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화나 그라시아스에게 : 시우다델라
1862년 11월 17일, 마슬요렌스(타라고나) 〔Masllorens(Tarragona)〕에서
예수, 마리아, 요셉
찬미 예수님
1. 매우 사랑하는 나의 딸에게
자매의 편지는 아주 반갑게 잘 받았고
여러분 모두 건강하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특히 흡족했습니다.
요즈음 자매를 위해 하느님께 많이 말씀드리고 있는데,
이는 자매에게 그것이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지요.
자매에게는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똑같이 유지하고 지속하라는 것밖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자매는 거기에 은수적이고 관상적인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하나의 변동이 전체를 뒤엎어 버리기나 한 것 같군요.
지금으로서 자매는 더 무엇을 할 수 없기에 똑같은 원칙을 고수하십시오.
2. 로사는 가르치는 일과 학교 일에 지쳐버렸습니다.
내 지도를 별로 충실하게 따르지도 않고 프라가(Fraga)에서
모든 사람한테서 봉사를 받으면서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사는 데에 이미 익숙해졌지요.
지도를 받기보다는 지도를 하며, 내 동생 요한과 계속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늘 요한의 지도를 따르고, 예전의 혼자 사는 생활로 되돌아갔습니다.
시립학교에서 교사자리를 얻도록 발까르까에서 가르치는 일을 중단시켰습니다.
이번 겨울에 바르셀로나에 중앙교육원이 설립되어
여기서 교사 자격시험과 임용시험을 볼 사람들이 공부하고 준비하게 될 것입니다.
또 여기에서 교사들이 모여서 그들의 교육에 관한 계획을 실행하는 일을 할 것입니다.
이번 여름에는 데레사와 마리에따와 빨마에서 온 다른 여교사가 시립학교에서 일할 것입니다.
이 중앙교육원은 모든 시립학교의 교사들이 담당할 것입니다.
3. 시립학교의 의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도록 계획표를 그대로 진행시키는 동안,
산따 크루스의 교사들과 신심 있는 부인들을 위해 피정과 은둔 그리고 영신수련을
할 수 있는 집을 건축하려고 물품과 자금을 찾으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큰 공사를 위해 5000두로를 희사한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이 일에 얽매일까 두려워서 지금으로서는 이를 중단시켰습니다.
지금 이런 상태입니다. 지금으로써는 빨라우또르데라(Palautordera) 학교는 아주 잘 되고,
주민들과 이웃 본당 신부님은 아주 만족해합니다.
4. 나의 딸이여,
나는 하느님의 섭리로 이미 열려있는 길로 전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학교들은 이미 두 당국들의 승인을 받았고, 보수관리를 위한 제정적 수단과
교직원확보 수단과 법률과 권위자들의 보호 등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길 말고 다른 경로를 달릴 수는 없습니다.
내가 이미 들어온 이 길을 통해서 내가 의도하는 곳으로 여러분을 인도할 확신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바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수도원 안의 고독, 수방에 은둔함, 봉쇄, 침묵, 보속, 가난, 기도입니까?
이것은 영혼을 하느님께로 이끌고 하느님의 사랑이며, 때가 될 때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게 이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완덕은 사랑의 두 계명을 채우는데 있습니다.
둘째 계명 때문에 여러분은 가르치는 일을 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연약한 여인에게 맡긴 이 숭고한 사명이 풍성한 결실을 맺으려면
그 형식을 규정하는 법규들을 잘 준수해야 합니다. 여기 학교를 보십시오.
내 사명을 얼마나 늦게 깨달았던가요! 나는 주님의 밭에 일하러 얼마나 늦게 도착했는지요!
나는 자매에게 언제나 하느님에 대한 사랑, 영혼과 하느님의 결합,
이 결합으로 이끄는 수단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였습니다.
이웃 사랑에 대해서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지요.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이런 의미로 내게 역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의 딸이여,
이제 나는 하느님께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이웃을 향해 날개짓을 합니다.
5. 지금 자매는 이러한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없고,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어쩌면 로사의 경우처럼 자매도 스무 살의 아가씨들에게 법과 정부가 부여한
거룩한 가르치는 의무를 세속적이고 헛된 짓이라고 단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기대하는 만큼 자매가 나의 지도에 충실하고 항구하면
자매는 나중에 우리 사업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는 하느님께서 자매에게 항구한 마음을 주시고,
고독한 수녀원의 품안에서 평화로이 죽게 해달라고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나는 하느님께서 이 간청을 들어주시리라 확신합니다.
최근 몇 개월간 자매를 슬프게 했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러나 나의 딸이여, 그것은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저 주위환경이 요구하는 대로 외적으로 행동했고, 사람에 따라서가 아니라
하느님과 교회의 영광을 위해 올바르고 순수하게 행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내 영혼은 자매에 대한 순수한 부성애를 늘 간직해 왔기에
양심의 가책을 받거나 불충실했다거나 배신했다는 자책감은 없습니다.
자매의 지난번 시련은 지금까지 받은 시련 중에서 가장 힘들고 가혹하였지만
하느님께서 이를 이겨낼 힘을 자매에게 주실 것을 희망하였습니다.
자매는 의심도 하고 주저하기도 했지만 곧은 정신으로 지내왔으니
주님께서 자매를 지탱시키는 일을 책임지고 배려해주신 것입니다.
나 역시 작년에 쓰라림을 맛보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하느님 덕분에 숨을 쉬고 있고 원수들이 막아놓은 길을 열고 있습니다.
6. 내 동생 요한은 산 오노라또에서 아주 만족하게 지냅니다.
로사는 또 정신이 나가서 어쩌면 카푸친회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별 일없이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일은 30일에 끝나고, 3일에 알까라스(Alcarraz)와 아이또나에서 시작할 것입니다.
여러분을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의 애정을 나의 딸들에게 전해주세요.
프란치스코 빨라우 신부
벤드렐에서(Vendrell)에서 그리 멀지 않은 로도냐(Rodona)에서 강의할 예정입니다.
로도냐 대 마슬요렌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