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이어쓰기

                                              추천사

   비록 소품이지만 내용 면에서 빨라우 신부님의 다른 어느 작품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귀한 보석인 <오월의 꽃>이 <가르멜의 향기>시리즈를 통해 출간된 지 어느 새

   8년이 지났습니다.

   <가르멜 총서>에 더해 당시로서는 새로운 모험이었던 <가르멜의 향기>를 새로 창간

   했을 때 본서를 시리즈에 합류시키며 힘을 보태 주신 전교 가르멜 수녀님들께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그동안 향기 시리즈는 28번까지 출간되어 가르멜 영성을

   목말라하는 많은 신자들에게 좋은 영적 도구가 되어 왔습니다.

   <오월의 꽃>또는 <성모성월>로 불리는 이 책은 빨라우 신부님이 신자들 사이에

   대중 신심, 특히 성모 신심과 수덕 생활을 고취시키기 위해 몇 가지 사목적인 장치들을

   바탕으로 마련한 소품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덕을 닦도록 권면함으로써 실질적인 신앙생활의 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완덕을 향한 여정에서 우리의 모범이 되는 성모님을 완덕의 최고 모델로

   제시함으로써 성모님을 이 여정의 탁월한 안내자이자 동반자로 모시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빨라우 신부님은 작품의 구조를 단순하게 하고 각각의 덕을 그에 걸맞은 '꽃'으로 형상화

   시킴으로써 다양한 지적 수준을 지닌 신자들이 아주 쉽게 각각의 덕을 이해하고

   친숙하게 받아들여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영혼들을 인도하는 사목자로서 빨라우 신부님의 탁월한 식견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작품의 구조는 한 달을 구성하는 31일에 맞춰 그에 상응하는 꽃과 그 꽃이 상징하는 덕에

   대한 설명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러나 빨라우 신부님은 단순한 덕의 설명에 그치지 않고 이 덕을 성모님이 지닌 덕과

   연결해서 우리로 하여금 성모님 안에서 그 덕을 발견하고 닮도록 권합니다.

   그리고 이 덕을 바탕으로 성모님, 주님과 더불어 기도하도록 초대함으로써 그 덕이 영혼

   깊은 곳에 뿌리내리도록 했습니다.

   이렇듯 신부님은 단순하지만 아주 효과적인 틀, 특히 마리아론적인 틀을 바탕으로 덕의

   이론적, 실천적 측면을 모두 집약적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이는 이 작품을 집필하던 19세기 중반 스페인 교회에서 통용되던 덕과 관련한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화되는, 이 작품만이 갖는 독특한 특징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 개정판에서는 매일의 덕을 안내해 줄 성경 말씀을 추가로 넣어 독자들이

   그에 대한 보다 확장된 묵상을 하도록 길을 제시했습니다.

   따라서 이는 오늘날 한국 교회의 사목 현장에서도 신자들의 신앙생활 진작을 위해 충분히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별히 이 작품은 사목 현장에서 신자들의 수덕 생활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성모 신심을

   증진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되어 줄 것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영적 여정에는 각 단계에서 요구되는 덕들이 있습니다.

   통상 영성 생활은 정화의 단계, 조명의 단계, 일치의 단계로 나뉩니다.

   정화의 단계에서 영혼은 죄로 기우는 성향, 즉 칠죄종에 맞선 영적인 전투에 임해야 합니다.

   또한 죄에 떨어질 수 있는 기회들을 멀리해야 하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탈해서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회심의 여정을 걸어야 합니다.

   반면에 조명의 단계에서 영혼은 본격적으로 영적 여정에 진보하게 되는데, 이는 특히

   주님을 닮아 가며 사추덕(현명, 정의, 용기, 절제)과 대신덕(믿음, 희망, 사랑)에 정진하는

   가운데 이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영혼은 일치의 단계에서 하느님과 더불어 깊은 사랑의 일치를 이루게 됩니다.

   이 과정에 영혼과 하느님 간의 사랑의 일치를 도와주는

   성령칠은(지혜, 통찰, 지식, 의견, 효경, 굳셈, 경외)이 있습니다.

   이처럼 주님을 향한 영적 여정에서는 사추덕, 대신덕, 성령칠은이 기둥처럼

   우리를 지탱하며 이 여정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빨라우 신부님이 본서에서 소개하는 여러 덕들은 이 범주 안에 포함되며 동시에

   이 기본 틀에 포함되지 않는, 그러나 역시 영적 진보를 위해 필요한 덕들도 풍부히 소개되고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출간할 당시, 전교가르멜 재속회원들이 주독자층이 되리라는 예상과 달리,

   본서는 그간 한국 교회 곳곳에 퍼져 나가, 적지 않은 신자들에게 성모 신심을 고취시키고

   보다 성숙한 신앙생활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아준 것으로 압니다.

   부디 새롭게 다듬고 단장해서 내놓는 이 보화가 한층 더 퍼져 나가 신자들의 영적 쇄신에

   일조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 책을 삼위일체 하느님과 가르멜 성모님께 봉헌하며...

                                                                                2021년 11월 7일

                                                                          인천 가르멜 수도원에서

                                                                      윤주현 베네딕토 신부, O.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