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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우 신부님은 덕행학교를 통해서 당시의 어지러운 사조가 난무하는 혼란 속에서 가톨릭 신앙인들이 진리의 올바른 방향을 확립하고, 무엇보다 실생활에 직결되어 있는 도덕적 원리들을 정립하고 덕을 체득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았다. 이런 목적으로 집필된 이 덕행교리서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걸작인 신학대전에서 그리스도교 도덕 원리 전반을 다루는 제2부를 모형으로 삼고, 그 순서를 충실히 따르며 압축적으로 요약한 것이기에, 먼저 성 토마스의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는 것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에 그가 덕행학교를 열게 된 동기가 그릇된 사조들의 교회 내 침투와 만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는 것이기에, 그 시대의 사상적 배경과 당대의 사조들을 간략하나마 살펴보는 것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1.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제 2부
"대전"은 12세기와 13세기 중세 스콜라 학자들의 주도적인 문학 형식이었다. 그들은 계시 진리의 내용들을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의 틀 속에 접목시키는 작업과 씨름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학문의 요체는 체계적인 구조이기에, 우연성에 매여있는 역사적 사건들은 이 학문의 체계에서 배제되어야 했다. 그러나 성 토마스가 스콜라학 최대의 완성자로 추앙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구원의 역사를 구도 속에 일관되게 통합한 데에 있다.
성 토마스는 신플라톤주의가 강조했던 발원-귀환 도식에 호소하였다. 신학은 신에 관한 학문이기에, 모든 것은 그 기원이나 최종 목적에 있어서, 신과의 연관 속에서 연구되어야 한다.
이 도식은 역사에도 어울릴 수 있었다. 그 웅장한 구원 역사의 개막은 바로 세계 창조이고 그 전개는 신의 피조물 통치이며, 그 결말은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며 처신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궤도 위에 신과 인간의 자유 의지에 의지하고 있는 우연적인 우리 구원 역사의 사실과 업적들이 배열될 수 있다.
이리하여 성 토마스의 [신학대전] 의 기본 구도는 다음과 같다: 원리인 신으로부터의 만물의 발원(제1부), 목적인 신을 향한 만물의 귀환 여정(제2부), 그리고 이 귀환 괒어에서 수단이자 '길'이 되어 주신 예수 그리스도(제3부). 결국 [신학대전] 전체는 형이상학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은총의 도움을 받는 존재자들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제2부에서 다루는 윤리신학은 실천적 학문이다. 영적 유기체 곧 인간이 그 주된 소재이다. 이 인간 본성이 바로 신을 향한 우리의 '귀환'의 원리이고, 또 이 귀환이 요구하는 모든 덕행들의 원리이다. 여기서는 이론, 진리, 사변이 중심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과 실천이 중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