 사랑하는 딸에게
자매의 건강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는데 자매의 편지를 받고 정말 기뻤습니다.
마리아들이 잘 지내고 있음을 알게 되어서 내가 얼마나 흡족한지 자매는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여러분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고 있었답니다.
2. 이 편지에서는 오늘 밤 기도 때 묵상했던 주제와 그 요점에 대해서 자매에게 말하겠는데,
그것은 자매의 기도 방법과 하느님과 관계 맺는 방법입니다.
내가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자매 자신에 관한 영적 지도를 할 때,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하느님과 자매의 합일, 하느님과의 관계 그리고 기도 방법입니다.
영적 지도자로서의 나의 사명이 이것이므로
만일 내가 이 점을 잊어버리면 커다란 실수를 범하는 것이지요.
지금은 자매의 외적 생활이 주변 환경이 요구하는 대로 질서 잡혔으므로 자매의 관심을
내적으로 돌리고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기 위해 영적 힘을 한 곳에 모을 수 있습니다.
자매의 외적 생활은 가능한 제일 좋은 상태에 놓아두고서 자매는 내면으로 향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편지를 통해 여러 번 암시해 왔는데도 자매는 대답을 안 하는군요.
만일 내가 자매의 외적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 쓰는 것이 옳다면
자매의 내적 생활에 대해선 더 더욱 그러합니다.
전자(前者)가 지도 없이는 존속할 수 없다면 후자는 훨씬 더 그렇지요.
어느 날 빛을 받아 편지 쓰는 것이 좋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기도 중에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내게 편지를 쓰세요.
하느님께 무엇을 말씀드립니까? 무엇에 관해서 대화를 나눕니까?
하느님을 어떻게, 그리고 어떤 시각으로 바라봅니까?
사랑이 자매 마음을 휘저으면 어떤 정감이 일어납니까?
자매의 내적인 눈은 어떤 대상을 찾고 무엇으로 영양을 섭취하고 무슨 음식을 줍니까?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에 소스라치고,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고, 무엇 때문에 즐거워합니까?
자매는 이 점들에 대해서 대답해야 합니다.
3. 나의 딸이여,
최근 베드라에서 피정한 이후로 나는 내면으로 아주 깊이 잠심되어,
설사 거룩한 사람이라 해도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끔찍하게 여겨집니다.
내 편지에서도 자매에 대한 말투가 다름을 느낄 것입니다.
외적인 문제에 관한 어떤 제안들을 읽고는 그것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은총을 자매에게도 주시길 갈망하면서
자매의 내적 생활을 소홀히 다루지 않을 테니 안심하십시오.
일단 붓을 들고나면 다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나머지 것들은 나를 피곤하게 할 뿐입니다.
4. 자매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하느님과 합일한 지 몇 년이 되었으니,
이 덕들을 닦는 일에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즉 이 대신덕의 고유대상들을 잘 잡아주고 거기로 향해 행동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자매의 님이요 자매를 사랑하는 분으로서,
자매가 바라보고 눈길을 줄 대상입니다.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그분을 한 인격체로, 한 개인으로, 개별자로,
성부와 하나인 존재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신비체이고 윤리체인 당신 교회의 머리로서,
이승과 저승의 모든 성인과 한 몸을 이루시는 분으로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5.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합일 또는 서로 다른 형태 안에 하나의 합일이 있는 것입니다.
첫째 것에서 우리는 멀리 가지도 않고서도 하느님을 지고의 선이며
한없이 사랑스러운 분으로 간주하고서 그분과 합일합니다.
이 합일 자체는 둘째 것을 통해서 완전해 집니다.
이 둘째 합일에서 자매를 사랑하는 이요 님이신 분은,
당신 자신을 신랑이나 사랑하는 이의 자격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가족의 머리로서, 또 한 몸의 머리로서, 피조물의 왕이요 주님으로서,
창조주로서, 보존자요 운영자로서, 당신이 만드신 만물의 주님으로 나타내십니다.
이 합일로 영혼은 왕권과 주권을 받아 하느님과 함께 온 세상을 다스리며
하느님께서는 영혼을 통하여 영혼 안에서 영혼과 함께 다스리십니다.
여기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일합니다. 대신덕이 이 모든 작업을 합니다.
6. 내가 물은 것에 대해 대답하세요.
그러면 적절한 때에 자매의 기도 방법에 대해서 계속해서 쓰겠습니다.
자매들 각자에 대해서도 내게 써 보내세요.
기도 안에서 자매들을 만나고 교정하겠습니다.
자매들에게 직접 내적 생활 형태에 대해 얼마나 설명해 주고 싶은지요!
그러나 그들을 자매에게 맡기니 자매는 그들 중 아무도 기도하는 사람들로서
자기만의 환상에 빠져들지 못하게 하리라고 굳게 믿어요.
자매들에게 내 사랑을 전해주고
자매들이 나를 잊지 않고 있듯이 나도 그들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