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빨라우(Fracisco Palau)신부는 어떤 사목 활동에서든 늘 형식과
상투적인 틀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추구하는 특성을 지녔다. 즉 빨라우 신부는
어떤 방법을 써 보아서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즉시 바꾸어 이를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하였다.
'덕행학교'는 바로 이런 모색 활동의 시작이었고, 그러한 시도는 그가 생을 마칠때
까지 계속 되었다.
빨라우 신부는 이비사(Ibiza)섬의 신심 깊은 분위기를 접하면서 섬사람들이
전통에 따른 순회 설교와 습과적인 신심행사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행사 방식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별 효과도 없는
고리타분한 관습을 지지할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그가 이 섬에 유배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에스쿠벨스(Es Cubells)에
성모님께 봉헌할 경당과 은수지를 세운 일이었다.
그리고 곧 바르셀로나에서 '덕행학교'를 이끌어 오셨던 덕행의 성모님상을
그곳으로 모셔 왔는데 이 일이 이비사섬의 성모 신심을 쇄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모 신심의 쇄신은 이후 발레아레스 제도의 다른 섬들에까지 퍼져 나가게 된다.
발레아레스 제도에서 거행되어 왔던 '오월'행사는 성모 신심을 표현하는 매우
고유한 행사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빨라우 신부는 여기에서 몇 해를 살면서 이런 '신심행사'가 신자들의
실질적인 삶에 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게 되었다.
살아 있는 신앙 실천을 위해서는 새로운 수액, 곧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빨라우 신부는 에스쿠벨스와 산타 에울랄리아(Santa Eulalia)를 비롯한 이비사의
다른 성당과 마요르카(Mallorca)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마침내 그는 '성모 성월ㅡ오월의 꽃' 행사가 그리스도인 생활에 참으로 도움이 되는
가장 효과 있는 방법임을 깨달았다.
'성모성월' 행사가 섬사람들에게서 대단한 호응을 얻고 그 효력이 있는 것을 본
빨라우 신부는 마리아 신심이 있는 이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성모성월'을
책으로 만들어 널리 전파하기로 결심하였다.
이렇게 해서 <성모성월- 오월의 꽃>이라는 신심 서적이 탄생하였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다른 신심 서적과는 매우 다르다.
성모님의 덕을 본받도록 가르쳐 성모님께 영광과 영예를 드리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 책은 나중에 빨라우 신부가 지닌 실천적 교육 성향에 따라 더욱 실천성이 강한
방식으로 한번 더 다듬어졌고, 오월 한 달 내내 그날에 알맞은 그림을 끼워 넣었는데
이 삽화와 글은 퍽 잘 어울렸다.
'성모성월'의 핵심 주제는 '덕행학교'의 가르침과 연결이 되어 있다.
즉 "성모 마리아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덕의 본보기이며 모델이시다."라는 것과
빨라우 신부가 1852년에 쓴 대로 "덕을 상징하는 식물은 교회라는 정원에서
그 종류나 수효가 거의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성모 마리아의 덕들을 알맞게 상징하는 풀과 꽃을 수집하였고,
위의 두 가지 확신에서 뽑아낸 씨줄과 날줄로 얼키설키 짠 천 위에 빨라우의 신심을
수놓았다.
이 신심서에는 오월 한 달 내내 그날의 덕을 상징하는 삽화가 들어 있다.
책의 내용을 보면, 먼저 꽃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그 꽃이 상징하는 덕과
성모 마리아께서 어떻게 사셨는지 설명한다.
이어서 성모님께 이 '꽃 - 덕'을 봉헌하며 성모님을 본받겠다고 진심으로 약속한다.
비록 이 신심서가 성모성월이라는 특별한 기간에 개인으로 실천하도록 편집되어
있기는 하나 저자는 공식 전례에서도 활용하게 될 것을 감안하였고, 머리말에 따라
시행할 표준안도 달아 놓았다.
빨라우 신부는 매일의 행사를 다음과 같이 진행하도록 제시하였다.
1) 시작 기도
2) '그날의 꽃'에 대한 설명
3) '꽃이 상징하는 덕'에 대한 예찬
4) 성모 마리아께서 지니신 '덕- 꽃'에 대한 묵상
5) 성모님께 꽃을 바침
6) 봉헌기도와 성모 호칭기도로 행사를 끝마친다.
이 신심서는 어떤 면을 펼쳐 본다 하여도 독자의 생각과 대중 신심에 알맞도록
단순하게 구성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1861년 중반에 이 소책자를 출판하기 위해 보다 더 사용하기 쉽도록
구성하고 직접 그린 삽화를 넣어 석판 인쇄를 준비하였다.
그러나 마요르카 교구에서 출판 허가가 나오지 읺아 결국 그 모든 계획은 중단
되어야 했다.
빨라우 신부는 자신의 작품의 장점과 가치를 확신하였기에 그러한 난관에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출판 불허로 인쇄를 미룬 기간을 이용하여 처음이라 어설프게 그렸던 스케치를
다시 잘 정리하여 그리게 되었고, 설명 부분도 머리말에 알맞도록 수정하였다.
이렇게 하여 이 소책자는 1862년에 바르셀로나에서 '교회 공식 출판 인가'를
받아 더 나은 모양으로 나오게 되었다.
당시 이 책은 각계각층의 사람들, 특히 가장 궁핍한 사람들까지도 쉽게 구입해서
볼 수 있도록 삽화를 뺀 시범 판본이었다.
그러나 책의 설명 부분과 삽화 부분이 나누어 제작되었기 때문에 두 가지를 다
원하는 사람은 모두 살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삽화는 다른 그림으로 대체가 가능했다.
빨라우 신부는 얼마 후에 설명 없이 그림만 석판화로 제작했는데 그 그림은
여러 지역으로 유포되었다. 이 신심서의 출판 발자취 현장을 볼 수 있는 상술한
실험용 소책자들은 모두 잘 보존되어 있다.
현재의 판본은 1981년에 새로 츨판된 <빨라우 총서> 제7권에 실린 것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Eulogio Pacho, O.C.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