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이 소름이 끼치는 싸움에서 나는 아주 심약해져 벌벌 떨고있었다. 동정이며 어머니이신 젊은 여인이 내게 하느님 옥좌 앞에 마련된 제대에 올라가라고 신호를 보내자, 나는 일곱 천사의 시중을 받으며 제대에 올라셨다. 어린양의 신부는 예수님의 피가 담긴 성작과 성체를 건네 주며 "당신 사제직을 완수하십시오."하고 말했다.
- 영원하신 하느님, 당신은 정의로우시며 당신의 판단은 옳으십니다.(토비3,2; 시편 119; 137) 세상의 모든 나라가 자기 것이라고 용이 말합니다. 전에는 설사 그랬다 하더라도, 용이 관과 홀과 옥좌를 아무리 내밀어도 이제는 아닙니다.
재판관 : 왕들은 이미 용에게 굴복했노라.
- 용에게서 권력과 완관과 홀을 받은 왕들은 자리에서 물러나라, 마귀들은 지옥으로 떨어지고, 악행을 바탕으로 지상의 권력을 잡은 군주들도 마귀와 함게 지옥으로 가라.
재판관 : 무엇때문에 그러는가?
- 영원하신 하느님, 뭇 나라는 모름지기 당신과 당신 아들과 여기에 현존하시는 당신 아들의 신부에게 속합니다. 당신께서는 마귀들이 노예로 삼은 이들을 구하는 몸값을 무엇으로 요구하십니까?
- 십자가 위에 희생제물이 된 내 아들의 피와 몸뿐이다.
- 그것은 저의 능력 안에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이미 그 희생을 받으셨습니다. 주님, 바로 그 희생을 원하십니까? 그것을 허락하십니까? 그것을 받아들이십니까?
- 그렇다. -재판관이 대답햬했다.
- 여기 있습니다.
10. 이렇게 말하자, 제대에서 봉사하고 있던 권품 천사장(長) 중 하나가 성체와 성작을 들고 옥좌에 앉아있던 하느님의 아들이 성부 오른쪽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천사가 금 향료를 쥐고의 옥좌 앞에서 지상의 모든 의인의 청원을 올려 드렸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에게, 여인을 가리키며, 말씀하시는 성부의 음성이 들렸다. "이는 내가 매우 사랑하는 딸이며 내 아들의 신부이다. 세상의 나라들은 모두 내 딸에게 상속한 것이다. 즉 용과 용의 군주들에게서 어린양의 피로 몸값을 치러 나라들을 구해냈다. 그러니 용과 마귀들은 내 앞에서 물러가라."
11. 용은 이 말이 떨어지자 즉각 쓰러졌다. 이 땅에 있을 시간이 조금밖에 남지 않음을 알고서 분노와 광기에 넘쳐 여인의 자녀들과 싸우려고 힘을 정비하고는 해변의 모래 위에서 바다를 향해 섰다, 하늘에서 어떤 음성이 들려왔다.
"건배! 승리! 어린양의 피로써 주님께서 승리하였다." 내 곁으로 권품 천사장 중 하나가 다가와 말했다.
- 이 용이 누구인지 아느냐?
- 누구입니까?
- 용은 교회를 반대하여 싸우려고 집결하여 한 몸을 이룬 마귀들의 모든 권세이다. 관을 쓴 용의 머리들은 지상의 왕들과 군주들을 현옥시키고 골격하며 싸움을 거는 마귀들이다. 일곱 머리는 칠죄종을 형상화한 것인데, 왕과 군주들이 그 죄악 중 하나에 빠지게 된면 마귀가 승리하고, 이 형상화한 마귀의 권세를 되찾아 마귀는 여인에게 대항한다. 그러니 네가 맡아 책임져야 할 부마자들을 속박하고 있는 마귀들이 그토록 저항하는 것을 놀라워하지 말아라. 이미 너는 그 신비를 보았다. 온갖 마귀가 전쟁하려고 하나의 몸을 이루었기 때문에, 만일 관을 쓴 머리들이 하나 또는 둘이 떨어지고 또 수많은 마귀들이 쓰러진다 해도 몸이 살아남아 있으면 우리는 거의 이기기 어렵다. 전부 쓰러져야 한다. 일곱 머귀와 함께 용이 쓰러져야 한다. 이런 종류의 전쟁에서는 기도와 믿음과 희생이 많이 필요하다. 마귀들이 쓰러지면 악행을 바탕으로 권좌를 세운 임금들도 쓰러지고야 만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혁명이며, 이런 일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밖에 다른 일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비밀을 지킬 것을 명하고는 덧붙여 말했다.
- 바다 쪽을 보아라.
12. 나는 바다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아주 볼쌍스러운 괴물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용 처럼 생겼는데 일곱 머리를 가졌고 머리에는 관을 쓰고 뿔이 있다. 생김새가 호랑이와 비슷하지만 다리는 곰과 같고 입은 사자 같았으며 몹시 소름 끼쳤다. 그 짐승이 용 곁으로 가자 용은 짐승이 최대한도로 수용할 수 있는 만큼 힘과 능력과 권력을 모두 주었다. 이 세상의 왕들과 유력한 이들이 모두 그 짐승 앞에 무릎을 끓고 받들어 경배했다. 또한 모든 권능을 준 용도 경배했다. 모든 백성과 언어와 나라가 그 짐승 앞에 엎드려 "누가 그와 같을까? 누가 감히 그에게 대항해 싸움을 걸 수 있을까?"하고 말했다.
13. 니는 이 짐승과 지상의 모든 권력자가 용 앞에 부복하는 것을 보고 놀라고 공포에 가득 찼다. 천사가 말했다.
- 이것을 알아듣겠느냐?
- 아니오. 밝혀주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이 짐승은 마귀에 현옥되어 영예로운 교회에서 파문 당하고 교회를 떠난 지상의 모든 왕과 권력가들로서, 마귀들과 동맹을 맺고 교회와 교황청에 대항하여 싸우려고 한 통속이 되었다. 이 짐승은 용과 한 몸을 이루었다는 이유 때문에 용 땅이 쓰러지면 같이 쓰러져야한다. 그러므로 그들과 맞서 싸우는 전쟁에서 마귀들이 그토록 저항함을 보고 놀라지 마라. 용과 이 짐승은 같은 날 쓰러질 것이니, 계속해서 싸워라. 이 두 번째 짐승은 바다에서, 즉 세상에서 올라 왔는데, 이단과 분파와 거짓 종교들과 세상의 악한 정열의 협조를 받아 모양을 갖추었다. 즉 거기서 태어나서 성장하였고 거기서 살졌다. 네가 지금 보듯이 이 짐승은 모든 왕국과 백성과 나라들을 지배하게 되었다. 땅 쪽으로 네 시선을 돌려라.(묵시13,1-10)
14. 내가 땅 쪽을 바라보았더니 또 다른 짐승이 보였다. 이 세 번째 짐승은 어린양과 비슷했다. 가죽과 뿔이 양의 것과 같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이 짐승을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그리스도라고 믿었다. 나도 언뜻 보았을 때는 그렇게 보였으나 잘 살펴보니 사자의 발톱과 늑대의 이빨이 보이고 용처럼 모욕하는 말을 하고 있었다. 일곱 머리가 달린 짐승처럼 권능을 받아 크고 놀라운 기적을 보여 땅의 모든 사람들이 첫 번째 짐승을 경배하게 하였다. 천사가 내게 물었다.
- 이 두 번째 짐승의 신비를 알아듣겠느냐?
- 아니요.
- 두 번째 짐승은 소위 가톨릭 신자라 하는 모든 왕이다. 하지만 그들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 자기들이 지배하는 백성들과 한 몸을 이루어 마치 마귀들처럼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교회에 반대하는 말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모두 모아 하느님에게 저항하는 전쟁에 참여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신자인 채 하는 군중은 이 짐승의 뿔이 상징하는 능력과 한 통속이 된다. 사실 그들은 믿음도 진정한 사랑도 없으면서 의인들 사이에 섞여 가장 잔혹한 내란을 일으킨다. 어린양처럼 옷을 입고서는 하느님의 지성소까지 깊숙히 들어가 그곳을 중상모략으로 채운다. 이들이 바로 첫 번째 짐승이 교회 밖에서 싸우고 있는 동안 교회 안에서 싸우고 있는 짐승의 몸이다. 이 짐승은 첫 번째 짐승처럼 용과 동맹하여 온갖 마술적 기교를 신기한 방법으로 인간의 몸을 치유한다. 이 짐승은 지금 최면술과 영매 행위 속에 숨어서(다니9,27; 묵시17,4; 21,27; 마태7,15)거짓 기적으로 엘리야 예언자와 에녹이 하던 사명을 흉내내려 한다. 지상의 믓 백성들은 이러한 징표에 속아 첫 번째 짐승의 발아래 엎드릴 것이며, 단 한사람도 이와 같은 부패에서 벗어날 수 없다.
15. 용과 두 짐승은 악한 영 안에서 한 통속이다. 여기에는 하나의 깃발아래 모여서 하느님과 그분의 교회에 대항하는 지옥의 세력, 성전 밖에 있는 세력, 지성소 안에 있는 세력이 있는데 이 세 가지 세력에 맞서는 곳에서 싸움이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이 세 짐승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지옥에 떨어지게 되어 있으므로 그렇게까지 저할 할 수는 없다. (말라3,23-24; 2열왕2-11; 루카3,37; 히브11,5)
16. 하느님의 면전과 천상에서 용을 이기고 쫓아내는 위대한 권능을 받은 한 천사가 지성소에서 나왔다. 한 손에는 열쇠를 들고 다른 손에는 커다란 쇠사슬을 들고는, 더는 사람들을 유혹하지 못하게 용을 쇠사슬로 결박하여 가두었다. 용은 그곳에서 천년을 갇혀 있었다. 그 이후 용은 다시 한 번 사슬에서 풀려나 자유를 얻어서는 권력자들의 왕좌와 관과 훌의 보호를 받았다. 그래서 자기 세력과 악행으로써 짐승 두 마리를 형성하였는데 그 짐승은 용에게서 능력을 받았다.
17. 나는 이러한 신비를 주의 깊게 관상하고 있었다. 천사가 나에게 말했다.
- 지옥의 열쇠를 손에 쥔 이가 누구이며 저 커다란 쇠사슬이 무엇인지 아느냐?
- 아니오, 모릅니다. 누구인지 말해 주십시오.
- 그 천사는 그리스도와 그의 사도들이다. 하느님의 어린양이 흘린 피로써 용은 패배했고 그리스도와 사도들이 용을 지욕에 가두었다. 머리에 관을 쓰고 쁄이 난 뱀들은 자기의 뿔과 이론으로 세상의 왕들과 권력자들을 유혹했다. 이전에 이들은 사도들의 믿음을 전수 받고서 자기들의 왕권과 홀을 교회의 발 아래 바치고 교회를 보호하뎐 사람이었다. 너에게는 알려주지만 남에게 말해서는 안되는 그 이유로, 용은 그리스도께서 오시고 천 년이 지난 후에 다시 감옥에서 나왔고 끔찍스러운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즉 강력한 무기와 부패한 이론으로 지상의 왕들과 권력자들의 마음을 슬슬 유혹하여 마침내 정복해 버렸다. 그 세력이 절정에 이른 지금은 다시 한 번 기도하면서 바친 하느님의 어린양의 피에 패배해 하느님의 면전에서 떨어져 나와 다시 감옥에 갇힐 때다. 지상에 감옥들을 세우고 그들을 가둔 다음 지옥으로 쫓아 버려라. 하느님께서 너에게 명령하신다. '마귀를 쫓아 내어라...'(마태10,8; 묵시 12)
결박당하여 감옥에 갇혀있던 용은 네가 본 짐승 두 마리와 함께 불구덩이에 내던져져 영원 무궁토록 고통을 받을 것이다. 아멘.
네가 보았던 열쇠와 쇠사슬을 가진 천사가 네가 싸우는 곳에서 네 곁에 함께 있겠고, 천상군대의 대장인 미카엘 대천사는 전투할 채비를 하고 있는 짐승 두 마리에 맞서 싸울 것이다.
네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개입한 이 싸움이 얼마나 치열한 지를 알게 하려고 너에게 이 모든 신비를 보여준다 . 때가 되면 이 마귀들은 지옥으로 쫓겨나게 될 터이니 너무 겁내거나 두려워하지 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