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번 선교 활동에서 떠날 때, 17살에서 22살의 아가씨 여섯 명을 속박하고 있던 지옥의 마귀들을 가두어 두었다. 나는 부마자들과 작별할 때, 마귀들이 그들을 관습적인 방식으로 괴롭히는 않고, 그들을 그냥 내버려두거나 적어도 보통 수준으로 괴롭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마귀들이 부마자들 중 한 명을 장님이요 귀머거리와 벙어리로, 다른 한 명은 장애인이 되게 하고 또 다른 한 명은 먹지 못하게 하면서 그들을 모두 목을 조르며 괴롭힌다는 소식을 들었다.
5. 이 싸움을 하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러 세르벨료 성으로 올라갔다. 백작 집에서 내가 찾던 가장 높은 곳을 발견했다. 그 날은 5일 오후였다. 바람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 날씨도 아주 좋았다. 이른 봄을 알리는 오후였다. 찬란한 영광의 광채를 입고 나타난 젊은 여전사의 현존 앞에 태양은 빛을 잃고 어두워졌다. 하느님 왕국의 막강한 군대와 위대한 권품 천사들이 그를 동행하였다. 여전사는 금으로 보이는 영광의 관을 이마에 쓰고,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한 가장 얇고 화려하고 고우며 눈과 같은 흰 겉옷을 입고 있었다. 오른 손에는 피를 가득 채운 순금 잔을 들고 있었는데, 그 잔 위쪽에 성체 하나가 있었다. 이렇게 오른 손에는 잔을 들고 있었으므로 홀은 왼 손에 들고 있었다. 여전사는 영광의 옥좌에 앉아 있었다.
6. 성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가장 사랑하는 내 딸이다. 내 마음에 드는 딸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3,17; 17,5; 마르 1,11; 1베드 1,17) 하시며, “나에게 오라” 하고 말씀하셔서 나는 걸어서 그분의 옥좌에 다가갔다. 이전에 사제용 제의가 놓인 자리에 있던 제대가 내 앞에 나타났다. 여전사를 호위하는 권품 천사들 중 두 명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자리를 바꾸더니 나에게 말했다. “지극히 높으신 사제여, 옷을 입어라.” 두 명의 천사들이 맑은 빛처럼 희고 깨끗한 옷을 입는 나를 도와 주었다. 사제직을 상징하는 옷을 입은 나는 여왕의 신호를 받고서 제대에 이르는 계단에 올라섰다. 그러자 젊은 여전사는 나에게 잔과 성체를 건네주면서, “당신은 내 사제이며, 제대 위에서 내 대리자입니다. 그러니 당신의 사제직을 완수하십시오”. 하고 말했다. 여왕의 옥좌는 제대 위에 있었다. 나는 다른 옥좌도 보았는데, 거기에는 존귀하고 존엄한 분께서 공경 받을 노인의 모습을 하고 앉아 계셨다. 천사들은 두 옥좌를 호위하고 있었다. 주님의 성령이 내게 내리셨고, 나는 깊이 기도하고 청했다.
- 영원하신 하느님, 지상의 옥좌와 홀과 왕관을 소유하고 있는 마귀들을 고발합니다. 마귀에게 당신의 정의를 펴시기를 간청합니다.
- 청하라. 너의 간청을 하느님이 듣고 있노라.
- 저는 당신의 사제로서 내 딸들을 지배하는 루치펠과 다른 극악한 악마 두목들에게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을 즉시 실행해 주소서.
7. 재판관 - 모든 마귀의 두목인 베엘제불은 나오너라. 재판소에 극악한 악마가 나타나서 말했다.
- 주님, 저 사람이 청하는 것을 허락하시는 것은 가당치 않습니다. 나와 내 동료들은 홀과 왕관과 옥좌를 다 차지하고 있으며, 지상에서는 당신과 당신의 교회를 반대하는 우리 단체로 되돌아오지 않는 이는 한 명도 없습니다. 이 사제가 내 동료들과 부하들을 내쫓았는데, 그 아가씨들은 계속 시달리며 부마자로 있어야 합니다. 나는 책임자로서 동료들을 보호해 주어야 하고, 그 아가씨들은 우리가 나라들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며 상징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모두 다 내쫓든지 하소서.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나가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형태의 싸움이 오든 한 몸으로 싸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번 싸움에서 우리가 이겼고 방방곡곡에서 승리하였습니다. 이 사제는 우리를 누를 어떤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왜 그런가? 하고 젊은 여전사가 물었다.
- 까딸루냐에서는 우리가 속박하고 있는 이들의 몸에서 우리를 내쫓는 것은 주교의 권한입니다. 이 상황에 대해 자세히 보고 받은 바르셀로나 주교는 이 싸움에 끼여들기를 원하지 않았고, 그래서 아무에게도 구마 의식을 행할 권한을 주지 않았고 또 주고 싶어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사제품만으로는 아무도 우리를 내쫓을 수 없고, 우리 역시 순명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