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 더없이 아름다우신 당신은 하느님의 어머니이십니까?- 그분은 나와 하나입니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나는 하느님의 거룩한 교회요, 당신의 딸이고 영원하신 하느님의 딸이요, 예수 그리스도의 신부이며 당신의 신부입니다.
- 당신의 이름을 부를 때 마귀가 부마자들에게서 도망가고 그들의 병이 낫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것은 당신의 현존이 사실이며,
당신이 제게 말씀하셨고 또 말씀하신 것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되겠지요. 그러므로 오직 당신만이 마귀들을 당신 권능의 비천한
노예로 삼고 부릴 수 있음을 믿습니다. 이는 단지 당신에 대한 저의 믿음을 굳세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까?
- 그렇습니다. 또한 동시에 사람들에 대한 내 권능과 권위를 드러내는 무서운 때가 왔음을 당신에게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 혹시나 당신을 믿는 이가 있겠습니까? 오, 아름다운 동정녀여, 사람들에게 당신을 드러내십시오.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그들 앞에서 당신의 현존을 확인시켜 주시고, 당신의 위대한 권능을 보여 주십시오.
- 예, 나를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내 권위를 보여주고 내 권능을 드러낼 것입니다. 내 이름으로 마귀들에게 명령하십시오.
그러면 그들이 어떻게 당신에게 순종하는지 볼 것입니다.
47. - 가르멜회의 동정 마리아의 이름으로 말입니까?
- 예, 내 이름으로.
- 당신을 가르멜의 … 라고 부릅니까?
- 예, 예언자들과 성인들의 고행 생활로 거룩하게 된 가르멜 산과 다른 산들에 머물면서 그들을 지도하는 동정녀입니다.
- 당신은 모든 은수자와 독수자의 어머니이시며 광야에서 고행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어머니십니까?
- 예, 나는 가르멜의 동정녀, 광야에서 고행자들과 함께 하는 동정녀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모두 내 보호 아래 있다는 증거로서
내 이름을 부르면 마귀들이 도망갈 것입니다. 그 산에 내 옥좌가 있으며, 내 깃발아래 모여든 이들을 모두 영원한 불길에서
구하는 데 내 무기를 씁니다.
- 가르멜의 깃발 아래입니까?
- 예, 내 무기는 사탄의 제국을 위협합니다.
- 굴복시키십시오. 무적의 여왕이시여, 사탄을 당신의 옥좌 앞에 굴복시키십시오. 언제까지 마귀들이 당신을 모욕하는 것을
내버려 두셔야 한단 말입니까? 당신 발아래 있는 노예들이 당신을 모욕하게 두시다니요? 거룩한 교회여, 당신은 사제직 안에
있지 않습니까? 사제직분 안에 당신의 권세가 있고, 당신의 권위와 명예가 사제직의 권위와 명예 안에 있지 않습니까? 사제들이
당신에게서 받은 권세를 당신의 비천한 노예인 마귀들에게 조롱받는 것을 언제까지 보아주렵니까? 당신이 실재하는 분이라면,
더없이 아름다우신 귀부인이시여, 당신의 명예는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당신의 이름에 영광을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제 땅
위에는 믿음이 없고, 아무도 당신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 예, 내 이름에 영광을 줄 것입니다.
7월 하순 오후
산에서 고독 중에
48. 사랑에 마음이 이끌려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사람들의 눈과 인간 관계에서 벗어나기 좋은 은신처를 울창한 수풀 속에서 찾아
다녔다. 나는 고독을 향하여 질문하였다. 오, 고독이여! 나 혼자! 나는 (세상의 인연에서) 혼자입니다. 고독, 얼마나 소중한지!
한 목소리가 나에게 대답했다.
- 고독은 나만큼이나 가치 있습니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 오직 당신하고만 있습니다. 나는 혼자서 당신에게 왔습니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나는 성부의 외동딸로서, 그분은 나 외에 다른 딸이 없고, 나에게서 온갖 기쁨을 누리십니다.
- 살아 계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명령하니, 당신이 누구인지 말하십시오.
- 나는 동정녀이고 항상 동정일 것이며, 여기 산들의 여왕이며 가르멜의 동정녀입니다.
- 당신께서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십니까?
-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나처럼 동정녀이며, 나를 대표합니다. 그리고 나는 가르멜의 이름으로 내 병사들에게 사탄제국을
멸망시키라고 명합니다.
- 당신 홀로 나와 함께 이 고독한 곳으로 왔습니까?
- 예.
- 오, 소중한 고독이여, 얼마나 가치로운지!
- 고독은 나만큼이나 가치 있습니다.
- 당신은 전부 아름다우며 무한히 사랑스럽습니다. 내 고운 이여, 왜 나를 이토록 낮추십니까?
- 그렇게 겸손하게 되면, 내가 이룬 일들을 온전히 당신의 공로로 취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8월 9일 동틀 무렵
산꼭대기에서
49. 새벽녘에, 팔월 초순의 보름달 빛을 받으며, 혼자서 산에 올라갔다. 홀로.
- 나는 혼자입니까?
- 아닙니다, 나를 따라오던 그림자가 말했다.
- 그림자여, 당신은 내 길동무입니까?
- 예, 나는 당신의 길동무이며 떨어질 수 없는 동반자입니다.
그림자는 산까지 나를 따라왔다. 동이 트자 그림자는 뚜렷해졌고, 그림자는 형상을 갖추었는데 그 빛이 대단히 영광스러워서
쳐다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떠오르는 태양을 덮어 버리는 어떤 빛 한 가운데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바라보았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오, 모든 동정녀 중에 가장 아름다운 분이여, 당신은 누구십니까? 오, 고운 이여, 언제나 너울을 벗은
당신을 보게 될까요! 당신의 영광이 내 눈을 멀게 합니다. 언제나 직접 얼굴을 맞대고 볼 수 있습니까?
- 나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딸이며 당신의 딸입니다.
- 영원하신 아버지, 당신의 딸을 보호하시고 나쁜 인간에게서 구하소서. 거룩한 교회여, 당신의 권위를 무시하고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모욕하는 적들 앞에서 당신의 커다란 권능을 드러내십시오.
- 큰 싸움을 준비하십시오.
- 나와 함께 있겠습니까?
- 예, 몸에서 생기는 그림자가 그 몸을 따르듯 내가 당신 따르겠습니다.
- 당신이 나와 함께 있으면 나는 평안하게 살고, 또 평화로운 마음으로 싸우러 나가겠습니다.
8월 17일 오후
전쟁 중의 평화와 승리의 평화
50. “승리, 승리!” 산에서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이겼습니다.”
- 누가? 내가 이겼습니까?
- 예, 당신이 이겼습니다.
- 오, 용감한 무적의 데보라여, 나는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오, 투쟁 교회여, 나는 당신과 하나입니다. 싸운 이는 바로 당신이고,
당신이 승리하였습니다. 그러니 영광은 당신의 것입니다. 혹시 한 번이라도 당황한 적은 없었습니까? 혹시 단 한 번이라도
지옥의 세력이 당신을 이긴 적이 있었습니까? 오, 패배를 모르는 유딧이여, 당신에게 영광을! 당신은 영원 불멸하며 썩지 않고
상처입지 않는 자입니다. 당신은 항상 승리합니다(마태 16,18).
어떤 무서운 영상
51. 해는 이미 산 뒤로 숨었으며 암흑이 땅을 덮고 있었다. 소리꾼의 소리와 같은 커다란 목소리가 언명하였다. “무기를 들어라, 무기를, 무기를!” 내 몸은 공포에 사로잡혀 전율하였다. 나는 죽음을 각오하고 전쟁터에서 적을 기다리고 있는 군인처럼 산에 있는 바위 위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어두운 밤인데도, 깃발 두 개가 평지 위에서 마주 세워 있고 양편의 병사들이 서로 뒤엉켜 굉장한 혼잡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미카엘 대천사와 다른 천사들이 공격하고, 사탄과 루치펠과 용과 그 추종자들이 천사들에 맞서 방어하고 있었다. 대 군단이 서로 자기 깃발을 따르며 싸우고 있었다. 캄캄한 밤이었기 때문에 혼잡은 정말 대단했다.
태양같이 밝은 빛이 나타났고, 야전은 두 개의 깃발 아래 분리되었다. 이 환한 빛 덕분에, 싸움을 지휘하던 왕자 옆에 빛 자체보다 더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보였다. 머리에는 영광스런 관을 쓰고, 홀은 별처럼 빛났다. 나는 너무도 끔찍한 충돌을 보고 공포에 질려 있었다. 여인을 수호하던 권품 천사가 나를 부르며 말했다. “오라,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사제여, 지옥을 잠가 두어야 할 때가 왔다. 나와 동행하라. 하느님의 딸, 너의 신부, 거룩한 교회에 반항하고 무기를 들고 돌아온, 세상 임금들과 군주들을 정복한, 이 반역자들을 사슬로 묶어 감옥에 가두러 갑시다.” 나는 권품 천사와 합세하여 전쟁을 시작하였다(다니 10,13-21; 12,1; 묵시 12,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