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이어쓰기

31.  동정녀 : 이 예물을 받으십시오(내 머리에서 너울, 아니 개두포를 걷어 올렸다). 당신에 대한 신부의 사랑의 표시와 증거로 이 묵주를 받으십시오. 무한히 사랑스러운 동정녀인 교회는 당신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자신을 모두 당신에게 줍니다. 전부를 바치니 교회 전체가 당신 것이며, 당신의 사랑을 받는 님이며 당신을 사랑하는 이입니다. 당신의 유산이며 당신의 살 중의 살이고 뼈 중의 뼈입니다. 그대들은 둘이지만 하나입니다. 이 교회가 매일 제대 위의 거룩한 성사에서 보이지 않는 내 아들 예수, 즉 머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해서 당신은 교회와 다시 한 번 결합합니다. 성사 안에서 교회의 머리를 당신께 주면서 신비적이며 윤리적인 사랑으로써 전부 당신께 줍니다. 당신이 성사 안에서 머리와 결합할 때 예수의 몸 전체와 윤리적으로 결합하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서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살을 먹을 때 당신은 교회의 살 중의 살이요 뼈 중의 뼈가 됩니다. 거기서 당신은 교회와 결합하고 교회는 영적 결혼으로 당신과 함께 합니다. 당신은 교회에게서 기쁨을 얻을 것이며 교회가 당신과 함께 할 때, 세상과 육이 모르는 영적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당신의 사랑하는 신부인 딸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성전에 밤낮으로 있고 또 언제나 있을 것이며, 제대 위에 머리 -성사(聖事) 안의 그리스도-를 누일 것입니다. 순례하는 교회를 잘 돌보십시오. 교회의 눈물을 닦아주고, 탄식할 때 위로하고 슬픔을 덜어 주십시오. 당신이 교회를 위해 땅 위에서 한 일을 교회가 하늘에서 갚아 줄 것입니다.


  이 말이 끝나자, 천상의 음악이 울려오고 합창단은 "아멘, 알렐루야"로 응답하였다.


 산에 홀로 남았다. 묵주를 살펴보았으나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 묵주는 앞으로 신부에 대한 나의 사랑과 나에 대한 신부의 사랑의 증거와 표시가 될 것이다,


                                                                                                                                                    1864년 4월  17일


                                                         산을 떠나며 리브가와 작별하다


32.  리브가는 고독 중에 하느님의 사랑이다. 리브가는 교회와 그리스도 사이에, 또한 그리스도와 함께 교회를 사랑하는 이들과 교회 사이에 이루어진 혼인의 전형이다(창세 22,23; 24,12-67; 25,21-24; 26,6-11; 27,5-17; 42-48; 로마 9,10).
 
  떠나려하는데 리브가가 곁으로 와서 아주 관심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  안녕히 가세요! 가십니까? 어디로, 왜 가는 거예요? 내게 불만이 있나요?
 이번에는 깊이 감동하여 내가 대답했다.
 -  내가 산에 왔을 때 당신이 숨었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  당신을 맞이할 분은 성모 마리아임을 당신은 이미 알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한 가지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  나중에 이야기 해 주십시오.
 -  돌아올 건가요?
 -  예, 주님이 생명을 주시는 한 돌아올 겁니다.
 -  돌아올 건가요?
 -  예, 돌아오겠습니다.
 -  돌아올 건가요?
 -  내 사랑하는 님이여, 왜 같은 말을 되풀이합니까? 내 말을 믿지 않는 것입니까?
 -  그래요, 당신 말을 믿지요. 당신은 꼭 돌아올 것이니, 돌아오면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당신 마음에 들려주겠어요.
 -  만일 한 마디로 된다면 지금 말해 주십시오.
 -  안돼요.
 -  남아 있겠습니다. 떠나지 않겠습니다. 그 말을 해 주십시오. "아, 사랑하는 리브가, 얼마나 고마운지요! 예, 돌아오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그러자 리브가가 말했다.
  당신이 돌아온다면 그 때 설명해 드리겠어요.
 -  예, 설명해 주세요. 이제 당신을 이해합니다. 아, 불행한 내 신세! 나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아, 이 고독말고 내가 추구할 것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리브가, 내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당신은 내 마음 깊은 곳을 아십니다. 나는 이 고독 외에 아무 것도 가진것이 없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 외에 내 애정을 사로잡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요. 당신 외에는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습니다. 아, 나는 무엇을 찾아야 할까요? 남아 있을까요? 남겠습니다! 예, 언제까지나 여기 있겠습니다.
 -  아니요. 가세요. 다만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아십시오. 당신이 돌아올 때 배 선착장의 산자락에 있는 바위에서 나를 발견할 것입니다. 거기서 기다리겠어요. 안녕히 가세요."


 
  33.  나는 조그만 낚시 배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리브가가 다시 말했다.
 -  "안녕히 가세요. 돌아올 거지요?"
이 말을 아주 신비스럽게 말씁하셨으나 전에 이미 계시해 주었기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  돌아오겠습니다.
 -  돌아오면 적어도 40일 동안은 나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아세요. 내가 당신 마음에 해 줄 말이 있는데 그것을 듣기 위해서는 적어도 40일이 필요합니다.
 -  예,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내 사랑하는 님이여. 안녕히, 안녕히, 거룩한 산이여, 안녕히. 곧 돌아와서 더 오래 머물겠습니다. 리브가, 안녕히 계십시오. 어제라도 좀 오지 왜 오지 않았습니까? 아, 당신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려고 숨어 계셨군요.
 -  아니요. 숨지 않았어요.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 내 자리에 계셨지요. 다음에 오실 때는 우리 둘을 다 볼 것입니다.
 -  안녕히 계십시오. 아, 이번에는 슬픔에 잠겨 떠납니다. 아,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나를 돌아오게 해주십시오. 다음에 다시 나를 돌아오게 해주십시오. 아, 내 하느님, 내 고독으로 돌아오게 해주십시오. 안녕히 계세요. 리브가, 내 마음과 영혼을 당신께 맡겨두고 갑니다. 아, 여기를 벗어나면 내게는 동요와 혼란과 유혹과 위험만이 있습니다. 나를 구해주십시오. 리브가, 바다 한 가운데 있는 나를 구해 주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34.   산과 이별하는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며 산을 떠났다. 날씨는 좋았다. 배에서는 낚시를 즐기고 있었고, 나는 선창(船艙)으로 쓰고 있는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사랑이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리브가는 나와 함께 있었고, 사랑으로 되풀이해서 말했다.
 -  예, 당신은 돌아올 거예요. 바로 이 바위에서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  내 사랑, 님이여! 그 말이 나를 괴롭게 합니다. 슬퍼하며 당신을 떠납니다. 내가 말하게 해주십시오.
 -  이야기하십시오. 듣고 있습니다.
 -  좋습니다. 내가 산을 내려올 때 "어디로 가십니까? 이제 가십니까?"하고 관심 있게 물었지요. 당신의 현존으로 내 영혼은 만족하였지만 그 질문들 때문에 걱정했습니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아, 사랑하는 님이여, 당신 외에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세상으로. 무엇을 위해서? 거기서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이요?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을 그만둘 정도로 내 아들딸들을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당신 말고는 아무도 내 마음을 차지하지 못합니다. 세상에서 무엇을 할까요? 설교? 그것은 끔찍한 전쟁이고 피곤하기만 할 뿐입니다. 그러면 뭐죠? 거기서 내 여왕이신 에스델의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리브가, 나는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면 다시 세상에 나가게 하지 마십시오. 오! 얼마나 기쁜지! 내게 40일을 요구하시지요. 예, 40일간 당신과 함께 있겠습니다. 이 가련한 영혼에게 필요한 기간이지요. 이제 배가 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히, 안녕히."




                                                                  리브가의 방문




  35.   나는 리브가가 여러 차례 찾아와 이 불쌍한 죄인을 방문한 일들을 떠올리고는 이번에는 베드라에서 내 님이신 거룩한 교회를 형상하는 인물이 바뀐 것을 경험한 일에 대해 생각하다가 매우 고마운 마음이 들어 브두엘의 딸을 불렀다. 나는 홀로 숲속을 산책하다가 바위 위에 앉았다.




 -  "리브가, -나는 말했다-  리브가, 어디 있습니까?
 -  여기 있습니다.
 -  누구입니까?
 -  이번에 나는 당신의 사랑하는 님입니다. 교회가 아니라 브두엘의 딸 리브가입니다.
 -  당신께 무척 감사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나는 헤매고 있었습니다. 내 마음은 짝을 찾아 울부짖는 사자처럼 사랑하는 님을 찾았으나 님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오셔서 님을 찾게 해 주셨지요. 이런 호의를 받을 자격이 없었는데도. 저의 어떤 점을 보시고 그런 친절을 베푸셨습니까?
 -  하느님께서 나에게 명령하셨기에 복종하였을 뿐입니다. 당신은 나를 성서를 통해 알았습니다. 성서를 보면 성령이 우리에게 거룩한 교회의 형상과 그림자가 될 임무를 부여하셨기에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당신의 사랑하는 님인 거룩한 교회를 내 안에서 보게 하고자 왔습니다.
 -  그러면 왜 지금은 하느님의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께서 오셨습니까?




  36.   다른 여인들과 나는 교회를 아주 불완전하게 대표하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당신을 위해 유딧, 라헬, 에스델, 데보라 그리고 나와 그 밖의 여인들로 시작하는 것이 더 나았습니다. 이제 당신은 믿고, 그 믿음으로 더욱 완벽한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통해 당신의 사랑하는 님의 실체를 관상할 것입니다. 동정녀 마리아는 하늘에서 거룩한 교회를 가장 완벽하게 대표하는 유일한 전형이요 유일한 형상입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이런 목적으로 창조되고 형성되었으며, 윤리와 영의 질서에서 뿐 아니라 육과 물질의 질서에서도 하느님께서 지혜와 전능으로 만드신 가장 완전무결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앞으로 마리아의 몸에서 교회의 몸, 교회의 부분과 지체, 교회의 아름다움과 완전성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만큼은 관상할 수 있도록 당신에게 허락하실 것입니다. 앞으로는 나를 부르지 말고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부르도록 하십시오. 그분은 당신의 사랑하는 님인 거룩한 교회에 대해, 당신이 알고 보기를 원하는 것은 모두 계시해 주고 말해 주는 일을 맡으셨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 방문 때문에 나는 몹시 놀랐다. 이 모든 비밀과 신비에 대해 무지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