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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2년 1월 26일, 바르셀로나, 산타 크루스에서
예수, 마리아, 요셉
찬미 예수님
1. 사랑하는 딸에게
킴 델스 탈예르스(Quim dels Tallers)가 주님의 공현 대축일과 22일에 보낸 자매의 편지 두 통을 내 동굴로 가져왔습니다. 다행히 자매의 모든 편지는 언제나 위로가 되는 소식들로 가득 차 있군요.
여러분의 병약함, 영육의 궁핍, 초라함과 빈곤, 이 모든 것이 관대한 마음으로 고통을 받는 영혼에게 닥칠 때는 오히려 영예와 영광, 기쁨의 원천이 됩니다. 나는 여러분 안에서 하느님께서 역사하심을 보고 감탄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분의 궁핍과 고통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을 이겨내는 여러분의 강한 정신 때문에,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듯이 나도 기뻐하는 것입니다. 자매의 편지 두 통이 아주 힘겨운 고통에서 나를 건져주었습니다. 여러분은 나로 하여금 고통스럽게 탄식하게 하는 대상이므로, 나는 지난 사흘 간 여러분을 위해서 간구 하였답니다. 마리아 프란치스카가 아프다고 해서 무척 걱정하였지만, 그 자매가 죽을까봐 걱정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성인들 중의 하나가 될 테니까요. 또한 병 때문도 아니고 다만 여러분의 창립이 오로지 하느님의 손길만이 지탱해 줄 수 있는 시련에 놓여 있기 때문에 걱정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이 내게 온통 여러분을 생각하도록 하셨고 그래서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매가 관심이 있을 테니 그 이유들을 말해주겠습니다.
2. 나의 딸이여, 자매가 하는 일이 우리의 규칙과 가르침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진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좋으신 하느님께 가야할 길을 발견하게 해 주십사고 끈질기게 청하였습니다만, 가엾은 내 신세! 전부 닫혀 있고 막혀있습니다. 여러분의 일(역주: 창립)은 나의 일이고 나의 일과 여러분의 일은 하느님의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은 하느님의 일이니 하느님 섭리와 특별한 보호에 근거를 두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진전이 안될 것 입니다. 어떠한 인간적인 협조도 멀리 물리치고 나아가야 합니다. 하느님의 손가락이 그 일을 움직여 주시지 않는 한 그 일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일을 할 때 쓰는 수단들을 가지지 않은 데다가 이 일을 감시하고 반대하는 특별히 끔찍한 원수들과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나는 이 일이 진전되기를 열렬히 바랍니다만, 장애물들을 보면서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서 약속하는 데로 발걸음이 가게 되는 것이 두렵고 걱정되고 괴롭습니다. 우리는 엘리야의 가족입니다. 이 세상에서 엘리야의 사명은 여러 형태가 있으며, 하느님의 영원한 계획에서 이미 지시되고 표시된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소명은 놀랍고도 요란스러운 방식으로 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오로지 엘리야만이 여러분을 인도할 수 있습니다. 그분이 정해진 날에 여러분이 갈 길을 열어 주실 것입니다. 그러니 고통받고 인내하고 궁핍을 참아 받으십시오. 여러분에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뿐입니다. 여러분은 하느님 앞에서 잘 하고 있고 그 밖에 다른 일은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시련을 견뎌 내세요. 자매 개인에게 하는 말인데, 자매는 수녀회의 창립이 하느님의 선하심과 자비하심에서 나온 일로서, 자매 개인과 나의 선익을 위해서 당신 섭리 안에 계획된 것임을 알고 또 확신하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 사실을 위안으로 삼고 자매의 유배생활을 체념하고 받아 들이십시오.
3. 나는 여기 동굴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웠는데 그 까닭은 깡패 때문이 아니라(자매도 알다시피 나는 그런 사람들 앞에선 대담하지요.) 혹시나 바르셀로나에서 잘 알려진 한 사제가, 땅 속에 묻혀 있는 것을 사람들이 본다면 어떤 인상을 받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나쁜 인상을 받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동굴의 넓이는 열에서 열두 뼘 정도이고 높이는 열 한 뼘입니다. 지금은 문과 작은 창문이 있어서 여기서 먹고 자고 있습니다. 어제는 이 곳 본당의 주임 신부님이 나를 찾아 왔어요. 물론 내 동굴로 오셨지요. 문이 너무 작은데다 낮고 좁아서 그 불쌍한 노인 양반은 들어오기가 아주 힘드셨습니다만 결국 들어오셨습니다. 나는 거대한 하느님이 작아지셔서 이 동굴에서 태어나신 아기를 여기에 모셨습니다. 빌라라사(Vilarrasa)신부님과 가뗄(Gateil)과 다른 친구들이 와서 나는 이 사람들을 맞이했습니다. 카셀야스(Casellas)신부님은 아주 자주 오십니다. 나는 아주 드물게 바르셀로나에 가는데 고독을 떠나기가 끔찍스러워서 그렇답니다. 나는 아주 가난하게 삽니다. 비엘과 토니는 은둔소에 있고 나는 나의 무덤에 있습니다. 비록 바위 속에 있지만 땅 속이 아니라 땅 밑에 있기 때문에, 영혼에게는 아주 편안한 장소이고 매우 건조하며, 외져서 조용하고, 매우 따뜻해서 겨울을 아주 잘 지냅니다.
4. 여러분이 지금 사는 것처럼 손으로 하는 일을 생계수단으로 하고, 계속하려면 거인과 같은 체력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도움을 빼고는 노동, 금욕, 단식, 절약 거기에다 집안 살림이 궁핍하고, 외부에는 자선 활동을 지향하지 않는 수녀회를 경멸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5. 자선 활동을 할 수 있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중입니다. 자선 활동을 받아들이려면, 첫째는 여러분의 집과 떨어진 별도의 피정 집이 있어야 하고, 둘째는 여러분의 집에 딸려 있으나 분리해 놓은 여자 어린이를 위한 학교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더 이상은 없습니다. 그런데 둘째 안은 아주 심각한 불편이 따를 것이므로 다음과 같은 원칙 하에서만 하용이 됩니다.
1) 교육을 위한 분리된 집이나 강당. 2) 자매들은 공동생활을 위한 집과 은수생활을 위한 독방을가지며, 이 자매들은 교실에는 나가되 고독한 생활을 살아야 합니다. 피정 짐도 위와 똑같아야 합니다. 즉, 피정자들은 여러분의 집과 붙어 있어도 수녀원 밖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본토에서는 교육활동을 하지 않으면 새로운 수도원을 하나도 세울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본 척도 아는 척도 하지 않습니다. 섭리는 이런 현상들을 선을 위해 사용하실 것입니다. 정부 앞에 외관상으로 보여주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면 우리는 이러한 창립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조직에는 두 가지 규칙이 필수이겠지요. 즉 하나는 수도적인 은수 생활이고 다른 것은 혼합 생활입니다. 혼합 생활을 위한 집에 대해서는 내가 위에 제시한 두 가지 원칙 외에 다른 것을 알지 못합니다.
6. 그 섬에 우리 계획을 실행할 가능성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그 까닭은 위대한 일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경악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바르셀로나에는 좋건 나쁘건 간에 사람도 있고 수단도 있지만, 거기에는 수련소를 어떻게 운영할지 모르겠습니다. 자매가 여행하거나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자매는 거기에 묶여 있으니 이 수녀원을 거기서 옮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7. 자매가 말했듯이, 자매가 자리를 비우려면 바느질을 지도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내게 어둡게 나타난것이 분명하게 보이기를 기다리면서 여러분에 관한 일을 미결인 채로 하느님 앞에 놓아 드리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빛을 거절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이비사에서는 좀 외지고 거기보다 약간 더 탁 트인 장소를 잡는 것이 차라리 여러분에겐 손쉬울 것입니다. 사람들은 밭이 있는 곳에 사니까요. 바르셀로나에서는 산타 크루스 거리를 만들려고 하며, 자매는 그 거리의 끝에서 수도적 은수생활에 알맞은 광활한 외진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주교님께서 허락해 주시면 부인들을 위한 피정 집을 세울 수 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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