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시우다델라에 있는 마리아들에게
1863년 12월 15일, 산따 크루스, 바르셀로나에서
예수, 마리아, 요셉
찬미 예수님
나의 사랑하는 딸들에게
1. 알또 아라곤(alto Aragon)에 갔었는데, 내게는 아주 만족스런 여행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그 지방에서 우리의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으셨기 때문입니다.
이번 우편선을 타고 가기를 간절히 갈망했는데도 성탄절이 지날 때까지는 그 갈망을 실현시킬 가능성이 없군요. 거기서 이비사에 가야 하는데다가 5월까지는 바르셀로나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거든요. 내게는 우리의 문제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2. 자, 이제 여러분에게 가 봅시다. 오랫동안 기도를 하고 다시 차분한 마음으로 여러분에게 글을 씁니다. 첫째로 무엇보다 우선 할 것은 여러분 사이에 질서를 유지하는 일이며 질서는 오직 순명이라는 한 가지 요점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완덕은 모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원하고 그분이 명하신 바를 수행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뜻은 여러분을 지도하고 다스리는 분들을 통해서 여러분에게 제시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분들에게 빛을 비추어 주시고, 여러분에게 계시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분들에게 빛을 비추어 주시고, 여러분에게는 자신을 거슬러 싸울 수 있는 힘을 주실 것입니다. 여러분 자신이 바로 하느님과 교회의 가장 강력한 적이기 때문이지요. 강력한 적이란 바로 철없는 행동, 자신의 판단, 자기 원의, 자애심, 자기 뜻, 자신의 생각, 욕구들, 야망들, 변덕스러움입니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평화와 질서의 적입니다. 기도와 탄원 그리고 여러분이 가진 모든 무기는 이런 것들을 통제하는 데에 총동원해야 합니다. 사제들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장상으로 뽑힌 자매를 통해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은 여러분이 복종해야 하는 최고의 법입니다. 여러분이 이러한 전투에서 이겼을 때, 또 여러분 안에서 하느님의 이 법이 이러한 전투에서 이겼을 때, 또 여러분 안에서 하느님의 이 법이 승리하였을 때 여러분은 평화와 승리의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가는 곳마다 질서와 평화를 그리고 평화와 함께 영광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3. 나의 딸들이여, 여러분은 이미 이 점을 알고 있으며, 더욱이 여러분이 자신을 거스른 싸움에서 모두 승리하였음을 내가 믿는다는 사실도 여러분은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느님께 순명하고 하늘이 여러분을 맡겨주시어 여러분을 지도하는 사제에게 순명 할 태세가 되어 있음을 나는 믿습니다. 이러한 가정하에 이제 여러분 모두에 대해 하느님께서 영원한 예지로 계획하신 바를 들어보십시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십시오. 여러분은 여기서 단 두 마디로 요약이 되어 있는 은총의 법을 봅니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은 영혼을 사막으로, 고독으로, 수방으로, 봉쇄 안으로, 침묵으로, 항구한 기도와 하느님의 현존으로, 세상과 그 관계에서 해방됨으로, 여러분 자신을 거스른 싸움으로, 안팎의 가난으로, 하느님과 결합하는 데로, 은둔 생활과 전적으로 고독하고 관상적인 생활의 다른 모든 성덕으로 이끌고 갑니다. 그 실천면에서 볼 때 이웃에 대한 사랑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상반된 것처럼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웃에 대한 사랑과 상반된 것처럼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웃에 대한 사랑은 영혼을 고독에서 이끌어 내어 세상 구원을 위해 세상으로 돌아가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무지한 자를 가르치고 환자를 방문하고 가난한 자를 돕고 헐벗은 자를 입혀주고 배고픈 이에게 음식을 주는 등등. 이런 활동들은 바로 이웃을 위한 애덕의 실천이며 사랑의 실천입니다.
4. 여러분이 한 몸으로 그리고 단체로 일을 해 나가려면 이 두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에게는 봉쇄구역이 있고 교실과 병실이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여기에서 또 저기에서 수련을 해야 합니다. 이것을 언제, 어떻게, 누가,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는 장상의 결정에 달렸습니다. 여러분은 순명 하십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여러분이 잠심 할 수 있는 봉쇄 구역을 주실 것이고 여러분은 거기서 나갔다가 되돌아오게 되지요. 즉 수방 아니 천국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관상생활을 수련함으로써 하느님께 올라갈 것이고 활동생활을 수련함으로써 자선사업을 하는 데로 내려올 것입니다.
5. 나의 딸들이여, 지금은 이웃을 위해 일하고 희생할 때입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 죽기까지 수난을 당하셨는데, 우리는 영혼들을 구원하려는 그분께 협력하기 위해 조금이나마 고행하지 못한단 말입니까? 여러분이 하느님한테서 선택 받은 것은 고독 속에서 그분과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때가 될 때 자선 사업을 함으로써 여러분도 고독 안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함입니다.
6. 여러분 수도원의 질서를 위해서 첫째로 실천해야 할 애덕은 서로 종이 되고 시녀가 되는 것입니다. 각자가 다른 자매들의 종이 되고 전체가 각자를 위해 시녀가 되는 것, 이 행위가 완덕의 요체입니다. 그리고 만일 이것이 없으면 완덕은 착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른 자매들을 위해서는 감미롭고 달갑고 부드러운 것을 해주고, 대신 자기를 위해서는 힘든 일을 택하는 것, 또 남들은 좋게 판단해 주고 자신은 나쁘게 생각하며, 자신에 대해서는 단죄하고 남들은 인정해 주며 남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좋고도 옳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바로 신적인 사랑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형제애적 일치는 바로 이런 사랑 위에서 튼튼히 설 수 있습니다.
7. 사랑하는 딸들이여, 여러분의 편지를 읽고 나서 산 안토니오(San Antonio)에 학교를 설립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좋습니다. 그대로 있으세요. 내가 갈 때 이 문제를 차근 차근히 다루도록 합시다.
내가 지시했던 규정대로 정부 앞에 이름을 내건 교사는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책임자로 임명해준 사람입니다. 나의 딸들이여, 그 사람은 필경 결점이나 약점이 많겠지만, 그것들을 보기보다는 그 사람 안에 있는 하느님의 권위를 보고 스스로 복종하십시오. 여러분은 이 점에서 내가 편애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많이 묵상하고 하느님께 여쭙고 나서 내린 결정이니까요.나에게는 하느님의 영원한 부성애가 내게 주신 것밖에는 아무 것도 없고, 여러분은 나의 딸들입니다. 즉 내게는 누구보다 더 나은 누구란 없고 여러분은 모두 하느님 안에서 유일한 자녀일 뿐입니다. 여러분에게는 두 개의 공동체가 있으므로, 새로운 명령을 내리기까지는 데레사 수녀님이 없을 때는 화나 수녀님의 지시에 따르고 복종하십시오.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이 두 수녀님과 로사 수녀님의 의견에 따라서 처리해야 하겠지요. 로사 수녀님과 화나 수녀님은 간호 분야의 모든 일을 지휘하고 데레사는 교육 분야의 일을 지휘하며, 두 사람이 외출할 일이 있을 때는 한 사람은 오전에, 다른 사람은 오후에 외출하도록 하십시오. 내가 거기에 갈 때까지 이 지시대로 따르세요.
8. 데레사 그라우 수녀님은 교육 분야에 합류하고, 필요한 때에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 수녀님의 소임입니다. 그러므로 교사의 자리를 대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빨마에서 온 편지에서는 데레사 그라우 수녀님과 막달레나 수녀님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써 있더군요. 그러나 그들을 설복시킬 만큼 악마가 그토록 강하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런 헛소문은 입 밖에 내지 마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이 빨마에 편지를 할 때는 그들이 잘있으며, 여러분은 온유하고 순명하고 있다고 쓰십시오. 오직 하느님께서만 여러분 각자의 소임이 어떤지 알고 계십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소명을 줄 때 아버지의 뜻에 맞도록 기도하십시오.
9. 빨라우또르데라(Palautordera)와 올로스뜨(Olost)에 있는 수녀님들은 여전히 잘 있습니다. 바르바스뜨로에 학교를 설립하였고 지금 나는 유치원을 창립하라고 거기에 몇 사람을 보냅니다. 그 곳의 지역 사람들과 고위직 사람들이 아주 호의적입니다.
세 명의 형제들을 산따 크루스에 데려 왔고, 또 다른 세 명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들 중에서 한 명은 ... 본당 신부님입니다. 이 신부님은 주교님의 허락을 받고 오실 것이고 우리는 산따 크루스에서 집 짓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산따 크루스에 둘로 구분된 본원을 두게 될 것이며, 한 부분은 관상생활을 위해서 다른 한 부분은 모든 학교의 본부가 될 것입니다.
10. 지금으로서는 더 이상 다른 것을 말할 수 없습니다. 다음에 오는 증기 우편선으로 상자 하나를 보내겠습니다. 그러니 그 상자를 여러분에게 갖다 달라고 역마차의 주인에게 부탁하십시오.
내가 밤낮으로 여러분을 하느님께 맡겨 드리는 것처럼 여러분도 나를 위해 기도하십시오. 여러분이 거룩하게 되기를 갈망하는 여러분의 아버지가 보내는 커다란 축복을 받으세요.
예수 마리아 요셉의 프란치스카 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