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림자에 시선을 고정시키니 그림자 안에서 한 표상이 보였다.
그 심상은 거울 앞에 있는 어떤 물체가 거울에 생기게 하는 그 모습이었다.
어떤 살아 있는 존재를 거울이 비추어 만들어 내는 상이
살아 있는 것처럼 그 모습은 살아 있다.
인간의 지성이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 참으로 아름다워!
이미 여러 차례 봤는데도 그 아름다움은 늘 새로웠다.
볼 때마다 너무 놀라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처럼 항상 새롭다.
그래서 님을 바라보면 볼수록 더 관상하고 싶은 열망이 더 생긴다.
몹시도 아름다워 님을 바라보면 볼수록 더욱 영광스럽게 보인다.
그림자와 표상과 모습과 실재는 하나이다.
- 그림자여,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십시오.
- 내 이름이 당신에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 예, 알고 싶습니다.
- 나는 라구엘[=라반, 창세 29, 6-9]의 딸입니다. 나입니다.
- 리브가!
- 나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일치하며
지상에서 순례하는 모든 의인의 집회입니다.
- 여기서 무엇을 합니까?
혼자, 이 밤에, 어둠 속에서, 숲 속에서!
- 산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양떼에게 풀을 먹이고 있습니다(창세 29, 6-9).
나에게는 태양도 어둠이고 낮도 밤입니다.
당신은 혼자서 밤에, 어두운 이 숲 속에서 무엇을 찾습니까?
- 당신을 찾습니다.
오, 흠 없는 동정녀여!
- 밤에 어둠 속에서?
- 당신에게는 태양 빛은 어둠이고 낮은 밤이므로,
당신을 발견하려면 또 당신을 더 잘 보려면
밤의 어둠 속에서, 혼자서 광야에서 당신을 찾아야겠지요.
- 내가 당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아십시오.
만일 내가 당신을 찾지 않았다면 당신을 불림 받지 않았을 테고,
당신을 부르지 않았다면 당신은 나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며,
당신은 나를 알지 못하므로 지금 나를 찾지도 않겠지요.
- 당신입니까?
오, 더 없이 아름다우신이여, 당신입니까?
오, 순결한 동정녀여, 나를 찾으며 내 사랑을 갈구하는 이가 당신입니까?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요? 내 어떤 것이 당신에게 합당합니까?
- 당신이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겠지요.
나는 아름답고 사랑스럽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습니다.
4. 그림자는 이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어둠이 물러나고 내 영혼은 하늘로 올려졌다.
거기서 거룩한 교회는 자신의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내게 보여 주었다.
내게 말했던 대로 사람의 아들들과 사랑의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말을 더 찬찬히 묵상하기 위해 마음깊이 간작했다(루가 2,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