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가 이비사에 갇혀 있는 동안 그의 온갖 "구상들과 계획들은
사슬에 묶인 채로 긴장 속에 둘 수밖에" 없었다(편지46).
이제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지만 그러한 일들을 서두르지 않기로 하였다.
그는 여느 때처럼 먼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그는 카탈루냐와 발레아르 군도에 얼마 동안 설교하러 다녔다.
설교 활동에 온전히 열중하고 있을 때, 갑자기 교회에 대한 깨달음이 터진
봇물처럼 그의 영혼을 덮쳤다.
이 일은 1860년 11월 첫 두 주간에 걸쳐 메노르카(Menorca)섬의 시우다델라
에서 설교하는 동안 일어났는데, 이 체험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확실히 깨달
을 수 있었다.
그 순간은 그의 기억 속에 영원히 아로새겨져 남아 있게 되었다.
그의 삶은 근본적으로 그 체험 이전과 이후로 분리된다.
그에게 위로를 주는 실체로서 교회의 신비가 드러난 것이다.
그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소명이 실재인 교회의 신비 안에 포함된 것으로
보았으며 그런 견지에서 정의를 내리려고 하였다.
그는 교회를 하나의 이상으로 보았는데 그 순간 이후부터는 교회의 이상을
넘어선 그의 사랑의 궁극적이며 최고의 대상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신비스러운 체험은 그를 결정적으로 변화 시켰다.
여러 해 동안 바쳐 온 기도의 응답을 받았던 것이다.
그 기도는 "눈물로 열렬히 기도하며 절규하던 내 영혼의 청원은 나의 사명을
알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느님은 그에게 "그 길, 그 진행 과정, 그리고 그 사명을" 확정지어서 분명히
알려 주셨다.
"나는 이제 확고한 결심이 섰다."(편지57)라고 그는 편지에서 고백하였다.
그것은 무엇에 대한 결심인가?
그는 부여된 사명을 수행하고 그것을 위해 남은 생애를 바치겠다고 굳게 결심
하였다.
프란치스코 신부에게 맡겨진 그 사명을 총괄적으로 요약해 보면 얼핏
보기에 그렇게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교회가 무한히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대상이며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는
일이 바로 교회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그는 "이것이 내 사명의 목적입니다. 교회, 당신은 하느님 안에서 한 모습을
이룬 이웃들입니다."(관계12, 2)라고 말했다.
그러나 삶의 계획표로 받아들인 그 실천적인 방법은 할 수 있는 모든 분별력과 자기 헌신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교회가 아름답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교회를 사랑하고 무조건적인 봉사로
그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과 봉사는 때때로 참된 용기에서 우러나온 행위를 요구하게 된
다.
프란치스코의 생애의 마지막 몇 해 동안 교회는 그에게 봉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지와 확고부동한 증거를 보여 줄 것을 요구했다.
프란치스코 빨라우는 교회적인 사명을 경솔하게 떠 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삶의 체험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처음부터 교회의 부르심과 교회가 그에게
맡긴 사명을 매순간 분별하기 위하여 귀 기울이고 탐구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하였다. 그는 자신의 소명을 발견한 후 교회에 대한 그의 봉사의 통로가
되었던 세 개의 주요한 사명을 구분하였다.
그 세 가지는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서로 혼합
되어 필요한 시기에는 그중의 하나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 세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프란치스코는 자유를 다시 얻은 뒤 처음 몇 해 동안(1860~1866) 설교하는
특별한 부르심을 느꼈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열정으로 설교하는 일에 헌신하였 다. 그는 대도시들을 선과 악의 결정적인 중심지로 여겼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이곳에 초점을 맞추었다. 대도시를 그리스도교의 신앙으로 쇄신시키는 일은
나라 전체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하여 1860년부터 1863년까지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팔마(Palma)와 그 밖
의 대도시들에서 설교하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도시의 사람들은 그를 열광적으로 환영하였다.
그는 피곤함이나 여행의 어려움, 불편한 숙박 시설, 또 계속되는 피로와 추위,
굶주림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모든 어려움들은 그의 사명에 따라오는 결과
로 보았고, 또 교회에 대한 무조건적인 봉사의 일부로 받아 들였다.
(2) 프란치스코는 평신도들을 위한 대중 설교 활동에 점진적으로 초점을 맞추
면서 바르셀로나와 이비사의 고위 성직자들의 요청을 받아 설교함으로써
두 번째 단계로 들어섰는데 1864년부터 1866년까지 바르셀로나와 이비사의
두 교구에서 행한 여러 차례의 설교를 통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설교가로서의 활동을 점차적으로 축소시켜 나갔다.
그는 교회가 전혀 다른 분야에서 봉사하도록 부른다고 느꼈으며 자신의
선교 사명의 방향을 다른 방면으로 돌리기 시작하였다.
(3) 프란치스코는 설교를 시작함과 거의 동시에 수도회의 창립자로서의 일을
재착수하는 데에 전력을 다해야 할 필요성을 긴박하게 느끼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설교하는 일이 그로 하여금 수도회 창립자로서의 사명을 느끼게 해
주기는 하였어도 설교에 몰두하는 것 자체는 이미 성숙기를 맞은 수도회 창립 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영적 아버지로서 교회 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하고 진정한
봉사는 수도회를 창립하는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하여 이비사로 추방되기 전, 레리다와
아이토나에서 시작한 공동체에 충실히 남아 있던 이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그중에서도 중심인물인 후아나 그라시아스는 몽토방 교구에서 만난 이래로
계속 그를 따랐는데 그녀의 도움으로 마침내 그는 1860년~1861년 사이에
시우다델라에서 여자 전교 가르멜회를 창립하였으며 에스쿠벨스와
산오노라토데란다(San Honorato de Randa)에다 남자 전교 가르멜회를 창립
하였다.
프란치스코 빨라우는 만일 수도회가 한 섬에만 한정되어 남는다면 실패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였다. 그래서 두 개의 가지를 확고한 기초 위에 세우기
위하여 몇 년 전에 바르셀로나의 티비다보의 비탈진 곳에 사 두었던 땅에
서둘러 건축을 시작했다.
그래서 1860년 이후부터 발카르카의 성십자가라고도 알려져 있는
엘스페니텐츠(Els Penitents)는 남자 수도회와 여자 수도회 창립 사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1861년과 1862년은 시험적인 준비의 해였다. 그러나 1863년 이후로 그러한
시험적인 시도들이 확고한 실행의 단계로 정착되었다.
이 해는 프란치스코 신부가 수도원 밖에서 살아야 했던 가르멜 수사로서의
소명을 분명히 이해하기 시작한 시기였으며 그런 확실한 깨달음이 그의 창립
사업을 이끌었다. 그 이후로는 수도 가족의 모습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그러한 인식 덕분에 몇 년 후 공동체를 카탈루냐와 알토아라곤으로 확장했을
때에 수도회는 내적인 일치를 이룰 수 있었다.(1864년~1868년)
1867년 초 로마에 있는 데레사적 가르멜 수도회의 스페인 대표와 성청
대리인은 빨라우 신부를 스페인의 가르멜 제3회의 지도 신부로 임명하였다.
이 임명은 수도회 창립자로서의 사업에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구성 요소가
되었으며 그의 사업을 확장하고 강화하는 데 있어서 그에게 법적 기초를
제공하였다. 이에 따라 그는 적절한 규칙과 규범들을 서둘러 작성하였다.
그는 1872년 죽기 몇 달 전, 이것들을 모으고 정리하여 자기 수도회의
영적 아들과 딸들에게 <회헌>으로 남겨 주었다.
생애의 마지막 6년 동안, 프란치스코 빨라우 신부는 소외된 교회의 사람들
에게 영적 물질적 도움을 주는 가장 헌신적이면서도 여려운 위치의 사도직과
함께 교회의 설교자와 수도회 창립자로서의 일을 번갈아 가며 수행하였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된 환자들은 그들의 불행과 고통의 피난처인
엘스페니텐츠로 모여 들었다. 이러한 불치병 환자들은 매우 복합적인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급성 정신분열 증세에서 악마적 망상의 가장 전형적인
현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증세들을 다 갖고 있었다. 그리고 비록 그들에 대한
임상적 진단이 항상 명확하지는 않았더라도 사회적인 소외의 영적 결핍 때문
임은 분명하였다.
그들은 은총 받지 못한 자요, 세상으로부터의 냉대와 함께 '울타리 밖의 인간들'
이라고 선고받은 이들이었다.
프란치스코 신부는 처음 그들과 접촉했을 때 한없는 연민을 느꼈으며
가능한 한 그들의 운명을 개선하는 일에 헌신하였다.
그는 그들이 악마에게 지배당하고 있다고 진단하고는 교회의 영적 치료법인
구마기도와 그 밖의 기도를 통해서 그들의 정신 질환을 치료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사목 활동을 이 한 가지에 국한시키지는 않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움, 말하자면 영적 및 물질 적인 도움을 주는 일종의 병원과 같은 복지 기관을 세웠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은 처음부터 오해를 불러 일으켰는데, 프란치스코 신부가
사목 활동과 자선 사업을 위해서 극복해야 할 장애는 하나둘이 아니었다.
교회 당국은 이렇듯 절실하게 필요한 그의 사목 활동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프란치스코 신부는 끈으로 묶여 있는 듯한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는 자신이 이러한 어려운 일을 하도록 교회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믿었기에
결코 이 일에서 등을 돌릴 수는 없다고 확신하였다.
그러나 아직 그 일을 반대하는 주교에게 복종하고 순명할 의무가 있었다.
항거하느냐, 복종하느냐에 직면한 이 일은 솔로몬의 지혜로도 풀 수 없는 문제
였다.
프란치스코 신부는 구마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활동을 해명하기 위하여
주교로부터 로마에 갈 수 있도록 허가를 얻었다.
1866년 12월부터 1867년 3월까지 로마에 체류하는 동안 그는 창립 사업을
조직화하고 교회 행정의 중심부인 로마에서 교회의 상황에 대하여 배웠다.
그는 스페인으로 돌아와 악과 불경건에 대항하는 영역을 확장시켰으며,
<은수자>(El Ermitario, 1868~1873)라는 주간지를 출판하기 시작하면서
투쟁을 강화하였다.
이 주간지를 그 시대의 반종교적 사상과 싸우는 대결장으로 또 발카르카의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해 영웅적으로 활동하고 변호하는 장으로 활용하였다.
그리고 이 신문을 통해 구마의 중요성과 영구적인 구마 직을 교회 내에 설치
해야 할 중요성에 대한 견해도 표명하였다.
1870년 1월과 2월에 그는 제 1차 바티칸 공의회 교부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설득하기 위하여 다시 로마를 방문하였다.
프란치스코 신부의 활동은 정신적으로 병든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이유
때문에 은연중에 비난을 받고 있던 바르셀로나 시 당국의 심한 반감을 불러
일으키게 되어 마침내 그와 그의 협력자들은 가짜 의사로 고발 당하여
1870년 10월 28일에 투옥되었다.
이로부터 3개월 후 그에게는 가석방으로 자유가 주어지고 발카르카로 돌아
가도 좋다는 허락이 주어졌으나 재판은 계속 계류 상태였다.
투옥된 지 만 일 년이 되는 1871년 10월의 어느 날 제 1심의 판사는 그때까지
제시되고 입증된 사실만으로는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과 함께
프란치스코 신부와 그의 협력자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현대 역사가들은 빨라우 신부가 교회로부터 위탁받은 선교 사명에 대한
충실성 때문에 투옥되어야 하는 극단적인 사태를 감수하면서까지 겪어야만
했던 모든 역경들이 그의 헌신과 영웅적인 열성을 대변한다고 평가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