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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베라 - 선교 활동
1866년 3월 14일 오후
양치기 소녀, 개들, 늑대들, 양떼
1. 코르베라는 미사 때 성체를 영하는 사람이 700여명이 되는 마을인데, 사방에 우뚝 솟은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낮은 산의 꼭대기에 자리잡고 타라고나 방향의 발리라나 도로의 오른쪽 에 위치한다. 갈라진 바위틈에 까마귀들이 둥지를 틀고 아무 두려움 없이 밤을 지낼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서있거나 넘어져 있는 큰 바위들 사이에 은둔생활을 할 장소를 정했다. 선교 활동을 수행하는 중간에 할 수 있는 대로 아침 시간과 오후 시간에 여기에 왔다.
오늘 미사 때 성체를 우러러 보는 순간에 라반의 딸이 내게 말했다.
-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바라보십시오.
아주 유심히 바라보자 라반의 딸이 이어서 말했다.
- 당신이 바라보는 이 성체는 내 머리입니다. 내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싶습니까?
- 예, 그러나 너울을 쓰지 않고, 당신 얼굴을 가리고 있는 너울을 제쳐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을 더 자세히 보겠지요.
- 그렇게는 안됩니다.
- 양치기 소녀여, 당신의 양떼는 어디에 있습니까?
- 나와 함께 사막으로 갑시다. 거기서 가르쳐 주겠습니다.
2. 미사가 끝나고, 나는 까마귀 산의 바위틈에 있는 동굴 속에 숨으려고 갔다. 거기서 양떼 가운데 있는 양치기 소녀를 보았는데, 양은 삼 억 마리 정도 되었다. 수많은 목자들이 양떼와 같이 가는데, 목자들의 대장은 라헬과 함께 가고 있었다(창세 29.6-10).
3. 해가 져서 산 뒤로 넘어가자 사방에서 늑대들이 양떼를 덮치려 달려왔다. 목자와 개는 도망을 쳤고, 피비린내 나는 끔찍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양치기 소녀는 아주 슬픈 눈을 하고 모든 목동과 개들에게 "그들을 붙잡아요! 그들을! 그들을! 늑대를, 늑대를!" 하고 외쳤다. 용기 충천한 개들이 분노하며 늑대에게 달려드는 동안 목자들 중 한 부류는 웃으며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라헬은 그들을 고함쳐 부르며 울부짖었다. 그래도 목자들은 마치 듣지도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한 사람처럼 그냥 그대로 있었다. 나는 도살장에서 개들과 함께 잔혹한 맹수들 가운데 있었다. 내 공주에게 맡겨진 양들이 피를 흘리는 것을 보자, 나는 미친 듯이 외치며 가까이 있는 개들과 목자들을 불렀다. 어떤 이들은 "미쳤군!" 하고 말했다. 목자들은 양들의 목을 물어뜯는 것이 늑대인지 아닌지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늑대들예요! -라헬이 부르짖었다- 내 양떼들이 피 흘리는 것이 보이지 않나요? 내 목자들이여, 그 마귀들을 묶어 가두고, 지옥으로 던지십시오. 그리고 마귀들의 증오로 상처 입은 이들을 치료하십시오. 마귀들을 쫒아내고 환자들을 치유하십시오." 마침내 목자들의 우두머리가 양떼를 몰아 우리 안에 넣더니 상처 입은 양들을 치료하고 죽어 가는 수많은 양들의 목숨을 살렸다. 목자들 몇 명이 양들을 죽인 것이 나인지 늑대인지, 내가 대항하여 싸운 것이 늑대인지 개인지하고 쑤군거리는 동안 하늘에서 "마귀들을 쫓아내고 마귀한테 상처를 입은 이들을 치료하여라." 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러자 모든 상황이 평상시의 모습으로 되돌아 왔다. 이 피비린내 나는 싸움에서 내가 지켜준 양들은 피를 많이 흘리며 몸부림치면서 내 발치에 있었다. 늑대들의 무리는 "그들을 놔두어라, 놔두어라, 그들은 우리 것이야, 벌써 우리 것이 되었다. 우리를 그냥 놔줘. 이미 우리는 그들을 소유하고 있다."하고 지껄였지만, 나는 지팡이로 늑대들을 힘껏 내리쳤다. "저주받을 것들! 이들은 내 양떼이다. 도둑놈들, 더러운 것들, 지옥에나 가라!"
4. 걱정하며 싸움을 유심히 보고 있을 때, 라헬이 마치 새털구름이 지나가는 것처럼 나는 듯이 지나갔다. 허리께에 아주 정교한 금띠를 두르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단단한 흑단목 같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현란한 빛처럼 윤이 나는 머리칼은 머리에 쓰는 영광의 관 모양으로 빗어 올렸는데 아름답기가 한이 없었다. 라헬이 앞으로 지나갈 때 나는 일보다는 고통으로 지쳐있었다. 라헬이 지나가는데, 지나갈 때, 머리를 덮고 있던 너울을 들어 올려 자신의 영광을 보여주면서 나에게, "나는 온전히 당신의 것입니다. 두려워 말고 늑대들을 잡으십시오!" 하고 말했다. 이 말을 하더니 사라졌다. 라헬의 현존으로 위로를 받은 나는, 목자들의 대장이 나에게 물러가라고 명령할 때까지, 이 싸움을 계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