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화나 그라시아스에게 : 시우다델라
1862년 1월 6일, 바르셀로나, 산따크루스에서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딸에게
1. 자매의 최근 편지를 받았고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잘 지내고 있음을 알게 되어 아주 흡족합니다.
내가 지난 번 편지에서 프란체스카에 대해서 말했지요.
그런데 나는 그 자매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모릅니다.
그 자매가 자신의 건강회복을 위해서 부탁하지 않은 한
건강상의 이유로 한 자매를 내보낸다는 것은 내게는 아주 고통스럽고 힘듭니다.
성탄 전 대림시기 때, 내 문제들과 자매들의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하느님께 자문을 구했습니다.
오늘은 주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신 사실을 경축하는 공현대축일이므로 응답을 하실 때이군요.
2. 나는 산따 크루스(은둔소의 이름이지요)에서 살고 있는데,
날씨가 아주 춥지만 내게는 문과 작은 창문이 제대로 달린 동굴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나와 가브리엘과 안또니오가 살고 있습니다.
안또니오 형제는 아주 잘 처신하고 있습니다.
이 형제는 직물공인데도 농사꾼처럼 일하고
신심이 아주 열성적인 것을 보니 하느님께서 은총과 호의를 베푸셨나 봅니다.
크리스마스 자정 때에 우리는 미사를 드리고 나서
아기 예수님을 동굴에 모시고 그분께 경배를 드렸습니다.
어느 날은 호아낀의 가족이 노래를 불러 드리러 올라왔답니다.
3. 요즈음 내 묵상 주제 중 하나는 여러분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입니다.
무엇일까요? 일과 기도의 현장에서 여러분은 계속 머물면서
그 마을 사람들을 견디는 일밖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일이니까, 인간적인 지지를 박탈당하고 그냥 가는 대로 놔두면
때가 되면 하느님께서 목적하신 바대로 그것을 인도하실 것입니다.
나는 이미 여러 번 말한 바를 그저 되풀이 할 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니까요.
4. 여러분은 한 가족이고, 각자는 하느님께 아름답고 소중한 한 젊은이입니다.
하지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여러분을 흉측하게 보고 멸시합니다.
세상의 눈앞에 어떻게 여러분을 소개할까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형태의 삶을 주어야 할까요?
이 모든 문제에 대해 하느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형태를 취함이 좋다고 하시는군요.
왜냐하면 교회 권위자들의 눈에 좋게 보이는 얼굴과 모습을 갖추어야
승인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구의 승인이 없이는 일을 시작할 수 없으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될 테니까요.
5. 여러분은 은수와 관상을 혼합한 생활 형태를 제시해야만 하겠습니다.
이는 마리아들의 생활인데,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인정받을 수 있는 형태 하에서,
여러분을 지지하고 후원해주며 묵인해주고 허가를 주는 사람들과
부서질 정도로 충돌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눈에 즐겁게 보이는 모습은
오직 자선과 복지 사업의 성격을 띤 어떤 것(한 가지 혹은 그 이상)이어야 합니다.
이 제안의 전체 내용은 즉 마리아의 내적 미와 아름다움을 전혀 잃지 않으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형식을 입히자는 것입니다.
내적 아름다움과 그 형태는 중요한데,
이는 그것으로 하느님을 즐겁게 해드리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를 세속적인 여인과 다르게 하려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할까요?
자매가 보는 것처럼 거기에 가장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6. 세상을 다스리도록 하느님한테서 임명받은 권위자들 앞에
이 젊은 마리아를 소개해야 합니다. 무슨 옷을 입힐까요?
요즈음 나는 규칙서와 회헌을 훑어보았습니다. 몇 가지 사소한 수정들,
예를 들어 교리를 가르치러 마을로 나가거나 본질적인 것에 영향을 주지 않는
다른 사소한 것들을 제외한 그 밖의 것은 다 괜찮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문은 얻어야 하며,
나는 그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을 확장시키고 이전에 여러분이 밟아야 할 길의 순서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을 자매에게 미리 알려주어야 합니다.
나는 여러분이 걸어가야 할 길을 알아보겠으며, 길이 열려 있지 않거나
자유가 없고 장애물이 있는 동안 여러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합니다.
이 문제에 발을 헛디뎠다가는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테니까요.
나는 이 일을 진행시키는 중간에 졸거나 잊어버리지도 않고,
여러분에게 무심하지도 않으며, 기도 할 때마다 여러분을 하느님께 맡겨드리고
여러분을 지도하는 일에 하느님께 신뢰합니다.
7. 지금 나는 스페인에서 일할 자유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탄원과 기도를 들으실 테니,
내가 여러분을 지도하는 일에서 어둠 속에서 헤매게 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주님, 마리아들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사막을 걸어가는 그들의 길을 열어주소서.
당신 어머니의 이름이 마리아이시니, 그분을 위해서 그분의 딸들을 버리지 마시고,
이들에게 고독을 주시어 사람과 거래하는 번잡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에서
천국 외에 다른 것은 보지도 말고 다른 얼굴이 아닌 당신의 얼굴을 뵈옵게 하소서. “
아기 하느님께 이렇게 말씀드리세요.
그러면 그 말을 들으시고, 여러분에 대한 당신의 계획을 내게 펼쳐 보이실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사막으로 인도할 길을 내게 보여주실 것이며,
강한 손으로 여러분의 발걸음을 보호하시면서 동행해주실 것입니다.
그 동안은 기도하고 또 끊임없이 기도하세요.
나도 여러분의 기도에 합하여 탄원하겠습니다.
우리 함께 하늘에 거룩한 떼(역주: 원본에서는 폭력)를 써 봅시다.
8. 이 점에 관해서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무엇을 해야 좋을 지를 결정을 할 때에
자매에게 개별적으로 더 자세하게 말하겠습니다.
다른 일이 아니라 수녀원을 창립하는 일이라면 문제는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육체와 영혼의 온갖 아름다움과
미를 갖춘 마리아를 잘 차려 입혀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데에 있습니다.
지옥은 아우성을 치고, 세상은 마리아를 알지 못하며, 이 시대는 마리아를 거부합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마리아는 사막에서 나와서 고독을 버리지 않은 채
세상의 위대한 사람들 앞에 나타나야 합니다.
마리아는 도시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내적, 외적 잠심으로써 자신의 사막과 고독한 장소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른 이가 아닌 마리아가 되어야 하며 마르타가 반드시 마리아를 동반해야 합니다.
요 며칠 동안 나는 편지를 통 쓸 수가 없었습니다.
교회에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서 쓰는 데에 시간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그래도 편지 쓰는 일을 잊지는 않겠어요.
자매를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
예수 마리아 요셉의 프란치스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