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이어쓰기

7월 3일. 산꼭대기에서 동틀 무렵

제대 앞에서 라구엘의 딸의 약혼식

  31.  산 위를 나는 구관조와 그 밖의 날짐승들의 노래 소리가 칠월의 아름답고 빛나는 여명을 알렸다. 자상한 아버지가 돌보시는 친진난만한 피조물들의 기쁨과 행복이 내 삶을 부끄럽게 했다(마태 10,29 - 33). 아직까지도 님의 모습이 깊이 새겨진 내 마음이 깨어나며 외쳤다.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나는 당신을 바라고, 당신을 사랑하며, 당신을 찾습니다. 어디에서 당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까? 아, 당신 밖에서, 당신 없이, 나는 무엇입니까?" 나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은둔소를 나와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아직 새벽이라 빛이 희미하여 물체들은 보이지 않고 희끄무레하게 보였다. 기도 장소에 도착하여 어제 양치는 동정녀를 만났던 바로 그 바위 위에 무릎을 끓고 동쪽을 바라보았다.

   -  오십시오, 딸이여, 오십시오. 당신의 아버지가 기다립니다. 오십시오. 사랑하는 신부여, 사랑이 당신을 부릅니다.

  32.  마음 속으로 이런 말을 하자마자, 태양보다 더 아름답고 더 곱고 더 빛나는 서광이 바다 깊은 곳에서 떠올랐다. 영광스런 서광과 같은 그 생생한 빛 한가운데에서 어떤 형상이 나오더니 나에게 왔다. 그 형상은 인간의 지력으로 느낄 수 있는 한 가장 아름다운 동정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인을 보려고 하니 그만 온통 정신을 빼았겨 여인의 얼굴 밖에 다른 것은 볼 수가 없었다. 산은 하느님의 영광의 현존으로 가득찼고, 내 마음은 떨렸으나 힘을 다시 모아서 누구인지 말하라고 명하였다. 그러자 영광이 사라지고 여인은 기도를 시작하더니 슬피 울기 시작했다.

   -  그림자여, 당신이 누구인지 말하십시오.

   -  나는 라구엘의 딸이며 당신의 딸입니다.

   -  내가 당신 고통의 이유를 알아도 되겠습니까?

   -  예.

   -  설명해 보십시오.

   -  나는 사랑을 갈구하며 아버지가 내게 합당한 신랑을 정해주시기를 기다렸습니다. 한 청년이 왔는데, 결혼식 첫 날밤 청년이 내게 다가오려 하자 아스모데오라는 악마가 그를 덮치더니 죽였습니다. 나는 극도로 비탄에 빠져, 내 아버지께 기도하며 이렇게 방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씀해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러자 하늘의 옥좌에서 소리가 나와 대답했습니다. "그 사람은 네게 합당하지 않았다. 네게 다른 사람을 주리라." 다른 청년이 왔으나 결혼 첫 날밤에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음에 다른 사람이 오고, 또.... 이렇게 일곱 사람이 왔습니다. 나는 그 청년들이 죽었기 때문에 쓰라리게 웁니다. 그리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잔인한 이 고통을 덜어주시기를 아버지께 청하고 있습니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나는 라구엘의 딸이며 영원하신 하느님의 딸, 사라입니다.

   -  아름다운 사라여, 그들은 당신에게 합당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감히 당신에게 청혼하겠습니까? 당신은 더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토비 3,7-9; 6,10-15; 11,18-20). 오 사멸한 인간의 아들 중에 대체 누가 당신에게 합당하게 창조되었을까요?

   -  나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  당신을 사랑하면 당신에게 합당합니까?

   -  예, 나는 그런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  당신 말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동정녀입니까?

   -  동정녀였으며, 현재도 그러하고 영원히 그럴 것입니다.

   -  당신은 영원히 동정녀라면서 혼인할 사람을 찾습니까?

   -  예, 이 결합은 나와 맺을 사람을 정결하고 순수하고 거룩하게 합니다. 그래서 나를 사랑하는 이는 더욱 동정이 되고 나를 사랑하면서 더욱 순수하게 됩니다.

   -  그림자여, 당신이 누구를 대표하는지 말하십시오.

  33.  이것은 신비입니다. 나는 본당이며, 교구이고, 대도시이고, 국가이고, 로마 교회입니다. 성직자들이 내게 왔지만 그들은 결혼이 그들에게 제공하는 봉급과 영광, 부와 편안함에 이끌려 왔을 뿐입니다. 내 안에서 나를 찾지 않고, 즉 라구엘의 딸을 찾지 않고 봉급을 찾았습니다. 내 아버지는 화가 나시어 품을 받은 바로 그 날, 그들에게 그토록 불순한 동기를 불어넣은 반역자 악령인 마귀에게 그들을 넘기셨습니다. 그래서 아스모데오는 그들의 마음을 휘어잡고는 그들에게서 사랑을 가져갑니다. 그들은 내 것이 아니고, 나는 그들을 알지 못하며 그들 역시 나를 알지 못합니다. 잔인하도다! 그들은 봉급밖에 아는 것이 없으며 그것과 혼인하였습니다. 나는 그들의 죽음에 눈물 흘리며 그들의 불행에 애통해 합니다. 그리고 .....을 기다립니다.

   -  무엇을 기다리십니까?

   -  당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