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동틀 무렵
산에서, 바위 꼭대기에 서 있는 양치기 소녀
27. 칠월 초 이튿날 아침,새벽 빛살이 펴질 무렵에 나는 산 꼭대기를 향하여 올라갔다. 멀리서 내가 글을 쓰곤 하던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어떤 여인의 모양을 한 물체가 보였다. 어두워서 그것이 무엇인지 분별할 수가 없었다. 가까이 가보니, 그 물체는 목자 옷차림을 한 이십 세의 젊은 여인이었다. 두 손에는 목자 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그녀가 너무 아름답고 고왓서 그것을 바라보는 즉시 내 마음을 사로잡았으므로 감히 주시하지 못하고 그저 여인의 옷만 힐끗 보았을 뿐이다. 나는 여인의 얼굴을 보면서 여인 안에서 신적 모습과 아름다움을 발견하였다. 내 마음은 사랑에 들떠 외쳤다. "당신은 존재 합니까? 당신은 내 상상 속의 표상이며 그림자이고 환상입니까, 아니면 실재입니까? 나의 비둘기여, 당신의 품을 벌려 이 불쌍한 인간을 받아 주십시오! 그분입니까? 내 님입니까?"
그녀 앞에 도착하자, 나는 다시 힘을 내었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나는 그림자입니다.
- 그 그림자에는 한 형상이 있는데, 내가 명령하니 당신이 누구인지 말하십시오.
28. 여인은 일어선 채, 오른손을 목자 지팡이에 의지하고 왼손으로 바르셀로나와 주변을 가리키더니 근처 마을들에 신호를 보내면서 말했다.
- 나는 라반의 딸이며 당신의 딸입니다.
- 여기서 무었을 하고 있습니까?
- 아버지의 양떼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 마을들이 보입니까?
- 거기에 내 양들이 있습니다.
- 누가 당신을 대신해서 그 양들을 지키고 있습니까?
- 내 목자들이 지키며 나는 그들을 감독합니다.
- 당신이 라헬입니까?
- 나는 영원하신 아버지의 딸이며 당신의 딸입니다. 나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룬 당신의 이웃들이며 당신의 사랑하는 딸로서 이 땅 위에서 내 양들을 먹어치우는 피에 굶주린 이리에 맞서 싸웁니다.
- 딸이여, 이 아버지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습니까? 명을 받을 준비가 되었으니 명령만 내리십시오.
- 예, 내 양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늑대들과 맞서 큰 싸움을 치를 준비를 하십시오.
29. - 당신이 내 딸이라고요?
- 예, 하늘에 계신 ㄴ내 아버지께서는 내가 땅 위에서 당신의 부선애, 아버지의 사랑을 드러내게 하기를 원하셨고,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나를 위해서 부성애와 함께 나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당신에게 주셨습니다.
- 예, 맞습니다. 그러나 불행이여, 오, 나는 얼마나 불행한지요.
- 왜 그렇습니까?
- 나는 미칠 것만 같습니다. 아, 거룩한 교회여, 당신에 대한그 사랑이 내 지성을 마비시킵니다. 나는 마치 자기 딸이 발톱을 세운 사자들 한가운데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힘을 재보지도 않은 채 딸을 구하고자 사자에게 덤비는 아버지와 같습니다. 나는 딸을 구하기 위하여 타는 불 위를 걷고 깊은 물 속으로 뛰어드는, 한 가련한 가장입니다. 그리고 구원할 방법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보지도 않은 채, 사랑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고 믿기 때문에 자신을 죽음으로 내던지고 파멸시킵니다. 오! 사랑이여, 당신은 얼마나 가혹한지 . 왜 당신은 내 생명을 끊어 버리지 않고, 왜 나를 살려두어 죽게 합니까? 오! 딸이여, 당신이 내게 주는 고통이 얼마나 가혹하고 끔직한지! 당신만이 그것을 알고, 당신만이 이해하오니, 이 아버지를 가엾이 보아주십시오. 당신의 머리이신 예수님과 결합한 모든 성인들의 집회여! 당신 가슴을 열고, 지상을 순례하는 이 불쌍한 자를 당신 품에 받아주십시오.
30. 딸이여, 이런 부성애 때문에 지나치게 행한 것들을 용서해 주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내 가슴에 받아들인 다음부터, 아! 내 인생이! 나로 하여금 당신의 고통을 발견하게 하고, 당신을 안 이후 내게 더 이상 쉼이란 없었습니다. 당신에게 내 피를 희생 제물로 바쳤으나, 당신은 그것을 원하지 않고 나를 살려 두었습니다. 왜 그 제물을 받아드리지 않았습니까? 왜 당신의 아버지가 그토록 많은 고통을 겪도록 하였습니까? 딸이여, 적으도 숲 속 깊은데서 당신과 단 둘이 있게 해 주십시오.그러면 그기에서 하늘을 향하여 외치면서 당신과 함께, 당신을 위해 기도하다가 내 생을 고독하게 마치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내가 이곳에 올라오지요? 당신의 현존은, 당신에 대한 부성애가 열어놓은 내 마음애 생긴, 수많은 치명적인 상처를 다시 생체기를 내고 또 덧나게 하고 았습니다. 당신의 한 단면을 보더라도, 아! 얼마나 끔직한지! 거기에는 어둠의 왕자인 사탄이 있어서내 온갖 노력을 비웃고, 피에 굶주린 이리가 양의 탈을 쓰고는 내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선행을 모두 허사가 되게 합니다(마태7,15) 내가 어디에 쓸모가 있습니까? 아! 하늘에 계신 아버지, 당신의 딸을 공격하는 수많은 악에서 구하소서! 지체치 마시고 빨리 오소서, 당신 친히 약속하신 협조자를 빨리 보내시어 쓰러진 교회를 다시 세우게 하소서. 하늘에 께신 아버지, 굴복시키소서. 사탄의 교만을 굴복시키시고 반역 마귀를 결박하소서. 상처 입은 당신 딸에게 약속하신 협조자를 보내시어 그의 탄원과 청원을 들어주소서. 딸과 이 아버지와 딸을 사랑하는 지상의 모든 이들을 버리지 마십시오.
내가 이렇게 탄원하는 동안 양치기 소녀는 매우 침울 해졌다. 여인의 그림자가 떠오르는 태양을 어둡게 할 정도로 생생한 빛으로바뀌더니 내 마음에 자기의 형상을 깊이 새기고는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