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한 세르벨료(Cervello)백작의 성(城) 터에서
1866년 3월 3일
1. 선교 활동을 하러 세르벨료 행(行)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내 옆에 님의 현존을 느꼈는데, 님은 가는 길에서 가르멜 성모 수도회의 미래에 대해 많은 것을 전해 주었다. 낮잠을 자고 깨어난 오후에 님이 나에게 말했다. "오십시오.
내 요새로 올라 오십시오." 그래서 그분을 따라 올라갔을 때, 요새의 폐허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에게 사랑과 성실과 충성을 맹세하십시오.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나는 에스텔입니다.
2. 그러자 태양이 그분 앞에서 어두워지고, 내 사랑하는 이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 당신에게 사랑을 맹세하라고요? 당신을 알면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당신은 더없이
사랑스럽고 아름답습니다. 당신 자신이 내 눈으로 당신을 발견하게 해주었건만 "사랑을 맹세하라"고 말씀하십니까?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안심할 수만 있다면…
- 그것을 의심합니까?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당신에게 나를 계시하지도 않았을 테고 당신은 나를 알지도 못했을 겁니다.
- 내 사랑과 충실과 순명을 맹세하니 이를 받아 주십시오.
- 그것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어디에 갑니까?
- 내 사명은 당신이 무한히 아름답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들로 하여금 당신을 사랑하도록
선포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 이것이 내 사명의 목적입니다.
당신은 하느님 안에서 한 모습을 이룬 이웃들입니다.
- 님이 말했다. 떠나십시오. 내가 당신을 보냅니다.
님은 나에게 흰색 영대를 걸쳐주고 나서, 덧붙여 말했다.
- 나는 모든 마귀와 내 적들을 누를 권한을 당신에게 줍니다. 당신이 땅에서 묶으면, 하늘에서도 묶여 있을 것입니다.
마귀들을 쫓아내고 마귀들에게서 고통 받는 이들을 고쳐 주십시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으리니 당신과 싸우는 이는
나와 싸우는 것이고, 나는 그를 혼란에 빠뜨리겠습니다.
- 그 폐허 속에서 무엇을 합니까?
- 나는 지하 제국의 폐허를 누르고 영광스럽게 일어나겠습니다. 지상에서는 단 한번도 누려보지 못했던
놀라운 영광으로 무너진 내 경당 터에 내 궁성을 짓겠습니다.
- 당신은 로마 교회입니까?
- 아직도 나를 알아보지 못합니까? 가서 복음을 전하십시오. 마귀를 쯫아내고 병자들을 고쳐주십시오.
내가 와서 당신과 함께 있겠습니다(마태 10,8; 루가 10,9)
- 나와 함께?
- 예, 나는 머리이신 그리스도 아래 모임 백성입니다.
세르벨료 성의 폐허
사순 제3주일 (3월 4일)
3. 아침 교중 미사를 준비하며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폐허 속에서 젊고 동정이며 신성 그 자체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 나에게 말했다. "나는 드보라입니다. 마귀들의 끄나풀인 하빈과 시스라는 죽어라! 시스라가 야엘의 손에 말뚝에 박혀 죽었듯이 베엘제불과 그의 부하들도 내 손에 쓰러져 지옥으로 던져질 것입니다(판관 4,21). 뭇 나라는 내 것이며
내 유산입니다. 제대 상에서 내 신랑 예수님의 몸과 피를 구속을 위한 몸값으로써 내 이름으로 봉헌하십시오. 싸움에
진 마귀들을 지옥으로 내쫓으십시오. 희생 제사를 바치러 갑시다. 마귀들이 부마자들의 몸에서 즉각, 한꺼번에
나가지 않는다고 놀라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구마에서 당신이 이제 곧 알게 되고 완수하게 될 어떤 질서를
정하셧는데, 마귀들을 추방하기 전에 믿지 않는 이들의 눈에 드러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셧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