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몬세랏에서 한 피정
1864년 8월 1, 2, 3일
1. 사랑하는 님의 방문과 총애를 여러 차례 받고 나서도 그분을 흐뭇하게 해 드렸는지 자신이 없었다. 가끔 순수한 빛이 내 영혼의 안팎을 비추면 나 자신의 악과 무가치가 드러나서 비참이라는 엄청난 무게가 가뜩이나 처량한 내 마음을 더욱 짓눌렀다. 그 압박감에 눌려 외쳤다. 오! 당신을 불쾌하게 하는 것이 내 안에 하나도 없었더라면! 언제쯤 내가 당신에게 기쁨이요 원하고 바라는 바로 그 사람이라고 진정 말씀드릴 수 있을까요? 내가 당신을 흐뭇하게 합니까? 내가 당신께 기쁨이 된다고 확신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요!
2. 이와 같은 고통은 베드라에서 마지막 피정을 할 때부터 계속되었다. 사라고사(Zaragoza)에서 기차를 타고 이 산 앞을 지나갈 때 교회가 나에게 말했다. "몬세랏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오세요. 그러면 당신을 괴롭게 하는 그 고통의 이유를 말하겠습니다."
3. 며칠이 지났다. 이 며칠 동안에 사랑하는 님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소망이 내 안에서 무척이나 커져갔다. 그분이 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갈망에 타올라 내 결점을 찾아내어 고칠 목적으로 이 산에 왔다.
마리아는 내 신부가 아니다. 그분은 교회의 전형이고 형상이며 대표자일뿐이다. 또한 한 개인인 마리아께서는 내 사랑의 최종 목적도 내 사랑하는 님도 아니다. 그러나 그분의 존재는 가장 완벽하고 완전한 형상이기에 두 연인을 가깝게 하고 묶어주는 가장 능력 있고 성실한 중개자이며, 교회와 교회의 연인들을 결합케 하는 대표자이다.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교회가 아니다. 그분은 교회의 한 부분이며 지체이고 전형이다. 두 연인은 혼인으로 맺어주는 진실하고 충실한 능력자며 대리자고 변호자다. 리브가, 유딧, 에스델 등 그 밖의 성서의 여인들은 이런 특성을 아주 불완전하게 갖고 있다.
4. 여왕이 옥좌가 있는 거룩한 산에 올랐다. 성전에 들어가서 그분 앞에 겸손 되이 내 죄와 잘못을 고백하고, 그것들을 고칠 각오를 하며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였다. 그러자 사랑하는 님은 당신의 현존을 느끼게 해주시며 말씀하셨다. "나는 여기 있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당신만으로 충분합니다. 당신과 함께 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 나는 당신이 사랑하는 님입니다.
- 이름이 무엇입니까?
- 마리아입니다.
- 하느님의 어머니이십니까?
- 당신의 님입니다.
- 내 님이라고요?
- 예, 당신의 님입니다.
- 내 님은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당신과 모든 천사들과 성인들과 의인들로 구성한 교회라고 부르는 윤리체 입니다. 당신이 교회입니까?
- 나는 당신이 이해하는 수준에서 교회의 형상과 전형을 대표합니다. 이렇게 나는 교회를 대표하기에 당신이 사랑하는 님입니다.
5. 형상이 사라지자 영혼은 그 실재를 관상하도록 위로 들어 올려졌다. 그분과 함께 있는데 나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당신이 사랑하는 님이며 당신을 사랑하는 연인입니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앞으로 내가 싫어하는 것은 모두 당신에게서 없애겠습니다.
나는 굳게 결심하며 대답했다. "님의 머리이신 흠도 티도 없는 어린양이시여, 이 죄인의 죄와 잘못을 없애주소서. 당신과 함께 당신을 위해 그것들을 없애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구원받겠지요. 가장 고우신 동정녀여, 당신 임무를 수행하시려면 당신을 언짢게 하는 모든 것을 없애도록 나를 도와주소서. 이제부터 내가 당신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감히 그렇게 믿어도 될까요?"
- "당신의 전 생애에서 당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죄를 지을 수 있는 능력과 자유이며, 선행을 하는데 나약하고 악으로 기우는 경향이며 과거와 현재의 죄입니다. 당신이 내일 산에 올라가면 거기서 우리의 혼인서약을 갱신할 준비를 하고 있는 나를 만날 것입니다. 이 산의 심장부인 정상에서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몬세랏, 1864년 8월 3일(오후)
